새벽,
햇빛을 주듯 물을 주듯 나에게 나를 준다.
뿌리를 내리고 위로 뻗으며 깊어지고 풍성해진다.
해보다 내가 먼저 온다.
새벽 다섯 시. 아직 아무도 깨지 않은 시간.
새벽의 공기는 오래도록 차다. 나는 코끝을 스치는 그 찬 공기를 좋아한다. 새벽 냄새가 배어 있는 공기의 흐름을 따라 나는 숨결을 다듬으며 새벽의 품 안으로 들어간다.
거실 스탠드 불빛은 유난히 하얗다. 오로지 스탠드 불빛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그림자들의 움직임을 잠잠히 하고 손을 모은다. 하루를 기도로 여는 것에 대한 감사와 평온함이 나를 지배한다. 성경의 말씀을 읊조리며 나는 더 깊어진다.
채워지기 위해 더 깊이 아래로 내려간다. 무거운 고요가 나를 덮는다. 나는 침묵의 무게 속에 잉태되었다가 마침내 위로 솟는다. 나는 일어나고 위로 뻗으며 올라간다. 가지가 한순간에 꽃을 피우듯 나는 일어나고 위로 뻗으며 올라간다. 풍성해진 내면에는 봄꽃의 향기가 묻어난다.
나를 채우는 시간, 유일하게 고요하며 움직임이 분주하지 않는 시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 내가 사랑하는 시간이다. 새벽의 품 안에서 보내는 이 시간들을 통해 나는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기적을 만난다.
아침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 거실의 베란다 커튼 사이로 햇살 한 줄기가 내 등을 가만히 쓸어내린다. 깊어지고 풍성해진 후에야 나는 햇살의 손짓에 반응한다. 커튼을 젖히면 커튼 뒤에서 기다리던 햇살들이 한꺼번에 와르르 거실 바닥으로 떨어진다. 더디 오는 아침과 아직도 계속되는 그대들의 평온한 숨소리, 유난히 반짝 거리는 바닥의 햇살 조각들. 새벽을 보내며 맞이하는 아침은 선물이 된다.
새벽, 고요의 태 속에서 나는 해보다 먼저 일어선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 아침에게 일찍 오지 말라고 일러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