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를 읽는 마음
단편소설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할머니는 내내 미안한 표정이었다. 할머니는 병실에서 현아 이모와 마주치면 평소보다 더 피하려는 눈치였다. 내가 열이 난 것은 꿈속에서 아키가 사라졌기 때문이고 황무지 별에서 갑자기 아키를 만난 일로 너무 놀란 탓이었다.
하지만 할머니 생각은 달랐다. 할머니가 아빠에게 재혼을 강요했기 때문에 내가 앓게 되었다고 믿는 것 같았다.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현아 이모는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휴가를 내고 점성술 카페에 나가지 않았다. 나는 기뻤다. 퇴원한 뒤에 현아 이모와 하루 종일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현아 이모는 나에게 타로 점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사람들은 언어를 주고받으며 의사소통을 해. 글자는 언어 가운데 가장 잘 다듬어진 것이야. 이런 글자가 생기기 전에는 사람들이 그림으로 생각을 전달했어. 현아 이모는 설명을 잘했다. 내가 흥미를 보이자,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글자 이전 시대에 사람들이 쓰던 언어는 바로 그림이란다. 타로 카드의 그림은 가장 원초적인 언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어. 다연이 네가 그림을 좋아하고 그림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것과 비슷한 거야. 그래서 타로를 읽을 때는 상상력이 필요해. 카드의 그림은 제각기 뜻이 있지만 하나의 의미로 한정되지 않는단다. 하나의 그림이 여러 가지 뜻을 가질 수 있어. 그러니 타로를 읽는 마음은 상상력으로 충만해야 해.
현아 이모가 카드 한 장을 펼쳤다. 그것은‘세계’였다. 세계라는 이름의 카드에는 월계수로 엮은 둥근 원환이 있고, 한가운데에 나체의 여인이 두 팔을 어깨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펼치고 있었다. 여인의 왼쪽에는 날개 달린 천사가 있고 오른쪽에는 독수리가 있었다. 여인의 왼쪽 아래에는 황소가 있고 오른쪽 아래에는 사자가 그려져 있었다. 여인이 있는 타원은 바다를 상징한다고 했다.
현아 이모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월계수의 형상은 ‘루’라고 발음하는 고대 이집트 문자란다. 그 뜻은 ‘출생’ 또는 ‘두 세계 사이의 입구’를 말해. 나는 세계 카드를 다시 유심히 보았다. 가운데 있는 여인의 얼굴은 엄마의 얼굴 같기도 했고 이모를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땅속 깊이 사는 아키를 생각나게 했다. 바다 한가운데에는 여인이 살고, 땅속에는 아키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재미있었다.
현아 이모의 말처럼 세계와 세계 사이에 어떤 입구가 숨겨져 있을 것 같았다. 입구를 찾아내면 아키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독수리가 아키의 어깨 위로 날아오르는 모습도 상상해 보았다. 나는 대화장 종이 노트에 큼직하게 적었다. 이모가 나랑 오래 지내면 좋겠어. 그걸 보고 현아 이모가 나를 안아 주었다. 현아 이모는 내 방에서 나와 함께 잤다.
이모가 우리 집에서 지낸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아빠가 이모에게 재미 삼아 타로점을 봐달라고 했다. 현아 이모는 타로 카드를 들고 스프레드를 펼쳤다. 세 장의 카드를 나란히 놓더니 하나씩 뒤집으며 설명했다. 첫 번째 카드는 황제네요. 형부의 과거를 말해줘요. 형부가 고집불통으로 살아온 것을 뜻하죠. 고집이 남달리 너무 강해요. 회사에서도 자신감 있고 능력도 있지만 다소 독선적인 데가 있어요. 오래전에 죽은 언니를 못 잊고 아직도 재혼하지 않는 것도 고집이에요.
이제 형부의 현재를 봐 드릴게요. 두 번째 카드가 현재를 의미해요. 애인이군요. 이 카드는 갈등을 의미해요. 형부가 요즘 속으로 많은 고민이 있다는 걸 암시해요. 다연이의 교육 문제, 재혼을 강요하는 어머니, 게다가 넘치는 회사 일로 머리가 한참 아프신가 봐요.
아, 마지막 카드는 무명이네요. 이건 통념적으로는 죽음을 의미해요. 그러나 이 죽음 아카나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어요. 세상 사람들 생각하곤 다르게 죽음은 긍정적인 실마리를 지니고 있어요. 새로운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에게 이 죽음의 무명 카드는 희망을 전해주는 거예요. 물론 좋은 내용만 있는 건 아니에요. 죽음 카드는 조만간 환란이 닥칠 것을 예고해요. 죽음의 춤을 물리치면 그때야 비로소 기쁜 일이 생기는 거죠.
나는 아빠의 마지막 카드 옆에다 내가 그린 아키의 그림을 내밀었다. 현아 이모가 빙긋 웃었다. 여기, 형부의 네 번째 카드가 있네요. 이건 아키죠. 만물을 끌어당기는 존재. 땅속 깊이 살며 다연이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이고요. 아키가 형부와 다연이를 지켜줄 거예요. 그리고 아키는 사랑을 의미해요. 사랑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중력과 비슷한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형부의 미래는 사랑이 넘치는 밝은 미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빠는 피식 웃었다.
(계속) 다음 주 일요일에 다음 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