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詩)를 담다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 것은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 하는 것과 같다.
바람에 출렁이며 새파랗게
설레이던 보리밭길
머리묶은 어린 계집아이는
팔짝이며 풀벌레를 쫒고
하얀 모시적삼 걸쳐입고
푸른 길에 그림처럼 어울려 선 그림자
이제는 더이상 아득하기만 한
풍경 하나되었다.
그리움은 환상을 만들어 낸다.
향나무 잘려나간 진한 향기와
손으로 훑어내던 수수대 같은
어째서 선명한 시간은 다 과거에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기억은 제각각이건만
그리워하는 것들은 모두 뒤에 머물러
잠시 내가 앉아 있는 곳을
잊게 만든다.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 한다는 것은
꽃송이 없이 떨어진 나무들
그 삭막함이 그저 휑하고
외롭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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