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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뮈 Jul 28. 2024

22.  퇴사가 나쁜건가요?

힐링이랑 여행가려고 퇴사가 아니라 조직이 ㅈ 같아서 할 수 도 있잖아요

이제 나도 생존의 길을 선택해야만 했다. 코로나시기를 핑계대며 3년 동안 이런저런 공부도 해보고, 기술을 배우려는 시도도 해보았다. 이제 고민은 그만하고 경제적인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40을 바라보는 미혼여성에게 일자리는 녹록치 않았다. 사무직종은 여러군데 이력서를 넣어봐도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이 부지기수였고, 집에서 가까운 일자리는 예전에 일하던 대기업 공장 직영 옷 매장처럼 제조업이 상당수였다. 집 가까이 일을 다니려면 물류창고나 공장을 가야 했다. 아니면 또 다시 어렸을적처럼 식당이나 매장 알바를 해야 하는 것인지. 참 돈을 번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구직활동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젊었을 적에는 직업에 대해 나란 인간을 직접적으로 대입했었다. 

곧 '직업= 나 자신' 이라고 여겨왔던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특히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있어보이는 직업'에 대한 선망도 있었고 '하찮게 여겨지는 직업'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백수일수록 드라마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드라마속 인물도 아니고 커뮤니티 속 자아도 아니기에. 현실 속 내 몸뚱아리를 먹여살리고 살아내야 하는게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직업이든 고충이 있고 보여지는 화려함 뒤에, 보이지 않느 곳의 숨겨진 힘듦이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일수록 그에 따른 책임과 중압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직업이든 겉보기와는 다른, 가치관적으로 상충하는 요소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실 드라마에서 불쌍하게 여겨지는 고된 직업들은 우리의 수많은 이웃들이 '소중한 생계'를 잇기 위해 성실히 해내고 있는 현실의 직업이기도 하다. 


나는 어쩌면 한 직장을 오랫동안 꾸준히 다니지 못한 실패자일수도 있다. 솔직히 나도 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것이 돈도 모아지고 경제적으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왠만하면 한 직장을 오래다니는게 본인을 위해서라도 좋은거라고 생각한다. 


하....그런데 또 직장생활을 해보니 '내가 감당 못할 일'이라는게 생기더라.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렵다. 받는 월급과 경력에 비해 책임이 막중한 업무를 맡게 되던지, 체력적으로 나가떨어지게 만들던지, 실적압박을 무지막지하게 한다던지, 인신공격을 한다던지, 이상한 곳으로 발령을 낸다던지......생각보다 다양한 조직이 존재하고 변수가 존재한다. 

물론 한 분야의 일을 오래 하기위해서는 '끈기'와 '인내'가 가장 중요하지만....어느정도의 '운'도 작용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조직이나 사람, 업무를 어떻게 시작하고 끝내느냐에 따라서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을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긴 했지만...언제나 '사람'이란 존재는 참....어렵다. 


그래도 퇴사자들이 한, 둘 생기다보면 그들로 인해 회사조직이나 불합리한 업무들이 좀 더 괜찮은 방향으로 해결되는 것도 많이 봐왔다. 완전히 해결은 못하더라도 괜찮은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퇴사'가 조직과 당사자를 위해 꼭 나쁜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못견디겠다는데.....무조건 견디라고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지 않은가. 그에 따른 후회와 경제적 손실은 본인이 감당해야할 무게이지만 말이다. 또 나 같은 경우는 퇴사를 하고 그 경력을 이용해 더 큰 조직으로 이직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요즘같은 시대에서 도전하는 정신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다시 경제활동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직업에 대해서 내 자아를 너무 위탁하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그래야 일을 오래 할 것 같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직업이란 '자아'보다 '생계'에 가깝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나는 '생계'라는 가치가 '자아'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고귀하다고 생각한다. 


내 다음 직업은 청소부나 공장직원이 될 수 있고, 또 다시 기자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사무원이 될 수 도 있고 식당의 서빙직원이 될 수 도 있다. 

꾸준히 지치지 않고 글을 쓴다면 작가도 될 수 있을꺼라 믿는다. 


아니면 생계를 위한 '직업'과 자아를 위한 '직업' 두 가지를 다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일명 투잡! 


어쨌든 결론은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 생계를 위해 일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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