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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Jan 26. 2024

40대, 퇴사하고 나니 이게 제일 힘듭니다.

고롭다 고로워.

생각지도 못 했던 두 가지가 요즘 제일 힘듭니다.

퇴사한 지 어느덧 한 달 반이 되었네요. 벌써?!라고 자문하며 놀라기도 합니다.

자, 뭐 했지.. 지난 한 달 반. 글 쓰고,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지인들 만나고. 딱히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는 않은 거 같네요.


이런 생각을 하던 도중, 여느 때처럼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땡깁니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온 후 물 한잔을 마시면 바로 생각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예전 발행한 "재수 없는 횡단보도" 라는 글을 보면 커피를 사려면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했기에 귀찮을 때는 과감하게 배달비 4천 원을 지불하고 시켜 먹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백수니까. 배달비를 아끼자라는 생각으로 귀찮더라도 거의 매일 아침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커피를 사 들고 집에 와서 인터넷 좀 하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

제가 퇴사를 하며 지키고 있는 게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기상 시간과 밥 먹는 시간. 이 두 가지는 반드시 시간을 지켜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자고 마음먹었거든요.


냉장고 문을 열고 안을 살펴보지만, 딱히 입에 땡기는 게 없습니다. 거실에 앉아서 멍 때리다 다시 냉장고 문을 열어봅니다. 휘휘 둘러보다 다시 닫아버렸습니다.


아.... 퇴사하고 제일 힘든 거.

바로 이겁니다.


아메리카노와 끼니 챙겨 먹기.


직장 다닐 때야 아침 출근길에 사거나, 점심 먹은 후 또는 오후에 동료들과 잠시 나와 커피를 사곤 했습니다. 다들 비슷하실 거예요. 커피는 쉬는 시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단순한 촉매제 같은 역할이었죠. 그땐 몰랐습니다. 내가 이렇게나 커피에 중독되었는지.


아침마다 커피를 사러 가는 것도 일입니다. 어떤 날은 두 눈 질끈 감고 오늘은 배달해서 먹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점심. 당연하게도 직장인들은 하루 중 두 번의 시간을 가장 기다리는데요. 바로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이죠.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나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죠. 점심식사 메뉴를 고민하며 시간이 되면 아무 생각 없이 점심을 먹었습니다.


메뉴도 매일 바뀌었죠. 하루는 돈가스, 하루는 김치찌개, 하루는 제육. 절대 연속으로 같은 메뉴를 먹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매일매일이 똑~~~~~~같은 반찬들의 연속입니다. 차리는 것도 너무 귀찮습니다. 점심을 사 먹던 때에는 식당에서 그저 차려주는 대로, 시킨 대로 먹고 나오면 되는 것을 이제는 밥 꺼내고, 반찬 꺼내고, 전자레인지에 밥을 돌리고, 반찬 뚜껑을 열어서 늘어놓고. 정말 귀찮네요.


퇴사하기 전에는 이런 것이 아닌 뭔가 거창한 의미에서의 힘든 점들이 기다릴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단순한 문제들이 가장 크게 다가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커피가 없습니다.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적고 있습니다만, 결국 사러 나가긴 하겠죠. 생각만 해도 귀찮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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