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43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43화 / 5장 전투 수도원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43화 / 5장 전투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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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몸을 정결히 하고 도서관으로 오도록!"

본격적인 시작인가? 로이딘과 시테온은 초록빛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작은 계곡에서 몸을 씻고 미리 받은 연 주황색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옷은 무릎까지 늘어뜨러져 있었다. 그간 시테온이 입고 다니던 후드달린 코울처럼 로브에도 후드가 달려있었다. 시테온은 후드가 달려 꽤나 맘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다시 후문으로 들어가 정문 기준으로 왼편에 자리한 도서관 건물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고즈넉한 분위기에 수많은 책들이 꽂혀 있었고 거기서 수도사들은 필사를 하고 있었다. 조용히 지나쳐 베일런이 있는 안 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은 작은 서재로 연구실 같은 느낌에 테이블을 두고 양쪽으로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루네는 이미 앉아 있는 채로 몸을 돌려 손을 들어 올리며 인사했다. 가죽으로 둘둘 말았던 루네가 깔끔한 로브를 입고 있으니 낯선 사람 같아 보였다. 헝클어졌던 머리도 어느새 빗질로 얌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베일런이 수도사 복장을 차려입은 세 명을 바라보며 뭔가 흐뭇해하는 것 같았다. 로이딘과 시테온이 자리에 앉자 그는 자기 쪽의 책장에서 두꺼운 책 한 권을 두 손으로 꺼내들었다. 생각보다 무거운 지 균형을 잃은 베일런이 외쳤다.

"야 야 잠깐만"

넘어 질 뻔하다가 간신히 테이블에 걸쳐 책을 놓은 베일런을 대놓고 웃기엔 미안했던지 로이딘과 시테온은 참으려 애썼다. 그러나 루네는 참을성이 없었다. 급히 그녀는 입을 가려야 했다. 첫 시작이 우스꽝스러운 것에 당황한 베일런은 사뭇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 친구들 이제 주목하게. 중요한 부분을 시작하지"

로이딘은 두꺼운 책을 바라보았다. 갈색 양장의 서적이였는데 두께는 한 손만 했다. 제목은 이러했다.

"전투 수도사의 주문 : 개인용"

베일런이 한 손으로 열어 젖히며 입을 뗐다.

"자 봐바 오늘 온 김에 아예 다 해놓는게 좋겠지"

그는 책의 첫 몇 페이지로 넘겼고 목차 부분을 훑어 내려갔다. 그리고 자신이 찾는 부분을 찾았는지 다시 몇 페이지를 넘겼다.

"주문의 개념부터 소개하지. 사실 로이딘이 읽었던 책에서와 같이 딱 핵심적인 개념을 짚을게. "마법인 동시에 신앙의 발현이다." 마법은 인간이 하기 힘든 불가사의한 힘들을 말하잖아? 그것을 우리는 연습하게 될 거야. 피데라의 교단, 즉 피데라시스들은 언령 즉 주문을 중요시 했고 그것을 통해 마법을 쓸 수 있단 거야"

한 템포 잠시 쉬다가 수업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주문은 또 뭐냐? 짧은 문장이나 경구를 말하는데 이게 효력이 발휘되려면 암송을 해야거든? 근데 암송은 무지하게 쉽잖아? 입으로 내 뱉고 마음으로 떠올리는. 그게 다야"

시테온이 질문하려는 것을 눈치챈 베일런이 검지를 들어올리면 말을 이었다.

"자자 그래서, 어느 나라 신화속의 수리수리 마수리를 외치듯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거야. 다만 우리 피데라시스들은 완전히 같은 건 또 아니거든. 신앙의 발현. 즉 마음을 다해 입으로 외치며 신념대로 이루어지길... 아 미안 그건 조금 오류겠구나. 신념대로 일어남을, 바람이 아니라 신념대로 실현됨을 선언하는 것이지"

시테온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개념이라 고개를 갸우뚱 했다.

"수리수리 말씀하셨듯 다른 종교에서도 그러한 경구 암송은 하지 않나요?"

베일런이 부가 설명을 했다.

"비슷하지만 좀 더 개성이 있어. 바로 각자만의 신념을 표하기 위해 그 주문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야. 어때 신나지 친구들? 같은 거 주구장창 외우지 않고 내가 만든 주문이 있다는 것!"

억지로 띄우는 베일런을 심드렁하게 바라보던 루네는 시선을 내려 조용히 책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수도사로 보이는 이가 동굴 속에서 괴물과 맞서 싸우는 장면인데, 평면적으로 입에서 글자들이 나오고 가슴에서도 글자들이 나와서 둘이 합해져 동굴을 꿰뚫는 빛이 괴물을 관통하는 그림이었다.


베일런이 말했다.

"그래서 완전히 일치된 문구가 개인에게서는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피데라시스의 효력있는 문구들의 집합이 바로 이 책에 담겨져 있는 것이고 각자의 주문이 조합을 하기 때문에 비슷한 듯 다르지."

"그러면 각자의 주문을 고르는 기준이나 방법은 뭐죠?"

로이딘이 물었다. 그러자 베일런이 페이지를 또 넘기더니 멈추고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각자의 주문을 고르는 건 나중의 일이고 어느정도 숙달 되었을때만 가능해. 일단 토대가 될 기본적인 주문은 우연에 맡기고 있어"

"네?" 뭔 소리인가 싶어 시테온이 물었다. 우연이라니?

"우습겠지만 얀자 원장님이 말씀하셨듯 그리고 자네들이 들은 말처럼 우연이 운명이 된다 하지 않았어? 그래서 각자의 개성은 나중의 일이고 다만 위계는 없이 온전히 책에 펼쳐진 바에 따라 배우게 된다네."

"아니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조금 무례한 듯 말하는 시테온은 기대했던 바와 달랐던 건지 불만을 터뜨렸다. 자기의 손에서 당장 불이라도 나갈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베일런은 참을성있게 답해주었다.

"이 기본 원칙을 세우기까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알아? 오히려 서로에게 주문을 쓸 정도로 싸워댔고 이 전통은 약 백년 전에 간신히 수도사들끼리 합의를 본 거야"

하긴 모두들 인기있는 주문을 배우려고 할테니 그럴만도 하다 생각한 로이딘은 물었다.

"그럼 저희는 지금 첫 주문을 배우게 되는 걸까요?"


베일런이 미소 짓고는 맞다며 두 손으로 책을 온전히 덮었다. 그리고 잠시 책에다 손을 얹으며 기도했다.

"이제 세 사람이 쓰임 받기 위해 그리고 영광을 실현하기 위해 그 신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데라께서 살피시어 농부에게 쟁기를 주시듯 이들에게 그 도구를 주시옵소서"

순간 정적이 흘렀다. 로이딘과 시테온, 루네는 무언가 싶었는데 베일런이 살짝 왼쪽 눈을 뜨더니 자신의 손으로 입을 갖다대는 척을 하며 신호를 보냈다. 그제서야 눈치를 챈 세 사람은 두 손으로 입에 손을 가져다 대었고 기도는 마무리 되었다. 베일런은 입을 뗐다.

"누가 먼저 그럼 이 책을 열어 볼 텐가?"


"가장 부담 없는 제가 먼저 하죠"

시테온이 먼저 나서서 이미 베일런 옆에 서서 책을 만지려 했다. 베일런은 그에 앞서 다시 한번 조언했다.

"페이지를 한 번 펼친 이상 그 어떤 요구,발악,억지,거부,부정은 절대로 안 통하네 알겠나?"

그가 나열한 단어들을 보니 그간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행동을 보였나 보다.

시테온이 알겠다며 쿨하게 열어젖혔다. 그는 살짝 끝으로 간 페이지를 펼쳤다. 그리고 곧바로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이 자의 신념은 "치유"요, 많은 이들을 살릴 손이 될 것이다 주문은 이러하니 "레피오, 피데라여 당신의 피조물을 온기로 살피소서" ]

시테온은 대단히 만족해하는 표정이었다. 그간 될 수 없었던 텝 오부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다른 종교에서 실현하게 되니 감정이 오묘했지만 일단 기뻤다.

"해냈다! 근데 이거 도박 아니.."

"조용, 자 돌이킬 수 없네"

베일런이 약간의 진실이 담긴 시테온의 상기된 솔직한 말을 멈추게 했다. 이제 베일런이 루네를 쳐다보았다. 시테온은 의기양양하게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잔망스럽게 루네의 얼굴 앞에서 자신의 두 손을 휘저으며 놀렸다.

"레피오 얍얍! 아프면 나한테 말해 하핫!"

"조용 조용, 진지한 시간이야 시테온 입을 다물게"

입을 앙 다문 루네가 조용히 오른손 팔꿈치로 그의 허벅지를 찍어눌렀다.

시테온은 꾸중을 들어 부끄러운 동시에 아파해야 했으므로 바로 손을 내리며 입을 닫고 무언의 몸부림을 치며 빠져나왔다.


이제 루네가 일어섰다. 루네는 굉장히 자신있는 발걸음으로 팔을 걷어올리며 베일런 곁으로 왔다.

머리까지 귀로 넘긴 루네가 베일런에게 짧게 물었다.

"갑니까?"

눈치없는 베일런이 답했다.

"응? 가긴 어딜 가 펼쳐야지"

"그니까 펼치냐구요"

"아..그래 맞아 네 차례야 그리고 페이지를 한 번 펼친 이상 그 어떤 요구,발악,억지,거부,부정은 절대로 안 통하네 알겠나?"

루네는 끄덕이며 후! 하며 숨을 내쉬고는 무거운 것이라도 올릴려는 기세로 책을 양쪽으로 잡았다.

그리고 거세게 책을 펼쳤다. 루네가 펼친 페이지는 거의 중간에 가까운 페이지였다. 바로 들입따 고개를 가져다 댄 루네는 바라보았다.

[이 자의 신념은 "폭풍"이요, 많은 이들에게 경외가 될 것이며 적에게는 공포가 될 것이다. 주문은 이러하니 "아엘리아, 피데라여 당신의 피조물이 폭풍처럼 몰아치게 하소서"]

루네도 눈이 밝아지며 입에 미소가 가득해졌다. 간만에 밝은 미소를 본 로이딘과 시테온는 무슨 주문이길래 저리도 밝은 표정을 지을 까 싶었다. 새삼스럽게 루네가 미녀라는 것을 두 친구는 깨달았다. 그간 헝클어진 머리의 전우였다가 찰나의 순간에 이성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루네는 머릿 속에서 벌써 그림을 완성했다. 자신이 활을 쏜다면 이 주문과의 조합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걸어들어오는 호리호리한 그녀의 키가 앉아서 보니 유난히도 커보였다. 그리고 활을 쏘는 자세로 잠시 로이딘과 시테온에게 활 시위를 빠르게 놓는 제스처를 취해보였다.

"쉭!"

철 없는 두번째 친구도 베일런은 조용히 하라며 앉혔다.


이제 마지막 남은 사람, 로이딘의 차례였다. 그가 일어섰다. 로이딘 자신은 어떤 주문을 얻게 될지 긴장하고 있었다.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시테온이나 루네 못지않게 좋은 주문이 나와야 할텐데. 테이블에 선 그의 두 손은 이제 책에 가 있었다. 책을 세운 채 페이지를 펼칠 무렵 시테온과 루네에게 하듯 베일런이 말했다.

"자 로이딘, 페이지를 한 번 펼친 이상 그 어떤 요구,발악,억지,거부,부정은 절대로 안 통하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로이딘은 두 손이 미세하게 떨림을 느끼며 책을 열어 젖혔다.

그의 손들은 책이 초반부 페이지를 열게 했다. 내용은 이러했다.

[이 자의 신념은 "신념 그 자체"요, 많은 이들을 감화시키고 정신적 지주의 사명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주문은 이러하니 "피데인티, 피데라여 피조물이 빛으로 어둠을 뚫게 하소서" ]

놀란 이는 오히려 베일런이었고 동공이 크게 커졌다.

"세상에나..."

로이딘은 사실 책을 열어젖힐 때 눈을 질끈 감고 펼쳤는 데 눈 떠보니 베일런의 반응이 더 눈에 들어왔다.

더욱 놀라운 건 베일런 뒤쪽의 책장 근처에서 형태가 바로잡히더니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며 베일런 가까이에 나타난 것이다. 순간 기겁을 한 시테온이였지만 온 시선이 로이딘과 책으로 가 있어 무슨 일인가 싶었다. 루네와 로이딘도 뒤에 나타난 투명인간으로 인해 깜짝 놀라 소스라치게 놀랐으나 베일런이 입을 벌린 채 로이딘을 두 손으로 감싸며 진정시켰고 루네는 혼자서도 이내 잘 추스렸다.

뒤쪽의 남성은 자신을 소개하며 진정하라는 듯 팔을 뻗고 흔들었다.

"자자 친구들? 놀라지마 나는 페이지를 한 번 펼친 이상 그 어떤 요구,발악,억지,거부,부정을 막기 위해서 증인이 되는 담당자 랜드야. 목격자이자 담당자이기도 하지. 여튼 그것보다는..."


베일런 곁으로 다가온 랜드가 펼쳐진 페이지를 보게 되었고 그도 베일런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윽고 베일런과 랜드는 서로를 마주보며 무언의 신호를 주고 받으며 끄덕였다.

랜드가 말했다.

"선지자가 될 재목인가보군."



44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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