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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빛의 여정 75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75화 / 7장 흐려지는 하늘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75화 / 7장 흐려지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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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는 두마리의 말을 더욱 재촉였다. 수레는 요란하게 굴러가며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뒤에서 쫓아오는 추적대원들은 어떻게든 마부를 잡기 위해 속도를 높이려 애썼다. 그들은 굽어 있는 길을 돌아 숲으로 향했는데 마부의 수레가 돌면서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졌다. 말 위에서 창을 휘두르려는 추적대원과 바로 옆에서 마주쳤고 순식간에 창날이 그의 옷깃 근처까지 오더니 마부가 앉은 수레 벽을 때렸다. 마부는 놀라며 급히 몸을 반대로 눕히면서 피했다. 누운 방향 가까이에도 추적대원이 옆으로 붙어 창으로 찌르려 하자 마부는 잠시 고삐를 놓고 손바닥을 창으로 향했다.


수레를 끄는 두 마리의 말은 고삐가 풀렸음에도 방향 전환없이 영리하게 그리고 재빨리 계속 앞으로 달려나갔다. 마부가 손바닥을 창으로 향하자 달려들어오는 창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창을 쥐고 있던 당황한 추적대원이 허공에서 무언가에 잡힌 느낌이 들어 급히 빼려하자, 창날이 좌우로 이등분되어 갈라지더니 고스란히 창대마저 정확히 반으로 갈라지면서 팡!소리를 냈다. 깜짝 놀란 대원이 창을 놓쳤다. 반쯤 누워 창을 피했던 마부가 다시 몸을 제대로 일으켰다. 또 언제 어떻게 수레에 올라 탔는지 어느새 뿔나빨이 사라진 빈 수레에 대원 한 명이 검을 들고 앞에 있는 그를 향해 균형을 잡으려 애쓰면서 공격하러 오고 있었다. 오른쪽의 공격은 잠시 무력화 되었지만 왼쪽의 창날은 계속 헤집어 들어오고 있었고 뒤쪽에서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바람에 마부가 빛이나는 손으로 고삐를 잡으면서 왼쪽으로 힘껏 끌어 당겼다.


이때 말들이 크게 소리치며 앞 발을 들고 오른 방향으로 머리와 몸을 돌린 채 급하게 멈추었다. 이때 수레는 왼쪽으로 균형을 잃었고 공중으로 붕 날아오르면서 마부는 공중에 떠 있는 자신이 날아가지 않기 위해 단단히 고삐를 잡아 쥐었다. 수레 안에서 걸어 오던 추적대원이 눈을 크게 뜨다 수레와 같이 날았다. 하지만 수레는 무거웠고 그는 가벼웠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저 멀리 날아가 숲의 나무들 사이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또 한편으로 수레가 왼쪽으로 돌며 붕 뜨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창으로 옷깃을 스치게 만든 추적대원과 그의 말을 덮쳤는데 세심하게도 안장 위의 사람만을 날리고 달리고 있던 말은 건드리지 않은 채 다시 내려 앉았다. 창을 잡고 있던 추적대원이 충격에 못 이겨 날아갔다. 이미 수레에 부딪혀 정신을 잃었으나 운이 없게도 스쳐 지나가는 나무 중 하나에 그의 흉부가 부딪히며 튕겨져 싸늘한 시신으로 저 멀리 사라졌다.


이때 속도를 아예 멈추는 바람에 멀리서 쫓아오던 다른 추적대원들이 순식간에 달려오면서 멈춰버린 수레와 두 마리 말을 포위하기에 이르렀다. 둥글게 에워싼 마부와 수레를 포위하던 추적대원 중 한 명이 마부에게 험한 말로 소리쳤다.

"당장 항복해라, 이 개자식아!"

마부는 땀이 흠뻑 젖은 채 두 손을 어깨 높이만큼 들고 수레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용히 수레에서 내려왔다.

마부에게 외쳤던 추적대원이 고개를 돌리며 다른 추적대원에게 명했다.

"가서 묶어, 오늘 몇 명이나 죽은 거야 대체!?"

그러자 명령을 들은 대원이 줄을 들고 말에서 내려 마부에게 향했다. 헌데 어디선가 기괴한 울음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흠칫 놀란 대원들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고, 냄새와 소리에 민감한 말은 갑자기 불안증상을 보이며 푸드덕하다 앞발을 들며 우는 소리를 했다.

"모두 경계해!"

다시 검을 꺼낸 추적대원들과 인력난으로 "명예" 추적대원으로 뽑힌 대다수의 열성 신자들이 긴장한 채 있었다. 마부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생각했다."큰일 났다"

그러면서 추적대원들에게 외쳤다. 눈을 다시 뜨며 갑자기 뒤로 달려 수레 밑으로 들어갔다.

"살고 싶으면 어서 몸을 피하시오! 괴물이 왔소!"

줄을 들고 있던 추적대원은 뭔 소리인가 하고 멍하니 서 있다가 마부가 수레 밑으로 들어가려 하자 다시 빼내려 달려갔는 데 하늘에서 낮은 음으로 울부짖는 소리가 내려 꽂으며 순식간에 대원의 몸을 날개로 감싸 버렸다. 박쥐시체들이 나타났다. 한 마리가 지상에 포위된 수레 한 가운데에서 내려꽂힌 채로 상륙하자 연이서 무수히 많은 박쥐시체들이 숲 속에서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와 대원들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숲 속은 난리가 났다. 온갖 날개 짓에 죽은 나무 잎들이 사방에서 털리며 퍼져갔고 아가리를 벌여 뭐라도 물려는 괴물을 손으로 제지하려는 대원들과, 이미 공격받아 피를 흘리고 쓰러진 대원, 박쥐시체가 한 방 먹었으나 다시 공격하는 것을 반격하는 대원들이 함성과 함께 뒤 섞여서 숲 속의 비극을 열고 있었다.


마부는 알고 있었다. 박쥐시체가 왔다는 것은 절망의 추종자가 가까이 왔음을. 혹시 캠프의 시체들 때문인가? 수레 밑에서 몸을 웅크려 피하고 있던 그가 면밀히 살펴봐도 박쥐시체 그리고 혈투를 벌이는 대원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절망의 추종자와 그의 수하인 핏빛 늑대도 보이지 않았다. 헌데 멀지 않은 곳에 피데라시스와 잡혀있는 사람이 있고 로이딘과 시테온 그리고 루네가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인간 육신으로써 상처 없는 온전한 품격을 바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심을 한 듯 마부가 수레에 나오면서 바로 앞에 있는 자신의 말 두마리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혼란을 틈타 박쥐시체가 앞을 가로막으면서 마부 코앞까지 들이닥치면서 그의 목을 물려 했다. 그런데 마부의 몸이 동맥이 비추듯 빛줄기가 핏줄기처럼 온 몸에서 드러났다. 공격하려 했던 박쥐시체가 몸에서 뿜어져 나온 빛에 종이가 불에 타 순식간에 재로 변하듯 바로 앞에서 빛을 맞이하며 온 몸이 재로 변하면서 사라져버렸다. 여기저기 비명과 함께 본격적으로 박쥐시체의 마지막 발악인, 인간을 끌어안고 공중으로 올라가 같이 죽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마부는 두 마리 말 중 한 마리에 올라타고 나머지 말은 고삐를 쥔 채 싸움터를 벗어나려 했다. 허나 괴물이든 인간이든 그를 쉽게 보내주려 하지 않았다. 빠져나가면서 박쥐시체는 날개짓을 하며 안장위의 마부를 공격하려다 잿더미가 되었고 대원이 끌어내리려 하자 그 역시도 신성한 몸에 손을 댓던 모양인지 깜짝 놀라하다가 먼지로 사라져버렸다.


재와 먼지로 변한 괴물과 괴물 못지 않은 인간들이 시간이 흐르자 그의 발목을 더 이상 붙잡지 않았고 자기들끼리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었을 때 무사히 마부는 숲을 빠져 나와 캠프로 급하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인간의 육신으로 직감을 발휘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지만 가까이에 절망이 다가왔음을 마부인 피데라는 알아차렸다.



76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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