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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in Aug 08. 2023

사춘기 아이들과의 여행

나의 선택이 잘한 것인지는 꽤나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한국 입시를 치러야 하는 아이들인데

그 중요한 입시를 앞두고 아이들과 미국이라니, 많은 사람들이 말렸었다. 

하물며 미국에 왔으면 기나긴 여름 방학에 아이들에게 유용한 캠프며 체험이 많을 텐데,

주구장창 어른들이 가고 싶은 곳만 여행하다니.

아이들이 아니라 여행을 좋아하는 이기적인 엄마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난 아이들과 이렇게 함께 오래오래 있을 수 있는 이 시간이 눈물겹게 좋다.

허덕이며 쫓기듯이 살아온 시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 그 시간들을 다 보상받는 것 같다.

와이파이나 데이터가 되는 공간에서는 얼굴보기도 목소리 듣기 어려운 아이들이,

여행 중에는 어느새 뭔가 웃긴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몸은 훌쩍 컸는데 마음은 어릴 때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안 보는 것 같아도 슬쩍슬쩍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걷기 싫다 귀찮다 투덜거리면서도 다 걸어주고, 다 보아준다.

불편한 잠자리, 멀리 돌아가는 화장실에도 뭐라 하지 않고,

이것저것 군소리 없이 거들고 도와주고.

요즘 통 잘 안 먹었는데, 캠핑장 장작불로 맛있게 구워주는 고기도 잘 먹고

마쉬맬로 구워 먹는 재미와 그 막대기로 하는 불쇼까지.


한국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로서, 나만큼 호사를 누리는 사람이 있을까.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의 미국체류면 더 좋았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좀 늦게 찾아오기는 했지만.

덕분에 사춘기아이들과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행운아가 되었다.


아이들이 언젠가 자신이 걸어간 길을 돌아볼 때,

청소년기에 여기에서의 이 시간이 자신의 인생을 만드는데, 충분히 좋은 재료가 되었다고.

획일화되고 경직된 모습으로 지내야 하는 한국에서의 시간을, 좀 더 짧고 굵게 보낼 수 있었다고.

날 서고 제멋대로였던 마음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고 훌쩍 커버렸다고.

그렇게 회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젊은 청춘일 때, 세상을 향해 용감하게 나서 보지 못해서 아쉬웠었다.

누구나 가장 눈부신 순간은 찾아온다. 

그 순간이 20대 젊은 날이 아니라 지금이라 좋다.

사춘기 아이들과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이 순간이, 

내겐 가장 청춘이고 젊고 아름다운 순간이 아닐지.

뒷모습을 보니, 이제 정말 다 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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