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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Jul 13. 2024

Chater3.(5) 우리가 사는 세상

유럽 반대편, 또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협력과 갈등, 그리고 발전

인류의 흐름을 이야기 하면서 지금까지 너무 유럽 사회만 이야기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늘날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시선을 돌려보겠습니다.


14세기 말, 동북아시아 지역의 세 나라는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었죠. 중국에서는 초원의 기마민족 몽골을 밀어내고 농경민족 한족이 명나라를 세웠습니다(1368년). 한반도에서는 고려의 막을 내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왕조가 등장했죠(1392년). 일본에서도 남북조 시대가 끝나고 무로마치 막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았습니다(1392년). 흥미롭게도 이 세 나라의 변화는 거의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마치 우주의 섭리가 작동하듯 말이죠.


이들 나라는 각자의 방식으로 통치 체제를 다져나갔습니다. 명나라는 성리학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삼았고, 이를 통해 백성들의 교화를 추구했습니다. '육유(六諭)'라는 여섯 가지 가르침을 통해 효도, 존경, 화목, 교육 등을 강조했죠. 또한 명나라는 교육과 관료 선발 시스템을 체계화했는데, 이는 '신사(紳士)'라는 새로운 사회 계층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들은 점차 지방 사회의 실질적인 지배 계층으로 성장해 갔습니다. 조선 역시 성리학을 국가 운영의 기본 철학으로 삼았습니다.¹ 특히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이성계를 위시하여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하는데 일등 공신입니다. 또한 정도전은 성리학 사상에 기초한 법전 '조선경국전'을 편찬하여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근간을 세웠습니다. 이를 토대로 세종 시대에 이르러 학문, 형벌, 예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리학적 통치 체제가 확립되었고 이는 약 500여년 간 유지되었습니다.  반면 일본은 고유의 신도(神道)와 불교, 도교, 성리학을 절묘하게 버무린 독특한 사상 체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천황을 중심으로 한 국가 지배 사상으로 발전했고, 실질적인 권력이 무사 계급에게 넘어간 이후에도 상징적인 체제로 유지되었습니다.²


임진왜란 당시 주요 전투 경로 (CC0 image, 위키미디어 커먼스)

세 나라는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했습니다. 조선과 명나라는 '사대자소(事大字小)'라는 느슨한 동맹 관계를 맺었고, 조선과 일본은 때로는 적대적이었죠. 이런 관계는 1590년 임진왜란으로 절정에 달했습니다. 7년간의 전쟁 끝에 조선은 명나라의 도움으로 일본의 침략을 물리쳤지만, 이는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동북아시아의 정세는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명나라의 간섭이 심해졌고, 만주에서는 후금(後金)이라는 새로운 세력이 부상했습니다. 조선의 광해군은 이 상황에서 중립 외교를 펼치려 했지만, 결국 실각하고 맙니다. 새로 즉위한 인조는 명나라 편에 섰지만, 이는 후금(나중의 청나라)의 두 차례 침략으로 이어졌죠. 1636년 병자호란에서 인조는 굴욕적인 항복을 하게 됩니다. 한편 일본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 막부를 세우고(1603년) 새로운 통치 체제를 확립합니다. 그는 봉건 영주들을 교묘하게 통제하면서도 그들에게 일정한 자치권을 부여했죠. 특히 '참근교대(參勤交代)' 제도를 통해 다이묘들의 힘을 효과적으로 제한했습니다.³

에도막부 시기 참근교대제를 담은 그림 (19c 추정, CC0 이미지, 위키미디어 커먼스)

이 시기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내부적으로 중앙집권화를 추구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전략적 협력과 경쟁을 반복했죠. 흥미롭게도 같은 시기 교황의 권세에서 벗어난 유럽이 작은 나라들로 분열되어 가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이처럼 동북아시아 3국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을 걸어갔습니다. 이는 마치 같은 유전자를 가진 세 쌍둥이가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는 것과 비슷했죠.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후에 더 큰 변화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1.이동연(2023), 사상사로 본 중국왕조사, 창해.  

2.박영희(2020), 천황제와 신불습합의 교작 연구 - 신불습합의 역할을 중심으로, 국제학논총, 31(0).  

3.양은경(2012), 일본사를 움직인 100인, 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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