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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09. 2024

자기혐오, 내 안의 악마를 물리치다

내가 상처를 받은 이유 8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고

희망에 부풀었던 바로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떠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합리화 아닐까?”


이 생각이 들자,

어제의 확신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불안을 이겨낸 것은 나의 착각이고

나는 불안을 극복한 적이 없으며

그저 한 순간의 감정이었을 뿐이었다는,


내 삶은 달라지지 않았고

지난 삶을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라는 그런 생각.



참으로 지독하다.

끝을 모르는 자기혐오.


내가 찾은 방법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끊임없는 의심과 자기 검열.

나는 이것이, 내가 도저히 끊어낼 수 없는

지독한 자기혐오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희망으로 가득했던 마음은

땅으로 곤두박질쳤고,

불안은 다시 나에게 찾아왔다.


애써 찾은 무기를,

정작 나 스스로가 소용없다고 비웃는 꼴이라니.


생각해 보면, 내가 내 내면을 돌아보고

희망이 보여 확신에 차던 날이면

그다음 날 어김없이 이 악마가 찾아오곤 했다.



“너 그게 정말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

“네 말에 책임질 수 있어?”

“그거 자기 합리화 아니야?”


이 악마는 언제나 엄청난 의심을 안겨주고 떠나간다.


그때 나는 이런 의심으로 인해 불안에 사로잡혔고,

처음 겪는 불안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었다.

하지만 천사 같은 친구의 도움으로 이겨낸 후,

새롭게 힘을 얻고 희망을 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악마가,

내가 불안이라는 감정에 승리를 선언한 다음 날,

내 인생에 희망을 발견해 기쁨에 차있는 나에게

또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다행이다.

오늘은 정신과 상담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는 각오를 다지고 갔다.

선생님 시간을 뺏을까 눈치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다 말하기로.


나는 의사 선생님께

내가 그동안 불안을 회피해 왔음을 고백했다.

불안을 직면하며 이겨내는 방법을 깨닫고

그 방법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었지만,

오늘 아침, 이 모든 게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종종 이런 생각들이 나를 괴롭힌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은 그렇게까지 이해하려고 하고,

그 사람들 편에 서려고 하면서

왜 자신의 편에는 서주지 않으세요?”


내가 그때 느꼈던 감정들은

결코 합리화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인데,

왜 그것들을 합리화로 여기며

나를 공격하는 생각들에게서

나 자신을 보호하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마치 든든한 엄마처럼,

스스로를 돌봐주셔야 해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슬펐다.



나는, 나를 내몰고 있었구나


나에겐 내 편이 없었구나


아무도 편들어주지 않는 이 세상에서

나 혼자 아둥바둥 살아오느라 참 힘들었겠구나.


나조차 내 편이 되지 못하고

나를 벼랑으로 몰아 세우고 있었구나


나는 내 스스로 내몰린 벼랑에서

다시 붙잡고, 다시 기어올라오고,

그렇게 살아오고 있었구나.


이제는 내가 내 편이 되어주어야 겠다.

나를 벼랑으로 내모는 나로부터,

나를 지켜주어야지.






이제 나는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았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내 안의 자기혐오.

나를 주저 앉히고 나아가지 못하게 했던 생각들.


그것은 내가 아니다.

나를 해치는 악마다.


그리고 나는,

나를 지키는 든든한 방패다.


이제는 그 악마가 나를 해치지 못하도록

내가 나를 지킬 것이다.


나는 앞으로 펼쳐질

나의 모험 가득한 삶에서

불안을 없앨 무기를 얻고,

나를 지키는 방패도 얻었다.


그것도 아주 이해심 많고, 포용력 있고,

따뜻하고 희망을 주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방패를 말이다.


그리고 내가 찾은 무기.


어떤 불안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마법저항력 만렙의 무기,

그 무기가 정말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사 선생님께 검증까지 받았다.




나는 이 미지의 세상속에서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다.

나의 방식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그러니까,

꺼져라 이 악마야!









나에게 쓰는 편지


송이야, 나는 너의 고통을 생생히 알아.

그리고 네가 자식과 남편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도 알아.

네가 얼마나 행복을 꿈꾸고,

그것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도 나는 알아.


나는 네가 반드시 원하는 대로

행복에 다다를 수 있다고 확신해.


하지만 송이야, 기억해.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

완벽한 행복도 없어.


그저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 안에서 충만한 행복을 누리는 것,

나는 네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넘어지고 다쳐도 돼.

실수하고 욕먹어도 괜찮아.

내가 너를 위로해 줄게.

네가 힘들 때 내가 따뜻하게 안아줄게.


잠시 쉬었다가, 다시 열심히 살아가자.


네 안의 선한 뜻,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너도 알잖아? 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네가 더 이상 무엇을 더 하지 않아도,

그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대단해.

아픈 마음을 안고 여기까지

너 혼자 온 것도 정말 대단한 거야.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이제 내가 널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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