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와 달빛의 여왕
길거리에 재즈풍의 캐럴이 울려 퍼졌다. 크고 작은 트리와 크리스마스 장식품이 눈에 들어왔다. 카페의 메뉴판에는 진저브래드가 올라간 핫초콜릿과 트리 모양의 사탕이 올라간 음료가 등장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마스였고, 연말이었다.
티티는 자연스레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걸었다. 연말에는 퇴근길에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연말 분위기를 즐기러 나온 듯했다. 티티도 자연스레 주변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평소와 같은 해와 달 아래에 있었으나 마음이 한결 따뜻해졌다.
티티가 막 공원을 지나갈 때였다. 공원 한편에서 바이올린 연주 소리가 들렸다. 귀에 익숙한 소리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연말과 꼭 어울리는 잔잔한 선율의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의 연주는 이전처럼 차분하고 섬세했다. 연주 스타일이나 선곡이 과거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이전과 달리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사람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그의 연주를 들었다.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고, 연주자가 발치에 둔 케이스에 돈을 넣어두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더는 창백하지 않았다. 그의 두 뺨은 기쁨과 설렘으로 상기된 채였다. 달빛의 여왕을 만난 후, 바이올린 연주자는 달라졌다. 그의 눈빛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꿈과 예술, 미래에 관한 확신이었다. 티티는 말없이 미소 지으며 공원을 지나쳐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달빛의 여왕에게 직접 작위를 수여받은 그를 비웃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거만하고 제멋대로인 경제 장관과 여타 장관들도, 항상 비관적이기만 한 키 큰 사람들도, 과거에는 무관심하게 그를 지나쳐가기만 했던 군중도.
바이올린 연주 소리는 오래도록 연말의 공원에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