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방울 Oct 27. 2024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다꾸다꾸

제가 만든 가수저라를 드셔보시겠어요?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를 보고 떠올린 건 '미스터 선샤인'의 한 장면이었다. 애신이와 쿠도히나가 무지개 카스테라를 먹는 장면. 조선의 땅에 흔하지 않은 빵이 들어왔다. 제한된 사람들이 묵는 호텔에서 커피(가베)를 마시기도 했던 그 시대.



카스테라는 18세지 조선통신사가 일본에서 대접받은 간식이라고 한다. 서양에서 온 카스테라는 한자 표기로 가수저라로 적힌다고 한다. 가수저라라는 말이 생소해서 찾아봤더니 그 유래가 흥미롭다.


한정영 작가님이 쓰신 책과 딸이 먹기 전에 얼른 찰칵!
신세계푸드 사이트 사진 캡쳐


신세계푸드 사이트 사진 캡쳐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를 받아 들었더니 출판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한 책이었다!

받아 든 표지에서 갓 구워진 카스테라에서 달콤하고도 고소한 향이 나는 듯했다. 달콤하고 따끈한 카스테라 이야기가 아닌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 다미의 비장한 혼잣말로 시작된다.



다미는 아버지와 순남 오라버니와 살아가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병졸들에게 잡혀가 고초를 겪고 어깨뼈가 부서지고 고통을 참다가 혀가 잘려 돌아왔으니 끔찍했던 다미의 삶이 그려진다. 몸을 잃은 아버지와 역병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윤초시의 아들 순남 오라버니를 돌보는 다미. 다미를 지켜주겠다던 사내 둘은 오히려 반대의 신세가 되었다. 고되고 고된 다미의 일상.



지금의 숨 막히는 올가미에서 벗어나 궁녀가 되어 궁에 들어가고 싶은 꿈을 꾼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서 견디기 힘들었으리라.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마음. 역관이었던 아버지에게 배워 글을 읽고 쓸 줄도 알고 한어도 할 수 있는 아이. 음식 솜씨가 좋은 엄마처럼 요리도 잘하는 재주 많은 아이. 다미는 궁에 들어가도록 다리를 놓아준 조상궁을 따라 빙허각 어른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빙허각이라는 분 덕분에 다미의 삶을 다르게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다미의 용기 있는 행동, 결국 삶을 선택하는 그의 결단이 가장 중요했을 테지만.



다미가 필사했던 <규합총서>를 쓴 여인. 그 시대 글을 쓰고,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는 많지는 않았을 것인데  소설 속 인물인 빙허각이 실존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조선시대 실학자 33인 중 유일한 여성 실학자. 이 시대 이런 인물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죄송하기도 하고 이제야 알게 되어서 속상한 마음마저 들었다. 지금이라도 소설을 통해 알게 해 준 작가님께 깨알 감사를 전해본다.



다미의 엄마는 그 시대 다미에게 글을 가르치며 자신의 재주로 세상을 살라고 말해주는 엄마였다.

너는 너의 재주를 믿고 살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올 거야.
그런 세상을 만들고 올게.

조선시대 천주교가 종교적 탄압과 박해를 받던 그 시절, 다미의 엄마는 그 말을 끝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다미의 엄마와 다르지 않은 말을 해주었던 빙허각 어른은 다미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고나 할까. 읽는나에게도 마음속에 왠지 비장한 각오가 생기게 만들었으니까.


<빙허각 어른의 말>

"나는 스스로 '빙허각'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홀로 내 삶의 주인이 되겠다는 뜻이다. "


"내 시숙이 그러더구나 어떤 땅이든 사람의 손길에 따라 달라진다고. "

이 말은 마치 어떤 사람이든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처럼 들렸다. 다미의 엄마, 빙허각 어른, 다산 정약용, 파주댁과 김무생 등 다미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던 사람들.


"이제부터는 네 손끝을 네 입맛과 네가 진심을 다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믿어라."


요리하는 내용이라 그런지 흑백 요리사도 생각나고, 거기서 나온 에드워드 리도 생각났다.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에드워드 리는 위스키를 마신다. 한국의 이름을 가진 '균'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인의 정서인 '情'을 느끼며 떡볶이에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 그 모든 모습이 그의 것이다. 그 무엇도 모순될 것이 없다. 미국인으로서 살아가지만 자신 안에 있는 한국의 피를 잊지 않고 전 세계에 한국의 음식을 알리겠다는 그의 말은 늘 울림이 있었다. 그가 말하는 것들이 모두 진심이어서 정말 눈가가 촉촉해지곤 했었다.



다미도 자신이 하는 행동에 모두 진심인 아이다. 다미는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가 가진 환경을 바탕으로 새로 태어난다. 역적의 딸로 모진 일들을 겪었지만 자신이 가진 재능과 자신만의 생각으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제가 만든 가수저라를 드시겠어요?" 다미는 그렇게 당차고 용기 있게 자신의 꿈을 이루어내기 시작했다.





<다산 정약용의 말>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자꾸 해보려는 사람을 좋아한단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세상이 세상이 좋아지기 때문이지.


"새로운 것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용기가 더 필요한 때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혹여 네가 실패하더라도 그 이후에 또 다른 누군가가 네가 갔던 길을 가게 될 것이고, 그 길은 네가 가려했던 길보다 수월할 것이다. 처음 용기를 내는 것이 그래서 어렵고 힘든 일인 것이지. 뿐만 아니라 아주 값어치 있는 일이란다.


다산 정약용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이다. 책 속에서도 18년간의 유배생활을 하면서도 학자로서 많은 저술을 썼던 것은 그가 소설 속에서 말한 것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었으리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걸어간 길보다 더 수월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미에게 닿은 그의 말들은 내게도 닿아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되었다.


조상궁의 도움으로 궁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순간에 그토록 원하던 자리를 뒤로 하고, 자신의 재능을 펼쳐 새로운 것을 도전하게 된 말들이었을 것이다.


이번 다꾸의 포인트는 다이어리를 꾸밀 때 카스테라의 느낌을 담고 싶어 색상지를 덧대어서 꾸며보았다. 처음엔 모르겠지만 설명을 들으면 아마도 '아하, 카스테라를 표현한 것이구나.'하고 뒤늦게 카스테라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 시대의 역사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어서 좋은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다 좋았다.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미래로 가기 위한 위대한 꿈틀거림, 우리들의 멋진 날갯짓을 위해 파닥파닥, 꿈틀꿈틀 꿈틀거리기로 하자!

나는 다미가 만든 가수저라처럼 세상에 무엇을 따뜻하게 만들어 내놓을 것인가!

'제가 갓 지은 브런치 한 점 따끈따끈 잡수시겠어요?'


#조선으로온카스테라 #한정영 #독서다이어리꾸미기 #다꾸 #독서다꾸 #다이어리







이전 09화 난 나의 춤을 춰, 다꾸다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