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산책길

행복할 수 없는 사람

by 차안 Feb 16. 2025

시냇물은 졸졸 소리조차 내지 않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바닷물이 들어 차,

뇌주름을 따라 신나게 항해하는 선박들의

뱃고동이 요동친다.


바닥에는 진눈깨비가 쌓여가고 있지만

귓바퀴에선 모기 두 마리가 격렬하게 사랑하고 있고,

오늘 하루 먹은 것이라고는 냉기뿐이지만

기도로 흘러넘치는 토사물이 심장으로 역류한다.     


나는 이미 목젖의 미세한 떨림에도 반응하며

아, 하고 짧은 신음을 튕겨낸다.

그렇게 뱉어진 것은 진한 산성을 띄어

눈은 지독한 소리를 내지른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뱃고동보다도 요란하고

모기 한 쌍을 처참하게 짓이긴 후,

이내 심장마저 멎게 만든다.     


‘아’

그 속에

그 모든 것이

담겨있기에.

이전 03화 규칙병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