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고 산타 보러 가자

산타를 만나는 방법

by 엄마참새

“오늘 어린이집 마치고 비행기 타고 산타 보러 가자.”

막내가 말했다.

비행기를 타려면 여권이 있어야 하고 티켓 살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애써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그곳은 아주 먼 곳이라서 당장 갈 수는 없다고 말해주었다. 핀란드의 산타마을이 아이 말처럼 어린이집 마치고 버스를 타듯 다녀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더 나은 세상을, 다투지 않고 서로 보듬어 주는 마음을, 다양한 생각들과 삶의 모습이 어우러지는 나라에 대해서, 서로를 보듬어주는 문턱이 낮은 공동체에 대해서 말이다. 때때로 이런 생각이 뜬구름 같은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아침에 아이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비행기 타고 산타 마을에 가는 게 지금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내가 바라는 세상도 과연 꿈꿀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라고 말이다.


갑자기 비행기 타고 산타 마을에 가고 싶어진다. 지금 당장 티켓을 끊고 갈 수는 없지만 정말 원한다면 그날을 준비할 수 있다. 언젠가 이루어질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늘의 나도 애쓸 수 있는 것이다. 가까운 이에게 다정한 말을 하고, 잘 모르지만 같은 길을 걷는 이웃과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에게 따스한 인사를 건네는 것과 같은 일을 말이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어색해서 고개만 살짝 숙이고 마는 나지만 이따금 기점에서 내리게 될 때는 용기를 낸다. 종점 운행을 마친 기사님을 위한 인사에는 용기가 생긴다. 그리고 앞선 나의 인사 뒤로 같은 인사를 나누는 이가 있을 땐 머지않아 용기를 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인사할 날이 오리라는 기대도 하게 된다. 누군가의 수고를 당연시하지 않고 고마워하는 마음, 아픔의 시간을 겪고 있는 이를 향한 연결된 마음이 보편된 마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사실 아이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산타를 만난다. 아이에게 크리스마스는 산타가 선물 주는 날이니까. 그것을 믿는 한, 아이는 언제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 산타를 만난다. 산타의 얼굴이 아니라 선물이 곧 산타를 만나는 일이니까.


나도 여전히 믿는다. 언제고 더 나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우리는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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