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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2 - 미국과 한국 대기업 간 차이

연봉 2배 상승, 휴가 무제한, 그럼에도..?

by 담낭이

내가 가진 경험 중에, 그래도 남들에게 공유할 만한 의미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한다면,

나름대로 2년 6개월간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 중 하나인 삼성전자를 다녔다는 것과,

미국에서도 대기업에 준하는 Qualcomm이라는 세계 최고 Fabless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두 회사의 회사생활, 문화, 보상 체계 등의 비교를 통해,

미국과 한국의 대기업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나의 경험이 모든 상황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반쯤은 재미로, 나머지 반쯤은 궁금증으로 읽어준다면 좋겠다.



1. 평가 체계 - Peer Review

미국 회사에서는 AR(Annual Review)를 진행하면서, 우선 먼저 'Peer Review'라는 것이 진행된다.


이 부분이 가장 껄끄러우면서도 당황스러운 것이

1년간 함께 일했던 사람에게, 나에 대한 평가를 요청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매니저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한국이라면, 마 우리가 남이가, 를 시전 하며, 웬만하면 좋게 좋게 써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곳은 어떤 의미에서 정말 냉정한 평가가 진행된다.

내가 1년간 해왔던 행실을 직급이 높은, 혹은 직급이 낮은 다른 동료 직원의 눈을 통해 평가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 대한 업무를 같은 의미로 정확하게 평가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평가 시스템을 실제로 처음 겪어보니, 생각 이상으로 부담스러웠다.

실제로, 실리콘벨리의 구글 같은 빅테크들에서도

이런 peer review가 동료 간에 너무 가혹한 시스템이라고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다고 하는 기사도 있었다고 하니, 비단 이런 감정은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닐 듯하다.


경험해 본 다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일은 일이고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껄끄러울 것도 없고 일을 위한 당연한 절차라고 하지만

아직 소심한 나는 적응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2. 한국은 집단주의, 미국은 개인주의

예전 삼성에서 근무할 때는, 팀 단위 (200명 여)로 활동하는 행사가 많았다.

팀장님(상무)과 함께 회사 근처를 걷는다거나, 다 같이 어디론가 놀러 가는 등,

다 같이 활동하는 것을 매우 강조했다.


심지어, 팀의 분위기와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CA'라는 것이 존재했고,

이 CA는 매년 새롭게 선발되며,

1년간 자신의 일 모두를 제쳐두고 팀의 단합력 상승(과 팀장님 보조..)을 위해 일을 해야 했다.


그에 반해, 미국은 확실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예전 삼성에서는 한 층에 200명 정도가 우르르 몰려 있어

일도, 쉼도 모두가 공유하는 분위기였다면,

이곳은 각각 개인이 자신의 오피스를 가지고 있어, 아주 private 하게 일을 할 수 있다.

(최대 2명이 하나의 오피스 사용)


또한, 회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서로 좀 더 친분이 있는 팀은 점심시간이나 업무시간 이후에 gathering을 할 수는 있겠으나,

공식적인 분위기로 단합을 위한 회식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점심시간이라는 것도 없다.

예전 삼성에서는, 팀 별로 점심시간이 존재했고,

그 점심시간이 되면 팀원들 모두가 우르르 내려가 식사를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미팅 시간이 전부 다 다르기 때문에,

그냥 각자 알아서 점심을 먹으면 된다.


좀 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나지만,

이곳의 철저한 개인주의 문화를 겪다 보면 가끔은 예전 삼성의 문화가 그립기도 하다.


3. Global 한 근무 환경 (미국, 인도, 등..)

미국에 와서 적응하고 있는 가장 큰 부분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사람들과 업무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비영어권 국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일을 할 때면, 서로가 서로의 영어에 적응하느라 진이 빠질 정도.


삼성도 물론, 해외 직원이나 해외 vendor들과 일 할 기회가 많이 있었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업무는 한국인과 소통하면 되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본사인 San Diego부터 다양한 인종이 존재하고,

각 나라에 위치한 Qualcomm 소속 엔지니어와 다양한 업무 교류가 일어나기 때문에,

확실히 한국에서 일하던 때보다 더 글로벌한 느낌을 받는다.


4. 자율 근무 시간 제도

우선 이곳 미국은 재택근무가 허용된다.

Qualcomm의 경우 최근 주 2회에서 4회 출근으로 출근해야 하는 빈도가 늘어나긴 했지만,

딱히 강압적인 분위기도 아니고,

출근을 하면 반드시 8시간을 채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출근해서 하루 3-4시간 정도만 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대부분 금요일은 출근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삼성을 비롯한 한국은 아직도 근무 시간으로 업무 평가 줄 세우기를 한다.

물론, 삼성도 원론적으로는 자율 출퇴근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가장 큰 다른 점은,

이 자율 근무 제도에 대한 실무자들, 특히 매니저들의 생각이다.

자율 출퇴근임에도, 인사팀은 월 최소 근무시간 보다 10시간 이상 일하지 않으면,

각 파트장들에게 경고성 메일을 보내고,

실제로 내가 있을 시절에, 어떤 한 팀의 팀장님은, 대놓고 직원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단다.


"자율 출퇴근이니 뭐니 해도 일단 내 기준은 누가 더 오래 앉아있냐예요.

근무시간 기준으로 리스트업 해서 나한테 보고하도록 해요."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근무 시간은 정말로 유연하다. 반드시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곳에서는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위에서 말한 대로, 글로벌한 근무 환경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다른 국가,

특히 인도 엔지니어들과 일을 해야 하고,

미국과 12시간 30분이 차이나는 인도 직원들과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가끔 저녁 늦게까지 집에서 일을 해야 한다.


또, 최소 근무시간이 존재하고, 출퇴근 시간이 자동으로 기록되는 삼성에서는,

오히려 마음만 먹으면 마음껏 오버타임을 해서 월급을 추가로 가져갈 수도 있다.

(물론 악용하면 그것도 지적당하겠지만)

그러나 이곳에서는, 내가 하루 8시간 이상을 일했더라도, 8시간 이상 일했다고 보고하기가 쉽지 않다.

8시간 이상 일한 경우 그 이유에 대해 매니저에 매번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눈치 많이 보는 직원은, 어떤 의미에서는 삼성 시스템이 더 편하기도 한 것 같다.


5. 제한된 보상 체계의 한국, 무제한의 보상을 보장하는 미국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은 연봉의 상한선이 없다는 점이다.

삼성에서는, 일정 직급 이상이 되면 자연스레 연봉이 수렴하게 된다. 임원이 되지 못하는 이상.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론상 제한이 없다.

미국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매년 지급되는 Bonus가 현금 이외에 주식 형태로 지급된다는 점인데,

특이하게도, 바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지급 예정 (Granting)과 실제 부여 (Vesting) 되는 기간이 따로 존재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회사는, 좀 더 붙잡아 두고 싶은 직원을 주식의 형태로 잡아두고,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어마무시한 주식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성과를 잘 내는, 능력 있는 직원들에게는

확실한 결과 보상을 주는 미국 회사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만큼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겠지만 말이다.


6. 짧은 근속 기간과,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layoff

미국 회사가 보상을 이리 많이 주는 데는, 직원들의 짧은 근속 기간도 한몫하는 것 같다.

실리콘 벨리의 평균 근속 근무 기간이 3년 정도라 하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매력적인 점은,

한국은 삼성전자 보다 더 좋은 IT, 특히 반도체 기업을 찾기 어렵지만,

미국은 Qualcomm 이외에도, Apple, Nvidia, AMD, Google, Intel, MS 등

여러 좋은 회사들이 즐비해 있다.


그래서 각 기업마다 인재를 잡아두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이를 통해 직원들을 위한 더 나은 보상체계가 구축되어지는 것 같다. 철저한 시장 논리로 말이다.


반면에, 또 언제든지 layoff, 정리해고가 가능한 곳이 미국이다.

실제로 지금 Qualcomm에서도 조만간 대규모 layoff가 예정되어 있고,

이로 인해 일부 직원들, 특히 미국 비자나 영주권이 불안정한 직원들은 매우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더 많은 수입은 불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의 Samsung이냐,

더 많은 수입 대신 항상 불안정한 상황에서 일해야 하는 Qualcomm이냐는

정말 그 어떤 것이 더 낫다고 하기 힘들 정도로 각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마치며....


어쩌다 이직, 갑자기 미국 1부에서는

우연히 벌어진 나의 미국 회사 면접 스토리에 대한 내용과 에필로그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앞으로 더욱 미국 회사 생활에 적응해 가며,

실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나의 회사 경험들을 조금 더 재미나게 풀어 볼 예정이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으로 내가 성장하기를.

그리고 성장하는 나로 인해 누군가가 또 다른 좋은 영향을 받아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어쩌다 이직, 갑자기 미국 1부 - 인터뷰 편 (끝)


앞의 글 다시 보기

1화: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

2화: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야지요

3화: 세상에 비밀은 없다더니

4화: 인생 처음 경험해 본 영어 인터뷰

5화: 이건 내가 예상했던 바가 아닌데

6화: 이러다 진짜로 미국 가는거 아니야?

7화: 내가 스스로 합격시킨 미국 이직

8화: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

9화: 에필로그1 - 미국 회사 면접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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