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이 아니라 창문 밖에서 우글거리고 있는 것들을 봅니다 빛처럼 음악처럼 일렁이다가, 깜박깜박 박자에 맞춰 점멸하다가, 빳빳이 곤두선 채로 부지런히 입술을 여닫고 있는 몸들 입니다
밤새 우글우글 앓아온 열 때문에 벗겨진 입술을 가진 사람이
긴 사연을 말하기 위해 내 앞으로 다가와 앉는 오후
대화는 피부 위에 문양처럼 옮겨와 앉습니다
돌처럼 고요한 말들은 고요한대로 무겁습니다
당신은 눈꺼풀을 느리게 껌벅이고 우린 점차 덫에 가까워지는데
톱니처럼 서로 맞물린 시간 속에는 잘린 새끼손가락이 뒹구는 평원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끝난 약속들이 모여 있는 그곳을 붉게 젖어들다가
단숨에 솟구치는 그 땅을
뜰이라고 불러 봐도 될까요
네가 허락한다면
나는 한 무더기의 잠을 헤치고 씩씩하게 걸어가
움켜쥐고 싶은 손을 찾아 헤맬 것입니다
복종 없이 천진한 얼굴을 들여다볼 것입니다
그럼 뿌리는 몸을 뚫고 나갈 경로를 모색하겠지요
안쪽의 어두움과 바깥의 밝음을 동시에 탐내겠지요
시도하겠지요, 명확한 1인칭으로 피어오르는 방식을
빛과 피를 교환하는 방법을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잘려나간 자리에 나의 세계가 있는데
멀리서 유리 깨지는 소리만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