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생각이 응큼한 게 아니고?
앞머리 매직을 1시간 반 정도 걸려 했으나, 여전히 거울 속 나는 늙어있다.
이마를 가리니까 쪼끔 나아 보이는 착각이 들었다.
30대 후반인걸 속일 수는 없는 거겠지…
하긴 미인인 연예인들도 늙는데, 나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어.
타고난 미인을 제외하고, 좀 이뻐 보인다 싶음 그거 다 돈으로 만든 거라니까.
매직약을 샀지만 영 똥손인 나는 그냥 돈 들여 앞머리 매직을 해야겠다.
미용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오랜만에 입은 티를 보니 배 부분에 보풀이 심하게 일어나 있다.
일여 년 넘게 다닌 시골생활이 나를 참 촌스럽게 만들긴 했다. 집에 와서 티를 거칠게 벗어던지고, 평소 안 입었던 쫙 붙는 니트로 갈아입었다. 갑자기 안 보이던 아니 편하게 막 생활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어제에 이어 낡고 보풀 생긴 티를 벌써 두 개나 버렸다. 사람 한 명 만나고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
아니 어제 보낸 카톡을 아직도 안 읽는 건 뭐지? 선남은 여러모로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내가 마음에 들긴 하는 거겠지?
정말~ 용기 내어, 상담받고 무려 12년 만에 요가 학원 등록했다.
당장 다음 주부터. 회당 7천 원 정도라 빠짐없이 다녀야 한다! 괜찮… 겠지?
우선 힐링요가부터 해서 굳어있는 몸 좀 풀어야지.
아, 쿠팡에서 산 하체가 핏 되는 청바지를 입고 놀랬다.
허벅지는 가늘어지고, 엉덩이 볼륨이 생각보다 있어서.
오오 괜찮아! 괜찮아! 하며 상의를 입는 순간, 튀어나오는 살들을 보며 내 다릿살들이 뱃살 옆구리살로 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잇살인지 내장지방이 찐 거다. 이런… 그래도 얼추 점퍼로 가릴 수 있을 거 같다. 당장 내일 입어야 하네.
선남은 과거 거의 99kg까지 체중이 늘었다고 했다. 남자의 외모를 잘 평가하지 않는 나로선, ”그래요? “하고 대답하며 선남을 흘끗 쳐다봤다.
나처럼 좀 헐렁한 박스티를 입고 있었는데, 허…
여기다 적기 민망할 정도로 근육이 발달돼서 기모티셔츠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살짝 걷어올린 팔뚝은 야생의 사는 호랑이도 맨손으로 잡을 것처럼 꽤 성나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건전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난 왜 이 글을 여기다 적고 있는 걸까?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이 이상형도 아닌데 이상한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 들었다.
엄청 조심스러운 손길로 내 허리를 감싼 그가
거칠게 내 입술을 탐하고, 나는 숨이 턱턱 막히는 그런 생각.
진짜 미쳤다,라고 생각했지만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머리를 휘저어봐도 생각이 나는 걸 어떡해.
이 얘길 하니까 친구는 한 술 더 뜬다.
“바보야, 팔뚝만 보면 어떡해. 허벅지를 봐야지!”
허벅지라니…
차마 얼굴도 지금 어색해하면서 겨우 보는데, 시선을 아래로 해서 허벅지에? 역시 내 친구는 과감하구나.
시선을 아래로 해서 그의 허벅지를 보는 순간, 그 역시 시선을 따라 내가 그를 몰래 보고 있단 걸 알까 봐 두렵다.
그에게 하는 이상한 생각들이 읽힐까 봐 두렵다.
그는 내가 이런 생각한다는 걸 알까? 설마 나보다 더 심한 상상을 할까? 아니면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나를 만나러 오는 걸까?
생각보다 그는 관능적이었다.
아니다, 이런 상상을 하는 내가 관능적인 사람인가 보다.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내가 왜 이러는지… 한편으로는 모든 게 귀찮아져서, 연애고 뭐고 진짜 이게 뭐 하는 거람? 생각도 든다.
그러게, 나 뭐 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