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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블 Jul 24. 2024

해결사 출동 사건_2

“네? 아이를 봐달라니 갑자기 무슨 얘기예요?”


“파출소에 직원이 한 명 밖에 없잖아. 근데 잠시 다른 곳으로 가봐야 하나 봐 그래서 아이를 잠깐만 봐달라고 하더라고. 일단 그곳으로 가야 할 거 같아.”     


“벌써 가게?”  

   

 할머니께서 트레이 가득 다과와 음료를 가지고 나오셨다. 할머니께 좌초지종을 설명드리자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어서 가보라고 고갯짓을 하셨다. 나는 세 명을 떨어져서 바라보다  트레이의 무게로 할머니의 팔이 떨리는 것을 보고 할머니께 다가갔다.     


“많이 무거우시죠? 제가 들어드릴게요. 여기 테이블에 놓으면 될까요?”


“무슨 말씀이세요? 같이 따라가세요.”     


할머니께서 나의 도와드리려는 손을 피하면서 말씀하셨다.      


“네? 저도 따라간다고요? 저는.. 가 봤자 아무 도움도.. 그냥 여기에 있는 게 낫지 않을..”


“아니에요. 여기서 저를 돕지 말고 저 두 명을 같이 따라가세요. 뭔가 도움을 줄 만한 게 있을 겁니다.”


 “하.. 하지만 저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이님이 내 팔을 잡아끌었다.     


“와!! 너무 좋아요! 저희와 함께 가요!” 

    

 이렇게.. 슬프게도 갑자기 이들에게 합류하여 같이 가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이 일 덕분에 이들과 지금과 같은 관계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 내 차키를 가지고 가! 빌려줄 테니까.”     


 할머니는 왼쪽 가슴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공중으로 던지셨다. 그리고 그걸 동현 님이 허공에 손을 뻗어 잡으셨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다녀와..!”


 우리는 동현 님을 따라 천막 같이 생긴 작은 지붕만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엔 소형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 차는 할머니의 비싸고 큰걸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자 어서 다들 차에 타시죠.”     


 차 문을 열고 뒷좌석을 보자마자 나는 멈칫했다. 좌석 시트에 잔뜩 묻어있는 흙과 먼지 때문이었다.  


 “차 시트에 모래가 묻어 있을 수 있는 데 털고 앉으세요.”     


 송이님은 이미 시트에 있는 모래를 털어내고 앉아계셨다. 아마 이런 일이 자주 있었나 보다. 나도 앉을자리의 모래를 털어내었다. 바닥을 보니 나뭇잎과 모래들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게 차 안에 식물을 실었던 것 같다. 빈 화분들이 바닥에 줄지어 놓여있었다.     


 더럽게 방치되어 있는 차를 보니 예전에 들었던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말이 떠올랐다. 여자는 집은 깨끗이 하고 사는 반면 차는 창고처럼 사용한다고 했다. 반대로 남자는 집은 더럽게 써도 차는 깨끗하게 이용한다고 했다. 아마 그 말이 진짜였나 보다..     


 “자리에 다 앉으셨나요?”


 “아! 잠시 만요.”     


 나는 황급히 좌석에 있는 먼지를 대충 털어내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를 뒤로 살짝 빼었다가 빠르게 앞으로 섬세하게 움직였다. 집을 빠져나와 마을 안쪽을 향해 달렸다. 할머니의 집은 마을의 변두리에 위치해 있었고 파출소는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왜 차를 끌고 가는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숲과 숙소만 왔다 갔다 하여 그렇지 알고 보니 마을 중심에서 변두리까지 거리가 꽤 되었다.     


‘끼익’     


 차가 정지하는 소리가 들리고 차는 파출소 앞에 멈췄다. 차를 세우고 안에 들어가자 난감해하는 파출소 아저씨와 아이 한 명이 있었다. 아이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아이는 귀여운 곰돌이 모양의 티셔츠와 곰돌이 모양의 가방을 메고 있었다. 가방에 곰돌이 인형도 달려있었다.     


 “이 아이는 어느 집 아이예요?”     


  태현 님이 가까이 다가가면서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 아이에게 물어보고 있기는 한데 통 대답해주지 않아서... 누구의 아이인지...”     


 옆에서 말을 듣던 송이님이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얘야..! 어디서 왔어? 엄마, 아빠는?” 

    

 아이는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저도 이미 물어봤는데 그게 많이 놀라서 그런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흐음...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던 송이님이 아이를 보더니 다시 물었다.      


 “아가야.. 혹시 뭐 기억나는 거 없니? 그래야 우리가 네 부모님을 찾아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녀의 질문에 당황한 아이가 어쩔 줄 몰라하더니 얼굴이 빨개지고 울음을 터뜨렸다.      


 “죄송해요... 제가...  기억이 안 나서..  왜 여기에 있는지.. 제 집 주변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아요..!”     


 소리 내 크게 우는 아이의 모습에 송이님은 당황했다.     


 “아니야! 괜찮아 울지 마...!! 다그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진짜 뭐 하나라도 기억나는 게 있을지 물어본 거였어..! 실마리가 있으면 도움이 될까 해서..! 그러니까 진짜 울지 마..!     


 아이의 울음에 당황한 송이님은 어쩔 줄 몰라하였다. 아이를 괜찮다고 다독여 보아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 어찌해야 할지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우.. 울지 마..!”     


 곧 있으면 송이님도 덩달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쉬며 다가갔다. 그리고 송이님의 어깨 위에 손을 부드럽게 올려 두드리고 괜찮다고 얘기했다.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고 말했다.     

“괜찮아. 아무것도 잘못된 건 없어. 걱정하지 마. 네가 걱정하는 것도 무서워하는 것도 우리들이다 해결해 줄게. 절대 그런 일 없도록 해줄게. 그러니까 괜찮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이때 이 말을 할 때까지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왜 나는 너무 당연하게 우리들이라고 얘기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내 말을 듣더니 울음을 그쳤다. 송이님도 동현 님도 그리고 파출소 순경도 당황하던 모습을 멈추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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