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집들이 초대에 마음의 소리는 의아함+시큰둥함+귀찮음이 한대 섞었다. 랜선 집들이가 판을 치는 요즘 세상에 집들이를 하겠다니. 가까이 지내면서도집으로 들여 차 한 잔 대접하지 않던 그녀였기에 이번 행동이 의문스럽기만 했다.
어느 날, 그녀는 만나자마자 떠들어 댔다. 드디어 신도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고. 한동안 귀마개를 하고 싶을 정도로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나도 안다. 쉽게 청약에 당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도 청약 당첨만 목 빠지게 기다리다 10년이 훨씬 지나서야 당첨의 맛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그녀의 기쁨을 순순히 함께 했다. 하지만 그녀의 자랑은 도통 브레이크를 밟을 줄몰랐고, 과속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만날 때마다 고장 난 기계처럼 무한 리플레이 반복 자랑을 해댔다. 더 심했던 것은 그녀의 얘기가 날로 업데이트되어 자랑의 양도 야금야금 늘었다는 거다.
건폐율과 용적률이 좋아시야가 끝내줄 거예요.
호수와 바다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뷰 맛집이고요.
곳곳에 공원 조성으로 녹지는 영구 확보에다가
초품아, 중품아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중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라니 말해 뭐예요. 최고죠?
향후 몇 년 안에는 대형 쇼핑몰에 대학 병원까지 들어선다고요요요!!!
귀가 따갑도록 들어서인지 줄줄 욀 정도였다.
만일 테스트가 있었다면 내가 너끈히 백점 만점에 만점을 받을 수 있었으리라.
그 후좀 뜸하던 그녀가 커피 한잔 하자며 다시 나를불러냈다. 그즈음강남 3구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투기 과열 지구에서 해제되었다.그녀는바로아파트를한 채더매입했다고 했다. 그럼 그렇지! 만나자는 목적이따로있었던 거다.
알고 보니 그녀는 그렇게도 자랑했던 청약 당첨아파트바로 옆에 한 채를 더 매입했다고 했다.솔직히 말하자면 그녀가얄미웠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다주택자가 되었다는 부러움이훨씬더 컸다.
청약 당첨과매입한 아파트까지. 이제 그녀의 자랑은 풀세트가되어 상상불가우주까지 날아올랐다.그녀의자랑은 도를 넘은 듯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그 뒤론의도적으로 그녀를 멀리하며 지냈다.계속이야기 들어주다가는 빽! 소리를지를 판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기억에서 흐려질 즈음. 다시 연락이 왔다.
"집들이하려고요. 놀러 오세요~~~"
그녀가 보낸 카톡을 확인한 내 손가락이 미웠다. 에효. 진작 손절했어야 하는 인간관계였는데. 나의 우유부단함에 깊은 한숨이 나왔다.
남들은 발품 팔아 아파트 임장도다닌다던데. 이왕 이렇게 된 거그녀가 그렇게도 자랑한 동네나 구경해 보자 했다. 난 그렇게 그녀의집들이에 응했다.
그런데 산 넘어 산이라고. 집들이에 응하고 나니 집들이 선물이라는 복병이 또 하나 있었다. 검색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초록창에 집들이 선물을 검색했다. 디퓨져, 향초, 접시, 러그... 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전통 집들이 선물 화장지와 세탁세제는 노노. 그건 나도 싫었다.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으로 마시는 물도 딱 그것만 고집하는 그녀였다. 선물을 주고도 욕먹을 짓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고심 끝에 두 손은 가볍고, 욕은 먹지 않을 선물. 백화점 상품권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집들이 선물도 만족스럽게 준비했겠다마음은 가볍기만 했다. 그녀가 알려 준 주소를 찍었다.때마침 라디오에서는 나훈아의 <아파트>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