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은 후회를 낳는다. 하지만 진정한 반성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은 실행으로 이어진다. 지금부터는 이러한 반성과 고민, 더 나은 실행을 꿈꾸는 마음들이 모여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4학년 아이들과 책 읽기에 푹 빠져 지낸 독서 교육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교육 경력 대부분을 저학년 담임으로 채워 오던 나는 2021년, 처음으로 4학년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얻은 큰 깨달음이자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저학년에서는 볼 수 없는 독서 기피 현상이었다. 저학년 아이들은
“얘들아, 책 읽자!”
라고 하면 교실 분위기가 밝아지고,
“선생님이 책 읽어 줄게, 모여 봐!”
라는 말에 먼지를 휘날리며 앞다투어 책에 가까운 명당자리를 차지하려 든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만으로는 유튜브와 틱톡, 게임으로 향하는 4학년 아이들의 관심을 책으로 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나의 비밀병기인 ‘선생님의 비밀 서재’도,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는 학급 문고도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도서관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아이도 5, 6명뿐이었다. 문해력에 대한 식견이 짧았던 당시의 나는 독서를 기피하는 학급의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나 다각도로 고민하게 되었다. 고민을 해결하고자 4학년 베테랑 교사들의 도움을 구하며 옆 교실을 매일같이 오가던 중에 자연스럽게 뜻을 모은 교사들과 전문적학습공동체(이하 전학공)를 꾸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을 수업으로 만들어 가기로 했다. 독서 교육을 위한 수업 연구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 질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독서 교육의 형태는 어떠한가?
‣ 아이들은 왜 책을 읽고 싶어 하지 않는가?
‣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을까?
‣ 독서 교육을 꾸준히 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우리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독서 교육의 형태를 살펴보았다. 이것은 교사들의 경험적인 이야기를 한데 모은 것이므로 모든 초등 교실에 일반화할 수는 없겠으나, 교사 개인의 경험이 그 교실을 이해하고 변화를 일으키기 앞서 가장 고려되어야 할 점이라 판단하였다.
우리의 교실에서는 다독을 권장하는 프로그램 외에도 다양한 독서 활동이 펼쳐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교실에서 공통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책 읽어 주기, 비경쟁 독서 토론, 활동 중심의 책 놀이, 책 소개하기 등이었다. 외적 동기뿐 아니라 책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내적 동기를 자극하는 독서 활동이 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점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초기 독자들이 평생 독자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기저기서 좋다는 입소문이나 사례 연수를 듣고 교실에 적용하다 보니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형태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아동의 관심과 흥미를 꾸준히 유지하여 그것이 능력이 되도록 하는 독서 교육이 필요해 보였다. 요즘 말로는 ‘독서 근육 키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