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바지락은 내게 그리움이다. 바지락은 마트에 가면 항상 있는 조개류라 생각했는데 2~4월이 제철이라고 한다. 더 맛있어지는 계절이리라. 바지락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지락칼국수, 바지락술찜, 바지락해물전등인데 오늘은 미역국에 넣어서 바지락미역국을 끓여보았다. 몇 해전 국화꽃이 되기 전에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오 남매가 삽시도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귀찮다며 안 가시겠다는 것을 마지막여행이 될 것 같아 어렵게 설득하여 다녀왔다.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여 바다에 나가실 수는 없었지만 2박 3일 동안 함께하며 자식들이 어설프게 잡아온 낙지, 굴, 바지락, 해삼, 바다고기 등을 구경하며 무척이나 흐뭇해하셨다. 어스름해질 녘이면 손전등을 들고 물 빠진 바위틈에서 운 좋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낙지도 숨어있던 해삼도 만나고, 갯벌을 파면 바지락이 술술 나왔다. 어찌나 재미있던지 추운 줄도 모르고 밤바다를 헤매고 다녔다. 매 끼니마다 솜씨 좋은 민박집주인은 해산물이 가득한 밥상을 차려내고 우린 어머니와 함께 그렇게 마지막여행을 즐겼다.
칼국수를 좋아하시던 어머니께서는 마지막날 점심에 끓여준 바지락칼국수를 '맛있다 너희들이 잡아와서 더 맛있다'며 한 그릇을 다 비우셨다. 바로 잡아와서 끓여서인지 정말 맛있었다. 아버지께서도 생전에 바지락칼국수를 좋아하셔서 친정에 내려갈 때마다 집에서 거리가 있는 간월도까지 가서 사드리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바지락은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되었다. 언제나 바지락이 든 음식을 먹을 때면 친정부모님과 함께 했던 그 시절들이 떠올라 목이 메곤 한다.
남동생이 삽시도와 연이 있어 자주 오가다 보니 종종 해산물들이 내게로까지 오기도 한다. 그냥 주면 부피만 많다며 언니는 큼직한 바지락들을 일일이 까서 냉동시켰다가 시골에 내려갈 때마다 한 꾸러미씩 나눠준다. 명절 내내 고기를 먹었으니 다른 국이 먹고 싶어진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바지락이 딱 버티고 있다. 언제 쓰임이 될지 얼마나 기다렸을까. 얼른 꺼내 해동하여 미역을 넣고 국을 끓여보았다.
* 재료 및 양념
마른미역 30g, 냉동바지락 300g(국물 100g, 바지락살 200g), 마늘 2 수저, 맛술 2 수저, 참기름 2 수저, 집간장 1 수저, 물 1.5리터, 멸치액젓 1 수저, 소금 반수저, 후추.
1. 바지락미역국은 재료가 간단하다. 건미역을 물에 불려 씻어서 먹기 좋게 잘라서 준비한다.
2. 국솥에 참기름을 1 수저 두르고 미역을 볶아주다 마늘 2 수저. 집간장 1 수저를 넣었다. 이어 해동한 바지락 국물을 넣어 끓여주며 맛술 1 수저도 넣었다.
3. 미역의 맛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20분 이상 끓여주다 남아있는 바지락살을 넣고 맛술 1 수저를 더 넣어 끓여주었다.
4.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며 맛이 깊어져가면 멸치액젓과 소금을 넣어 간을 하고 후추로 마무리했다. 바지락국물에 간기가 있어 소금을 많이 넣지 않았다. 간은 소금으로 가감하면 된다.
바지락미역국은 가장 중요한 것이 싱싱한 바지락, 해감, 비린맛을 잡는 것이다. 제철이니 싱싱한 바지락을 구매하여 모래가 씹히지 않도록 소금을 넣어 해감을 하고, 맛술과 마늘을 넣어 비린맛을 잡아야 한다. 냉동이지만 싱싱한 바지락을 언니가 워낙 꼼꼼하게 해감하여 까서 주었기에 뽀얗게 우러난 국물이 시원하고 구수하니 너무 맛있다. 살아계셨더라면 바지락 미역국도 끓여드리고 바지락칼국수도 더 많이 해드렸을 텐데.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떠나질 않는다. 오늘 밤엔 꿈속에라도 오시려나보다.
맛있는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