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방 Dec 08. 2022

혼자 살던 집에 공유 숙소를 오픈했다

나는 단 한 번도 공유 숙소를 이용해본 적이 없다.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머문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고, 위생 상태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 내가 일본에서 체류할 때 놀러 왔던 친구들이 머물던 동경 아카사카 인근의 에어비앤비를 잠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어수선하고 지저분했던 그 아파트에 대한 기억은 나에게 공유 숙소에 대한 상당히 부정적인 인상을 남겨 주었다.


그러던 중, 마포의 아파트에 살면서 지방에서 서울로 일을 보러 오는 1인 게스트들에게 방 한 칸을 내어준다는 친구의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사람처럼 내가 사는 아파트의 방 한 칸을 내어주는 형태 혹은 외국에서 흔한 couch surfing (거실 소파를 잠자리로 내어주는 공유 숙소의 한 형태)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깔끔 떨고 예민한 내 성격과 성향을 아는 친구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을 만류했다.


그렇게 잊고 있던 공유 숙소에 대한 생각은 내가 본가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새로 이사한 집의 상당히 비싼 월세와 관리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고정 수입이 필요했다. 이사 후 첫 몇 달 간은 이사한 집의 정리와 무더운 여름 날씨 등으로 인해 공유 숙소 꾸미기에 크게 속도가 붙지 않았다. 처음 이사했을 때부터 지저분했던 벽지를 깨끗하게 페인팅하고, 게스트에게 필요한 가구, 가전 및 기타 물품들을 구입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이사 후에도 작은 승용차로 수십 차례 짐을 운반하면서, 숙소용 물품을 채우고 내 물건을 치우는 작업을 계속했다.


꼬박 석 달간 매일 두 집을 오가며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단장하는 동안, 체중은 3킬로가 줄었고 저녁 8시 취침이 루틴이 되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지난  어느 날 저녁, 더 이상은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80% 정도 완성된 상태에서 그냥 공유 숙박 사이트에 올리기로 했다. 그동안 찍어둔 사진을 업로드하고, 깨알 같은 설명글을 덧붙였다. 사이트에 업로드 후 불과 7시간 만에 첫 게스트의 예약요청이 들어왔다. 40대의 가을, 나는 그렇게 공유 숙소의 ‘호스트’가 되었다.   



이전 01화 40대에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