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시작
무슨 소리에 홀린 듯 눈이 떠졌다. 본능 적으로 커튼을 걷어보니 대낮이었다. 창밖에는 새벽에는 어두워서 보지 못 한 멋있는 리버뷰가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 보니 일로일로 강이었다. 한 9시쯤 됐겠지?? 생각하고 휴대폰을 켜서 시계를 확인한 순간 나의 두 눈을 의심했다. 다시 눈을 비비고 시계를 보아도 시간은 변하지 않았다.
4시에 자기 시작했는데 정확히 6시 17분에 눈이 떠진 것이다. 2시간 남짓밖에 못 자다니.. 뇌도 깨달은 것일까? 온몸이 찌뿌둥하고 피곤했다. 비행의 여파인지 근육통이 느껴졌고, 다시 누워 잠을 청하려 했지만 저 멀리 어디선가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닭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 본능적으로 오늘 잠은 여기까지이구나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 숙소 주변에 큰 공원이 있고 그곳에서 아침마다 요가를 한다고 하고 필리핀 가정집에서는 닭을 많이 키운다고 한다..)
가족에게 먼저 잘 도착했다는 인사를 남기고 누워서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며 한 시간 정도 보내다가 다시 누워서 잠을 청해보았다. 정말 다행히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다시 일어나 보니 8시 50분이었다. 주성이와 태관이가 일어나 거실에 앉아 있었다. 아직 존댓말을 쓰던 때여서 약간은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은 후 씻고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처음 보는 아이들과 어색한 인사만 나눈 채 우리가 공부하게 될 학교로 향했다. 거의 졸면서 학교에 도착했고 간단한 식사와 함께 공지사항을 들은 후 곧장 레벨테스트 시험을 봤다.
토익으로 레벨테스트를 봤는데, 당최 졸려서 볼 수가 있어야지.. 희미한 기억이기는 하지만, 너무 졸렸던 탓에 제대로 된 시험을 보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에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레벨 테스트를 마친 후 반 배정표와 교제를 받았다.
시간표를 보니 7시에 학교로 출발하는 팀과 7시 45분에 출발하는 팀으로 나뉘었고 나는 7시 출발 팀으로 배정받았다. 솔직히 잠을 더 자고 45분에 가고 싶기도 했지만 더 자서 뭐 하리.. 차라리 아침 일찍 부지런하게 움직일 수 있어서 잘 됐다는 생각을 했다. 수업 마지막 시간인 4시~5시까지 공강을 받아서 그걸 위안 삼았다.
하루가 지나고 본격적인 수업 시작일이 다가왔다.
Abed라는 선생님이 내 첫 시간 선생님이었다. Abed는 밝고 쾌활한 성격을 지닌 선생님이었다.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 45분이라는 수업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놀랐다. 내가 처음으로 외국인과 단둘이 매끄러운 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회화학원에 다니는 중이어서 대화는 어느 정도 자신 있었지만 그날 컨디션이 좋았는지 영어가 술술 나오고 서로 웃으며 대화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보람을 느끼며 1교시가 끝나고 그룹 클래스룸으로 이동했다.
그룹 클래스에서 만난 선생님은 한국을 매우 좋아하시고 한국어를 잘 구사하시는 Angelia 선생님이셨다. Conversation이 목적인 클래스여서 앞으로 많은 주제를 가지고 얘기하는 시간을 가질 거라고 하셨다. 이 수업에서는 내가 한번 대화를 이끌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만난 그룹원들과 인사도 하고 서로 소개를 하며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 클래스는 Reading 클래스였다. Gemma라는 선생님에게 역시 내 소개를 하고 선생님 소개도 받았다. 첫날부터 진도를 나가셨는데 내가 영어를 읽는 모습을 보시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바로 지적해 주셨다. 평소에 내가 잘못 발음하고 있는 쉬운 발음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런 발음들을 하나하나 잡아주면서 알려주셨고, 긴 에세이 등을 읽으며 Reading능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시간 같았다.
Reading 수업이 끝나고 한 시간의 공강 시간이 주어졌다. 같은 공강을 받은 학생들과 옹기종기 모여 서로 통성명을 하고 인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음 수업은 다시 그룹 클래스로 돌아간다.
아직은 어색한 그룹원들과 조용히 앉아 선생님이 들어오시기를 기다렸다. 시간에 맞춰서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정말 누가 교사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교사형? 얼굴을 보유한 젊은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의 이름은 Ronnel이라고 하셨고 나보다 한 살 많으신 분이었다. 하긴 99년생이면 한창 일을 할 때이지...
이번 수업 시간은 Grammar,.. 문법 시간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파트이다. 하지만 내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선생님 역시 우리가 어려워할 걸 예상하셨나 보다. 최대한 재미있고 쉽게 알려준다고 하셨고 기본이 되는 문법부터 하나하나씩 짚어주셨다. 다른 이들은 이 부분은 너무 쉽다, 우리도 이 정도는 안다 생각할 수 있다. 나도 초반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느낀 거지만 기초를 다잡는 느낌이었다. 즉, 어색한 나의 영어 스킬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과정이었다. 그랬기에 문법 시간은 나에게 정말 중요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약간은 지루한 것도 사실이었다...ㅎㅎㅎ
(Sorry Ronnel I Love you~!!!!!!!!)
이제 식사시간이다.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맛있는 한식과 현지식이 적절히 섞여서 나왔다.
조리사분들은 다 외국 분들이었는데 한식이 어찌나 맛이 있던지... 다른 친구들은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연수가 진행되는 동안 내가 우리 학교에서 밥을 가장 맛있게 먹었다. 간식으로 망고까지 나오니 이리 완벽하지 않을 수가 있나? 언제나 식사 시간이 기다려진다.
밥을 맛있게 먹었으니 다시 수업 시간이다. 마치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은 시간표이다. 초심을 잡고 더욱 열심히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오후에는 또 어떤 만남이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