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의 영양에 숨겨진 이야기들
어린시절, 바나나는 참 귀한 과일이었습니다.
가기 싫은 치과를 가야하는 저를 달래기 위해, 엄마는 버스 정류장 앞 리어카에서 1송이도 아니고 1개에 무려 당시 돈 천원 (지금의 가치는 만원 정도!)을 내고 바나나 1개를 사주셨습니다. 그 때 바나나는 지금까지도 기억할 정도로 참 달콤했습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바나나는 더 귀한 과일이었다지요. 요즘 딸아이가 즐겨보는 '검정고무신'이라는 만화의 배경은 60년대인데요, 주인공인 기영이는 바나나가 너무 먹어보고 싶어 산넘고 물건너 친구의 먼 친척댁까지 찾아갑니다. 결국 바나나는 없고 고구마만 잔뜩 얻어 온 기영이는 '바나나 상사병'에 걸리고 말지요. 나중엔 착한 친구와 형의 도움으로 바나나를 먹게 되었는데요, 바나나를 먹은 순간 그림처럼 행복한 신세계가 열렸다지요.
지금은 우스갯소리로 너무 흔해 '줘도 안 먹는다'는 말이 나오는 바나나. 마트에 가면 주렁주렁 한송이에 삼사천원 밖에 안하는 바나나는 사시사철 먹을수 있으니, 물려서 '줘도 안먹는다'는 말까지 듣지요.
그러나 이 흔하디 흔한 바나나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딱 필요한 영양소들을 고루 갖고 있다는것 알고계시나요?
행복한 기분을 선물하는 바나나
똑같이 먹고 움직여도 어떤 사람은 날씬하고 어떤 사람은 뚱뚱합니다. 어떤 사람의 몸은 늘 가뿐하고 다른 어떤 이는 늘 무겁습니다. 유전적, 체질적으로 또는 기질적으로 타고 난 것도 크다지만, 신체 기질이 아닌 정신적 컨디션을 평소 어떻게 유지하느냐도 중요한 가름의 요소가 된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소화가 안되거나 입맛이 없는것 한번쯤은 느껴보셨을거에요. 정신적 스트레스는 몸의 활성산소를 증가시키고 신진대사를 급격히 저하시키고, 누적되면 단기간에는 피로감, 장기간에는 질병으로 연결될수 있습니다. 신진대사가 느려지면 그만큼 몸에서 노폐물 배출도 느려지고, 지방분해능력도 떨어져서 똑같이 먹어도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날씬한 몸매를 갖게되는 셈이지요.
일상의 스트레스는 살면서 피할수 없지요. 득도의 경지에 이르러 스스로 잘 극복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냥 사람이라 저같이 피하기 힘들자면, 가끔 스스로 환경을 바꾸거나 음식의 도움을 받아보는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흔하디 흔한 바나나 같은 과일 말이지요.
그렇다면 바나나가 스트레스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우리 몸의 뇌에는 '세레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있습니다. 세레토닌은 우리의 기분을 관장하며, 결핍시에는 우울감과 강박증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여성들이 생리전후에 감정기복이 불안정한것은 여성호르몬과 세레토닌이 상관관계가 크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세레토닌의 주 재료는 '트립토판', 그리고 생성을 돕기 위해선 비타민 B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비타만 B는 햇빛을 하루 십분가량은 쬐어주면 도움이 되고 음식이나 영양제를 통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기분이 우울할때 밀가루 음식이 당기는 이유도 부족한 밀가루에 포함된 아미노산이나 비타민 B를 섭취해달라는 신호라고 하는군요. 우울한 비오는 날 파전이 당기는 이유도 그것이지요.
세로토닌의 주재료인 트립토판은 바나나, 우유와 치즈, 초콜릿, 고기와 생선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시 바나나 이야기로 돌아가면, 바나나에 다량 포함되어 있는 트립토판 성분이 세로토닌을 촉진시켜 좋은 기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행복 전도사 바나나씨 아닌가요? 이렇게 좋아진 기분은 신진대사를 활성화 시켜주고, 우리몸이 덜 피곤하고 살이 찔만한 물질들을 빨리 분해되도록 돕기도 하고요.
뭔가 허전할 때, 바나나 하나
우리몸을 구성하는 무기질. 미량이 필요하다지만 부족하면 우리몸에 유쾌하지만은 않은 증상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대표적인 두가지 증상은 바로 두통과 음식을 먹어도 뭔가 허기진듯한 느낌입니다.
저는 한달에 한두번은 꼭 극심한 두통이 생기곤 했었습니다.
회사내 내과의사 선생님과 상담도 하고 물리치료하시는 트레이너 분들을 만나 상담해본 결과.. 원인은 역시나 스트레스와 영양결핍! 스트레스가 목 주변의 두부 근육을 경직시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했고, 마그네슘 섭취가 적절하지 않았기에 정기적인 행사처럼 두통이 찾아왔다더군요. 생소하기 까지하고 필요한 양도 그닥 많지 않은(남자는 350mg, 여자는 280mg이라고 하네요) 마그네슘. 영양제로 섭취하는 것도 좋지만, 음식으로 섭취할 방법은 없을까 찾아보다 보니 결국은 바나나를 또 만나게 되더군요. 두통의 원인은 과음 숙취, 뇌 증상, 스트레스, 영양부족 등 다양하긴 한데요, 뭔가 몸살처럼 으슬거리고 근육통도 오면서 눈도 좀 침침한 등 몸의 순환이 잘 안되면서 따라오는 두통 초기 증상은 마그네슘 부족이 원인일 때가 많습니다. 두통이 크지 않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바나나 1개를 챙겨드셔 보세요. 저는 실제로 바나나를 하루 1개 챙겨먹기 시작하면서 으슬거리며 오던 두통 빈도가 1/10 정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뭔가 많이 먹긴 했는데 계속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지요?
최근 제가 참여하고 있는 영양 프로그램의 영양사 선생님의 조언에 의하면 이런 증상의 원인 중 하나는 마그네슘 부족과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미량의 무기질이지만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먹어도 먹어도 뭔가 허전한 느낌에 계속 음식을 찾게 된다고 합니다. 이 때 바나나 1개를 챙겨보세요. 달콤하며 포만감도 생기고, 허전함을 달래 줄 마그네슘도 충족되니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되겠지요?
바나나에는 나트륨을 내 보내주는 칼륨이 많아요.
우리 몸에 적정량의 소금끼, 나트륨은 필요합니다. 뇌 신경과 몸의 근육 기능을 도와주며, 칼륨과 균형을 맞춰서 몸안의 수분량을 조절해 주니깐요. 적정 필요량은 하루 2000mg 미만,티스푼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지요. 우리가 먹는 각종 식사를 되돌아 본다면 대부분이 더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게다가 각종 외식에 들어가는 조미료, MSG는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에 용해성을 높이기 위해 나트륨을 첨가한 물질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용해되기 위해 나트륨을 몸에 잡아두기까지 한다는군요. 따라서 외식을 많이 할 경우, 우리 몸에 쌓이는 나트륨량은 진짜 OTL수준일 것입니다! 몸에 나트륨이 많으면 그만큼 몸의 농도 조절을 위해 수분을 가두게 되고, 수분과 함께 지방도 몸 안에 가둬지게 됩니다. 이는 각종 혈관질환과 성인병으로 연결될 수 있기도 하지요.
우리몸의 나트륨과 칼륨은 시소를 타고 있는 짝꿍입니다. 나트륨이 많을 때 조절해 주는 미네랄이 바로 칼륨입니다. 평소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는 우리는 따라서 칼륨이 많이 함유된 음식도 균형있게 섭취해 나트륨의 양을 조절해 줘야 하는 것이지요. 칼륨이 많은 식품으로는 고구마, 우유, 바나나, 콩이 있습니다. 그중 바나나는 알러지에 민감하지 않은 식품이기도 하지요. 먹기도 간편하고요. 평상시 외식을 많이 하거나 뭔가 짠 음식을 많이 먹었다 싶을 땐 바나나 1개를 드셔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기분을 좋게 해주고, 좋은 기분으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노폐물 배출을 돕고, 나트륨을 끄집어내어 몸의 수분과 딸린 식구 지방도 함께 끄집어 내주고, 두통도 없애주고, 뭔가 허전한 느낌적 느낌도 덜어주는 이 바나나.
그 동안 우리는 왜 이 행복한 과일 바나나를 왜 줘도 안먹을 과일로 취급했을까요? 갑자기 반성이 되는군요.
가을 하늘이 정말 아름답고, 햇빛과 바람도 선선한 요즘입니다. 뭔가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바나나 한개 가방에 챙겨들고 가벼운 바깥산책 나가보시는것 어떨까요? 아마 아주 작은 행복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