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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자 Apr 08. 2023

신곰, 산이

2. 뜻밖의 사고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는 게 틀림없어.’

하지만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 

빵, 빠아앙.

뒷차의 경적 소리에 놀라 현강은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어느새 신호는 초록불로 바뀌어 있었다. 현강은 급히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그 순간이었다. 별안간 눈앞이 번쩍하더니 시커먼 것이 나타났다. 

악!

현강은 본능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익!

소용없었다.

쿵!

쿵!

쿵!

뒤 범퍼에 연달아 가해지는 충격을 느끼며 현강은 아주 짧은 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사람이었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차 밖을 내다보았다. 사람인지 짐승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쓰러져 있었다. 

“어떡하지?”

현강은 놀라 차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짐승처럼 보였으나 사람이었다. 머리부터 허벅지까지 곰의 털가죽을 옷 대신 입은 사람. 활을 움켜쥔 채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이봐요! 괜찮아요?”

“으으으.”

대답인 양 쓰러진 사람은 신음을 내며 힘겹게 몸을 돌려 바로 누웠다. 어린 여자였다. 열댓 살쯤 되었을라나. 휴우. 현강은 119에 신고부터 했다.

“사람이 차에 치었어요. 응급차를 보내줘요. 빨리요. … 위치요? 중앙사거리. … 네? 뭐라고요? 아, 아. 네, 숨은 쉬어요. … 네? 모르겠어요. 잠깐만요, 살펴볼게요. 네, 네.” 

119 질문에 답하며 눈으로 쓰러진 사람을 살피던 현강의 눈동자가 시나브로 커졌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여자아이가 곰의 송곳니와 발톱을 꿰어 만든 목걸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목걸이는….”

흔한 목걸이가 아니었다. 현강은 자기도 모르게 왼쪽 송곳니 옆에 꿰어 있는 발톱을 보았다. 끝이 부러져 있었다. 

“뭐지?”

이런 목걸이가, 그것도 왼쪽 송곳니 옆에 꿰어 있는 곰발톱 끝이 부러진 목걸이가 세상에 두 개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아이가 걸고 있는 목걸이는 산강의 것, 엄밀히 말하면 아스란의 목걸이가 분명했다. 

‘어찌 된 일이지? 산강의 금고에 들어 있어야 할 게 왜 이 아이에게 있는 거지? 산강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고분 봉쇄와 돈윤의 특수임무가 떠올랐다. 

“무슨 일이세요? 대답하세요. 무슨 일이세요?”

핸드폰 스피커에서 소리가 왕왕 새어 나왔다. 현강은 얼른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아,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여튼 빨리 와주세요.”

전화를 끊고 조심스레 아이를 살펴보았다. 신음을 내고 있지만 의식이 없었다. 하지만 활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화피단장에 고대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활도 똑같아.’

현강은 주변에 떨어져 있는 화살을 주웠다. 화살촉이 흑요석이었다. 

‘이 아이. 뭐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저 피 좀 봐!”

“어머, 많이 다쳤나 보네.”

그새 모여든 구경꾼들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현강과 쓰러진 여자 아이를 내려다보며 웅성거렸다. 구경꾼들 말대로 아이의 털가죽 옷 위로 붉은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찰칵찰칵. 

핸드폰을 꺼내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현강은 순간 짜증이 몰려왔다. 

“찍지 마세요. 쓰러진 사람을 찍으면 어떻게 해요? 초상권 침해예요.”

현강은 입고 있던 자켓을 벗어 여자 아이의 몸을 덮었다. 그러자 구경하던 한 여성이 들고 있던 양산으로 여자 아이의 얼굴을 가려주었다. 

삐뽀삐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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