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이 지나야 마주할 수 있는

by 캐서린

아들에게 류시화 님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서

한 부분을 읽어주다가

아주 예전에 내가 꽂아 뒀을 벚꽃을 보았다.


이 책을 친구에게 선물 받은 게

고2 열여덟 살 때였다.

그 후로 20대에는 가끔씩 보긴 했지만

꽤 오래 이 책을 안 들춰봤었다.



저 벚꽃은 어떤 봄에

이 책에 꽂아진 건지 모르겠지만

향토색 빛으로 찍힌 벚꽃 무늬를 보니

오랜 시간이 지났나 보다 했다.


내가 아들에게

이 무늬가 아주 옛날에 엄마가

벚꽃을 꽂아놔서 그 모양대로 생긴 무늬라고 하니

책에 원래 그려진 그림인 줄 알았다면서

놀랐다.


말라진 벚꽃을 저기 갖다 대니 그 모양이 딱 맞았다.

벚꽃에서 나온 수분이 마르면서 책에 스며들다가

저런 무늬가 생겼나 보다.



책 다른 페이지에도 꽃이 꽂힌 곳은

저런 무늬가 생겨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야 마주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추억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