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화 건강검진

녹내장 분투기

by 푸른 노을

01화 건강검진


너도 나도 건강검진을 권했다. 하는 일이 바빠 5년 동안 종합 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고 지냈다.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했다느니 암은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는 등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나도 해야지 하다가 그냥 시간만 보냈다. 요즘 들어 자주 체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한 것 같아 방학을 기다렸다. 겨울 방학이 되자 종합 검진을 예약했다. 영남대학교 병원에서 졸업생들은 30% 할인해 준다고 해 영대 검진센터로 예약을 잡았다. 30% 할인이라고 해도 제법 비용이 많이 들었다.


검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다. 원하는 날짜는 예약이 다 차 있었다. 다른 날로 예약을 잡았다. 일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사는 게 바빠 대충 건성으로 넘긴 탓이다.

검진 당일에 아침 8시까지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 거리며 위와 대장을 비웠다. 그럼에도 아침까지 화장실을 들락 거렸다. 검진도 하기 전 몸은 이미 지치고 기운도 빠졌다. 몸은 이미 환자가 된 기분이었다.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도 검진센터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위내시경까지 하고 깨어났을 때는 맨 마지막 검진자인 둣 빈 침대들이 즐비했다. 마취도 덜 깬 것 같았지만 몸을 털고 일어났다. 비틀거리는 몸을 남편이 부축했다. 건강검진동안 남편이 밖에 서대 기하고 있었다. 간호사는 별 이상은 없다며 자세한 검진 결과는 전화나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검진 후의 몇 가지 주의 사항들을 알러 주었다.


간호사는 비틀거리는 내가 염려되었는지 좀 더 머물다 가라고 했지만 나는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왔다. 마취를 조금 했는데도 정신을 잃어버린다며 간호사가 혼잣말하듯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다 보니 몸도 약해진 탓일 거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검진 후 1~2주가 지났다. 검진 결과가 우편으로 왔다. 봉투는 제법 두툼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제법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위염이 좀 있다며 내과 진료를 받아 보라 했고 갑상선 수치가 낮다며 자세한 검사를 다시 한번 받아 보라고 했다. 안과 검진도 다시 한번 받아 보라 했지만 나는 건성으로 받아넘겼다. 다른 전화가 와 바쁘게 끊어버린 것도 이유였지만 안경을 끼고 있으니 당연히 눈이 나쁜 것일 텐데 굳이 안과 진료까지 다시 받을 필요가 있을까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차일피일 안과 검진은 까맣게 잊고 지냈다. 몇 달이 흘렀을까?


그 해 가을 토요일 오전이었다. 시장을 지나치다 다 문득 안과가 눈에 들어왔다. 불현듯 안과 검진을 다시 받아 보라는 병원의 전화가 생각나 안과로 향했다. 안과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았다. 기다리는 것이 싫어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의사 선생님으로 배정해 달라고 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 아, 네~ 종합 검진에서 안과 진료를 한번 받아 보라고 해 왔습니다."

시력검사를 했는데 정상이었다. 안경을 낀 교정시력은 1.2였다.

4번 방으로 안내되어 진료를 기다렸다. 다소 젊은 의사 선생님에게 안내되었다. 눈을 들여다 보고 고개를 갸웃하시더니 간호사에게 몇 가지 검사를 지시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무슨 병이리도 있느냐며 물었더니 자세한 검사 후 다시 알려 주겠노라고 했다. 검사가 시작되었다. 안압검사며 시력검사 등 내가 알지 못하는 몇 가지 검사들을 시작했다. 결과가 나온 후 다시 의사 선생님께로 불려 갔다.

"녹내장입니다. 진행이 많이 되었네요..."

" 네? 그게 무슨 병이지요?"

녹내장이 무슨 병인지 모르는 나는 태연스럽게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병이지요?"

"녹내장은 불치병입니다. 시야를 잃어버리는 병인데 시력을 잃어버릴 때까지 자각 증상이 없습니다."

"네? 시력을 잃어버린다고요?... 제가 실명이 돼요? 설마~ 언제 시력을 잃게 되는데요?..."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주 태연하게 말을 했다. 왜냐면 의사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픈 적도 없었고 눈병도 한번 하지 않은 눈이었다. 그런데 실명이라니...? 오진이 아닐까 생각했다.

"급성인지 아닌지는 다시 경과를 봐야 합니다. 1주일 뒤에 다시 오세요 그리고 안약을 드릴 테니 그때까지 꼭 투약하십시오..."


병원문을 나섰으나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의사가 잘못 판단한 것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실명이라니? 내가 앞을 보지 못한다고?'

가을 햇살을 보는데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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