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겨울

물러감의 미학

by 블루나잇

연둣빛 생명이 싱그러운 울음 터트리고

새벽해가 확장의 세계를 선포하면

거뭇한 번민의 그림자 사이로

내일의 파랑새를 싹 틔운다

텁텁한 동굴에서 깨어나

이듬해 첫 번째로 고개를 내민

봄의 강령


내내 떨었던 몸과 마음을

조용히 적시는 찬탄의 환희

포효의 설움으로 울려 퍼지고

바람결대로 희게 피어나는 입 속 아지랑이는

스스로 흔적을 감었으니


어둠의 사내들은 비로소 물러갔을까


노쇠한 바깥의 계절이

금방 태어난 순간보다 훌쩍 넉넉해진

철 지난 배내옷을 뜨겁게 껴입으며

떠날 채비를 할 때


어떤 이들은 미련 때문에

것의 몸 위로 두런두런 박힌

전구들을 깨끗이 닦아내고

어깨너머의 쓸쓸한 체취를 성 밖으로 내쫓는다

그러면 그것은

이제 가야지 하며

새로 길러낼 용기 한 움큼

남은 이들의 정수리에 쏟아내고

한 번도 부서져 본 적 없는 것 같은

부드럽고도 안온한 자태가 되어

그리 멀지 않은 숲으로 걸어 들어간다

아직 갈색 알갱이 희끗한 지 위로

고단한 몸을 곧게 누인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텅 빈 가슴께에 얹고

날 선 실오라기 닮은 서늘한 눈풀을

생을 찬 기운만 쏟낸 매서운 육체를 쉬게 한다


내가 그것을 본 이래로 가장 편안한 얼굴


어느덧 살풍경함의 마침표에 서서

처음 우리를 찾아왔을 때와

다른 몸짓 다른 온도를 풍기던 그것은


너희들의 품이

손바닥 크기만큼 더 자라났을 때

또다시 돌아오겠노라


오롯이 감내해야 할

빛나는 상생의 고통을

여느 때처럼 선사하겠노라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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