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눈물
금요일 저녁, 병원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결국 아내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아내가 목놓아 우는소리를 들었습니다. 울음소리와 아내의 눈물 안에 참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괜찮다는 위로밖에 없었습니다. 힘든 시간이지만 이 시간은 짧고 다시 우리는 일상을 잘 회복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살면서 겪는 실패와 슬픔도 기꺼이 환영해야 한다는 말을 종종 했기에 스스로도 잘 이겨낼 것입니다. 처음 보는 엄마의 모습이 신기한지 아이는 왜 그러냐고 묻습니다. 대답할 여유가 없는 아내를 대신해서 짧게 아이에게 설명해 줬습니다. 힘들 땐 가끔 이렇게 울음이 나는 거라고요. 그리고 울어야 된다고요.
집으로 돌아와 임신 때문에 그동안 먹지 못했던 초밥과 아이가 먹고 싶다는 피자까지 거하게 한상을 차렸습니다. 초밥도 피자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소화가 안 될 정도로 꽉꽉 눌러 넣었습니다. 아내는 이렇게 맛있게 먹어도 되는 거냐며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합니다. 당연히 된다고, 이럴 땐 더 맛있게 먹어야 된다고 답했습니다. 살면서 겪는 피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이 전부 우리 탓인 것처럼 생각해선 안되니까요. 굳이 힘든 감정에 우리를 매몰시키며 드라마를 쓸 필요는 없으니까요. 지나간 일은 잊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다시 오늘을 사는 게 맞는 거잖아요.
아내의 임신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계속해서 나오는 임신 호르몬 때문에 속은 울렁거리고 소화도 제대로 안 되는 상태입니다. 아기가 잘 자라고 있다면 이 또한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아내의 몸만 힘들게 하는 가짜 임신 증상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아내도 이내 억울한 내색을 합니다. 잊고 싶어도 자꾸만 생각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내일은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습니다. 아내의 자궁 속에 자리 잡은 텅 빈 아기 집을 밖으로 꺼내는 수술입니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하지만 수면마취도 해야 하고, 혹시 모를 경우를 위해 이틀 동안 휴가를 쓰고 아내와 함께 있으려고 합니다. 아내가 혼자 있으면 괜히 우울해질 수도 있으니 제가 옆에서 광대짓도 하고 재롱도 부려줘야 합니다.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겠지요.
내년에 아내에게 긴 휴가를 주려고 합니다. 사실, 내년에 새로 태어날 둘째와 함께 제주도에 내려가는 게 걱정이 좀 됐습니다. 신생아를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죠. 아내가 너무 힘들진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예쁜 둘째를 못 보는 건 아쉽지만 아내가 제주도에 내려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도 마음껏 도전해 볼 수 있으니 한편으론 기쁜 마음입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제주도에서 아내의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또 좋은 날들을 보내다 보면 둘째가 선물처럼 저희에게 찾아오는 날이 있겠지요.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잘 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