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시는 왜 05화

고백의 조금

by 김박은경

오늘 하루 어땠어?

웃었지 울었지만 웃었어요

그래요, 정말요, 진짜요, 세상에나

닮은 말을 번갈아서 반복하면서

속기만 하면서 나쁘기만 하면서


아닌 척 좋은 척도 힘이 들어

이런 건 죽은 것이 아닐까


달이 작아지는 건지 커지는 건지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는데

언젠가와 다르지도 않은데


달 없는 밤도 없는 방도 없는 어두운 공원에서

사랑을 나눌 때마다 조금 울 것 같아


고백은 절대로 말없이 사라지지 않겠다는 것

다정은 결말과 닿아 있어야 해

정말이지 사라질 때 꼭 말해 줘야 해,

그런 말을 수없이 한다 해도 말없이 사라지겠지


아무래도 이 사랑을 들키고 싶지가 않아




KakaoTalk_20221109_225002805_08.jpg (2022 서울 북촌)


한밤의 공원에서 사랑을 나누는 어린 연인들을 보았어요.

갈 곳 없는 열렬한 마음들이 가여워서 모르는 척 지나쳤습니다.


너무 사랑하는 연인들은 영원을 갈구하지요.

갈구한다는 건 갖지 못했다는 뜻이고요.

절대 사라지지 말자고 다짐하고 당부하지요.

반드시 사라질 거라는 예감을 하는 겁니다.


사랑의 바람이란 헛되고 헛된 것.

쉽사리 식고 시들어버립니다.

사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랑이 그런 것이에요.

사랑도 사랑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 제발 사랑을 고백하지 말아요.

사랑이라고 확정 짓지 말아요.

미칠 것 같은 그 사랑을 제발 들키지 말아요.

그게 사랑을 연장할 수 있는 비책 아닐까요.


하지만 정반대의 말씀도 드리고 싶어요.

바로 그런 까닭에 유일무이하거나

유일무이에 가까운 단 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백 번 천 번 생각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사랑, 고백해도 좋아요.

아니 고백해야 합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정이니까요.

사랑은 가정이 아니라 결심이니까요.


이게 사랑일까, 아니 이게 사랑이야!

그런 결단 내릴 수 있겠어요?

그렇다면 된 겁니다.

어서 고백을 하세요.


사랑은 일순간의 매혹이 아니라

그 순간부터 영원까지 품고 가야 하는

전방위적 행동 준칙입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가장 슬프게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알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다면 사랑입니다.


이렇게 말하다니 사랑의 고수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결심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수준입니다.


이런 게 사랑의 정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조심하세요.

천 사람의 천 가지 사랑, 만 사람의 만 가지 사랑.

사랑은 셀 수 없이 많은 얼굴을 갖고 있으니까요.


노력 없이 저절로 이어질 수 있는 관계란 없습니다.

잠시가 아니라 영원이라니까요.


p.s. 인턴 분들의 생존 대화법으로는 '그래요, 정말요, 진짜요, 세상에나!' 그런 말들이 있습니다. 인턴 분에게 배웠어요. 영혼이 없어도 괜찮아요. 고개를 끄덕이고 공손한 자세로 동의를 하거나 하는 척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상사 분들이 만족하신다고 해요. 물론 이 부분은 상사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아야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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