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86
‘성애(섹스)’는 가장 대중적이고 복잡한 사랑이다. 사랑하는 남녀는 누구나 갈망하는 사랑의 형태로, 많은 드라마나 매체에서 제일 많이 다루어진다. 섹스는 인간이 번식하고 가족을 꾸리는 수단으로 차세대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 기반이 된다. 따라서 섹스를 매개로 결혼 및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창작물에서 달콤하고 특별하게 묘사된다. 섹스와 사랑은 가장 보편적이며 누구나 할 수 있고, 언제든 빠질 수 있다. 사랑에 반드시 성적인 욕구가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남녀 간의 사랑에서 종족 보존의 본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판도라의 상자와 같이 금지된 것을 풀어 헤쳐 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것을 표현하느냐 숨겨 놓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라면 자신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에 더욱더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모두 욕망을 소리 없이 감추고 산다.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 중에 성적인 욕망은 쉽게 참을 수 없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욕망을 자극하는 것 중에 섹스만 한 것도 없다. 성적 욕망은 인간의 욕망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다. 성욕은 우리 인간이 지닌 욕망 중의 욕망이라 할 수 있다. 섹스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하고도 원초적인 본능이다. 모든 사람이 초월할 수 없는 욕망이지만 그것을 밖으로 표현하지는 못한다. 숨겨진 곳에서 혹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그것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의 베갯밑송사가 뉴스를 장식할 때마다 내밀한 본능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는 잔인함을 자주 본다.
섹스는 완전한 결합, 곧 상대와 완전한 하나가 되고자 하는 갈망이다. 우선 섹스는 흔히 사랑에 빠진다는 경이적인 경험, 낯선 두 사람 사이에 있던 장벽이 갑자기 무너져 버리는 경험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친밀해지는 이러한 경험은 본질적으로 오래가지 못하는 속성이 있다. 연애, 결혼, 섹스, 여행 등 어떤 일이든 처음이 설렌다. 시작하기 전 준비할 때가 가장 잠 못 이룬다. 어린 시절 소풍 가기 전날 밤을 생각해보라. 이루고 나면 힘들고 삭막해진다. 성취는 환상일 때 아름답고 설레지만, 현실이 되면 힘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섹스만큼 현실이 허무한 것도 없다.
섹스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나누는 신체적 대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상과 욕망을 나누는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몸의 대화다. 사랑하는 사람의 뜨겁게 빛나는 눈빛과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듯한 느낌은 몸의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여 두 사람의 벽을 뛰어넘어 하나가 된 듯한 꿈을 꾼다. 나아가 몸의 대화는 서로의 몸뿐 아니라 영혼에 더욱 밀접해지는 경험을 한다. 섹스는 사랑하는 두 연인을 강력한 힘으로 묶어준다. 그러므로 섹스를 포기한다는 건 인간의 본능적인 기쁨과 서로가 나눌 수 있는 강력한 유대감을 폐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섹스는 인간에게 주어진 그리고 인간이 즐겨야 할 귀중한 생의 선물이라는 것을 섹스리스 부부들은 기억하라
사랑이 있을 때만 섹스가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견해는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종교나 도덕에서는 낯선 사람에 대한 성적인 생각은 사랑의 정신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가르치지만, 세속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개념이다. 일부일처제 체제에서 참된 사랑과 완전한 정절이 함께해야 한다는 믿음이지만, 그 역시 낭만주의 사랑에서는 고스란히 유지되지 않았다. 사랑의 감정이 거의 없지만 성적으로만 강하게 끌리는 낯선 사람과 가끔 섹스하는 것은 완전히 자연스럽고 심지어 건강에 좋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섹스가 반드시 사랑에 묶여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섹스는 때로 사랑의 감정 없이 종족 보존의 본능이 결부된 육체적 운동일 수 있다는 의견이지만, 소수자의 견해일 뿐이다.
사랑하지 않는 상대와의 섹스는 상대보다 나의 쾌감을 높이려는 반면, 사랑하는 상대와의 섹스는 자신보다 상대의 쾌감을 증진해주려는 노력이 가능하다. 당연히 사랑하는 상대도 나의 쾌감을 높이려 노력하게 되어 두 사람이 극한 쾌감을 체험하게 된다. 나와 상대를 구별할 수 없는 느낌, 무아의 상태에 도달할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걸 보고 싶고 맛난 걸 먹고 싶고, 근사한 남자와 몸을 섞고 싶고, 근사한 여자와 섹스를 나누고 싶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감각적 쾌감을 주는 것들을 소유하려는 욕구는 당연하지만, 모두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나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성과도 섹스의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궁합이 맞지 않은 부부가 적지 않은 이유다. 특히 사랑이 없는 섹스는 상대를 그저 쾌락의 도구로만 소유하려는 것이다. 나의 쾌락만 중요하고 상대의 쾌락은 상관없는 섹스가 줄 수 있는 쾌락은 한계가 있다. 섹스에서도 자기에 대한 강한 집착은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진화의 측면에서 짝짓기 상대의 선택은, 여성이 주도적으로 남성의 능력을 기준으로 짝을 선택한다는 것이 맞을 수도,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현실에서 섹스 대상을 찾아 끊임없이 사냥에 나서는 젊은 남자들을 흔히 보아왔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흔하다.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화장하는 여자, 여성성의 상징을 보란 듯이 노출 과시하는 여자, 남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자들이 온갖 사치와 치장을 하는 시대에 어느 한쪽의 성선택이 인간 진화를 만들어 왔다고 할 수 없다. 남녀 모두 자신이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사랑에 빠질 수 있고 섹스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예쁜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 젖가슴, 엉덩이, 허리, 얼굴, 머리카락 등 남자가 추구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성선택의 결과다. 사춘기에 급격하게 변하는 여성의 성징 역시 성선택의 결과다. 여성의 펑퍼짐한 엉덩이, 잘록한 허리, 좌우대칭이 풍만한 젖가슴 등은 번식과 다산성의 상징이다.
사랑하는 짝을 만날 때 행복하고, 활기 넘치고, 자신만만하고, 원기가 샘솟고, 온몸이 생명의 의지로 충만하다. 사랑하는 짝과 함께한다는 것은 성적 환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살아 있음을 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랑은 우리에게 기다림을 가르친다. 부부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관심을 두 사람의 관심에 맞춰야 하지만, 하나라는 개념을 벗어나야 한다. 지속해서 뭔가 더 나아지려는 욕심은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사람을 지치게 한다. 더 바라는 것을 멈추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할 줄 알며 상대의 장단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환상을 깨버릴 때 오래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유일한 존재로 여기고 지루함을 견디고, 자기 발달과 성취를 양보하고, 늘 같은 사람이지만 종종 흥분되는 섹스로 기름칠하며 결혼의 불안정을 극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지난한 기다림이다.
우리의 삶에서 사랑과 섹스는 압도적인 쾌감을 가장 강렬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섹스를 통해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종족 번식을 위한 강력한 유인 장치인지도 모르지만, 본능적 행복 추구의 근원이다. 원래 행복이나 쾌락이 무한이 지속될 수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섹스가 주는 쾌감과 행복감은 너무나 강렬하여 다른 길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본능이 충족되지 못하면 느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욕구를 억제하는 금욕주의를 선택하거나 욕망의 방향을 다른 것으로 돌리기도 한다. 성적 본능은 처음부터 그 목적이 완전히 실현될 수 없는 충동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자아 성취의 방향으로 나아가 더 큰 성취를 이루어내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는 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요즘 젊은 여자들의 ‘4B 현상’이 있다. 비연애, 비섹스, 비결혼, 비출산이 그것이다. 세상이 얼마나 각박하고 어려우면 본능적인 욕구를 버리고 살아가야 하는 삶이 서글프다. 현재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아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사라질 나라로 대한민국을 지목하고 있다. 왜 그 좋다는 사랑도 섹스도 포기하는가.
어느 책에 나오는 정열적인 사랑의 효과다. 사랑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고통을 진정시키고, 죽음을 떼어놓고, 사랑과 관련되지 않는 관계들을 해체하고, 낮을 증가시키고, 밤을 단축시키며, 영혼을 대담하게 만들고, 태양을 빛나게 한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여~!
사랑하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열정적이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섹스하라~! 인류의 번성을 위해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비밀의 성(城)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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