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 일은 끝났지만, 나는 끝나지 않았다.

by 박나킨
"사기 치지 마! 어디서 사기야?!"



수화기 너머로 날아온 고함이 귓속을 때렸다.

사무실 천장에 매달린 날파리의 날갯짓이 파르르 떨렸고,

오래된 냄새가 밴 전화기만 내 손톱 밑에서 까슬하게 긁혔다.


사랑도, 일도, 관계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종교가 없어서일까.

하느님도 부처님도 내 편은 아닌 듯했다.

세상은 나를 몰랐고, 나는 세상을 원망했다.


스무 개의 일을 지나고, 조금은 알 것 같다.

가장 나를 몰랐던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걸.

나는 나를 믿지 않았고, 사랑하지 않았다.


텔레마케터로 하루 백 통의 전화를 걸며,

의류 쇼핑몰 CS로 반품 사유를 듣고,

모자 디자이너로 매일 잘 나가는 디자인을 베끼고,

네일 아티스트로 발 각질을 세 시간 동안 밀어내고,

라탄 공예 강사로 줄기를 엮고,

옷가게 판매원으로 거울 속 웃음을 팔았다.


버틴 날들이 벌어들인 날들보다 많았고,

성공보다 실패의 냄새가 오래 남았다.


이 책은,

흩어진 마음을 하나씩 주워 담아,

끝내 나와 화해하기까지의 기록이다.


그 일은 끝났지만,

나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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