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중 흐름상 전업주부인 이유나 공황 증상으로 안 좋을 때 '어디 아파?' 등 대답할 상황이 되면 이야기한다. 그럼 반응은 보통 세 가지이다.
1. 자신 본인이나 주변의 공황장애를 이야기하는 것
"괜찮아, 내가 아는 사람도 공황장애인데 잘 살아."
"내 가족 중에 OO 이 공황장애야."
"사실 나도 공황장애야."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공황장애가 많구나. 참 많은 분들이 숨기고 사시는구나. 어떻게 보면 정말 티 안 나는 병인가 싶다. 증상이 심해서 응급실 가는 분들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아닌 경우는 겉으로 보기에는 '화장실이 급한가?' 정도만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같은 공황장애라도 서로 깊은 공감은 어렵다. 너무나 상황과 증상이 다르고, 크기도 차이 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정신 관련 병이 음식이면, 공황장애는 중식 같은 느낌적인 느낌? 다른 병들은 어떤지 모른다.
2. 걸린 이유를 묻는 경우
"어쩌다가 공황장애 걸렸어?"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추측은 한다. 그만두고 싶은 회사를 6년 이상 동안 못 그만두고 다녔다는 것, 갑자기 쌍둥이가 태어나는 바람에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주말에도 쉬지 못한 것, 아버지에 대한 눌림, 착한 아이콤플렉스 그리고 과민 대장증후군인 사람은 공황장애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 등등 추측이 많긴 하다.
한 번은 병원에 간 적이 있다. 왜 아팠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의사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 내가 질문했는데 답이 이랬다.
"저 왜 아픈 거예요?"
"글쎄요. 원인이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엥 처음엔 뭔 X소린가 싶었다. 의사의 결론은 '원인보다는 치료가 중요하다' 이다. 병에 따라 다르겠지만, 치료는 원인과 크게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 후 강의나 어디선가 비슷한 소리를 더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원인은 내려놓더라도, 이 병이 생기기 전으로 돌아가 싶다.
3. 당황하는 경우
사실 대부분 살짝 당황해하시는 것 같다.(내 느낌이다.) 내 말을 받아들이는 것이 걸리는 것 같다. 아직 마음에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너무 훅 들어간 건가 싶다.
지금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거의다 나의 병을 알아서 딱히 밝힐 일은 없지만, 가끔 나의 병을 밝힐 때 이 분은 어떤 반응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좋은 버릇은 아니지만 당황하는 것도 즐기는 것 같다.(0.1% 정도의 마음이다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공황장애커밍아웃하는 것을 즐기고자 한다. 그냥 길가다가 아무한테나
"저 공황장애입니다."
라고 몰상식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뭔가 약간의 신뢰가 있는 분께 말한다.
나의 질병을 밝힘으로써 동지를 얻기도 하고, 배려받기도 한다. 가끔 과하게 배려받아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사실 밝힐 때 마음에 불편함이(사실 엄청 조마조마하다.) 없지는 않지만 난 당당하게 말하고자 한다.
"저 사실 공황장애입니다."
p.s 3년 전 병원 두 군데서 공황장애와 우울증 판정을 받았었다. 약도 계속 공황장애와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하지만 가끔 다른 엄격한 분들의 글을 보면 혹시 불안장애, 광장 공포증 등인가 싶은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시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