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공황장애라 미안해

슈퍼맨이고 싶은 아빠의 마음

by 공삼빠

아이가 생기면 대부분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을 것이다.

나도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이왕 전업주부를 하기로 한 거 건강한 반찬에 각종 영양에 좋은 것들을 먹이고 싶다.

일단 누구나 유기농 요리, 바나나 똥 싸는 요리, 키 크게 하는 요리,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엄지 척해주는 요리를 하고 싶을 것이다.


현실은 반찬가게 1/6 반조리식품 2/6, 배달 1/6, 아내 요리 1/6, 내요리 1/6 정도이다! 아.. 슬프다.

여기서 절망할 수는 없어서 나는 늘 이렇게 마음먹는다.


"세끼 안 굶기면 됐어! 간식까지 챙겨주는데 차고 넘쳐!"



아이들에게 잘 못 했을 때 흥분하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아빠이고 싶다.

모두 아시다시피, 불가능하다! 뭐 해내시는 분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인간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근데 미묘한 건 실컷 화를 쏟아낸 날은 후련하기도 해서.. 살짝 미안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빠도 사람인데 화를 낼 수밖에 없다.



아이들 하원하거나 주말이면 이곳저곳 놀러 가 줄 수 있는 아빠였으면 좋겠다.

갈수록 눈높이가 높아져 가는 초등학생 3학년 큰애는 구체적으로 X버랜드 X데월드 같은 곳을 가고 싶어 한다. 아직 7살은 눈높이가 그나마 낮아서 회전목마 타는 게 꿈이다.


이 시골(완전 시골은 아님)에 이사 와서 사람이 별로 없고 자연이 펼쳐져 있는 주변 공원을 다녔다.

비수기에 동물원과 XX스타필드 까지는 성공하였다.

놀이동산과 같은 인산인해인 곳은 아직 마음에 준비 및 여건이 되지 않는다. 가기 위해서 아래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1. 사람 없을 때(평일, 아내의 연차)

2. 내가 컨디션이 괜찮을 때(예기불안 등이 없을 때)

3. 삼 남매가 안 아플 때


사람이 없을 때 가는 것도 어렵다. 아내의 연차는 한정적이고, 아이들이나 여러 가지 집안일들로 많이 사용된다. 나의 컨디션은 당일에나 알 수 있다.


얼마 전 예전에 성공했던 동물원을 가기 위해 준비할 때 예기불안이 찾아왔다. 아이들에게 이미 가자고 다 말해놓았는데,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 혼자라면 모를까 우리 가족을 다 데리고 서울 도심을 지나쳐 많은 인파 속에서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예기불안 : 공황 환자들이 겪는, 공황 발작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실험심리학 용어사전)


예기불안 이게 사실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가지게 한다. 큰 마음을 먹고 무언가 하자고 할 때 매번 나의 발목을 붙잡는다.

우리 다섯 가족이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나로 인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아이들에게 추한 모습이 보이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

무엇보다 공황발작에 대한 공포는 발작이 없는지 2년이 지난 지금도 뼈에 새겨져 있다. 과호흡이 올 때나, 비현실감이 올 때, 일단정지해 버리는 나를 본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수도 있을 텐데, 공황발작이 오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 다시 예전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 있던 때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불안감이 엄습한다.

내가 너무 나약한 걸까? 내가 너무 소극적인 걸까? 아이들과 놀이동산 가는 걸 못해서 이렇게 주저할 일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슨 죄책감과 자책이 나를 사로잡는다.



누구나 부모가 되면 아이에게 미안함이 생기는 것 같다. 내게 사소한 미안함은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것 같다.

방향은 다르겠지만 누구나 트라우마가 있고 말 못 할 사정이라는 게 있다. 이 트라우마가 미안함과 겹칠 때, 그로 인해 아이에게 무엇인가 못해줄 때, 정말 마음 아픈 것 같다.



이 부모의 마음을 우리 아이들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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