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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Oct 13. 2022

내 친구 공황이를 소개합니다.

공황장애의 시작


공황이와의 첫 만남

 정류장에서 회사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황(발작)이 : 처음 뵙겠습니다.

 나 :...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주변의 건물과 사람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버스에 치일 것 같았다.

 갑자기 건물에서 뛰어내릴 것 같았다.

 공포에 질린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무작정 걸었다.

 모든 것을 피해 한 시간 정도 걷다 보니 어느 순간 진정이 되었다.

 진정은 되었지만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아내에게 연락해 데리러 와달라고 하였다.

 공황이와의 첫 대면을 요란하게 마치었다.


 그 후 출근할 때 지하철에서 내렸다탔다를 반복 하였다.

 회사와 가까워질수록 공황이는 날뛰었다.

 그 뒤에 단 한번 출근에 성공하였고, 괜찮다 자만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출근이었다.


 더 가려고 애썼는데, 다니던 병원 의사가 말하였다.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왜 출근하려고 하세요?"


 나는 답할 수가 없었다.

 뭘 위해서 그렇게 애썼을까..


 한 번 더 공황발작이 온 뒤 나는 출근을 포기하였다.

 그토록 원하던 퇴사는 자의가 아닌 공황이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그 후로도 공황이는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시각을 시작으로 오감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미리 불안을 예고하기까지 하였다.


 공황이 : 귀신이다(시각)

 나 : 무서워


 공황이 : 쪼르르, 하하하(청각)

 나 : 귀 아파! 너무 시끄러워!


 공황이 : 음식에 냄새 맡아봐(후각, 미각)

 나 : 우엑~


 공황이 : 흔들흔들(촉각)

 나 : 내손 흔들지 마.


 공황이 : 밖에 무서운 사자가 있어!(예기불안)

 나 : 무서워 못 나가겠어.


 공황이는 정말 못된 아이 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공황이를 알아가기 위해 공황 관련 책들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다.


 이 병은 죽을 것 같지만, 

 이 병으로는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다행인가?라는 안도감도 들긴 했다.   

 괴롭힘이 끝나지 않음에 안심할 수는 없다.


 공황이와의 적응기가 필요했을까?

 거의 반년 동안 나는 공황이로 인해 

 약 먹고 자는 시간이 많았다.





 공황장애에 대해 쓰면서 내 마음을 풀어가 보고자 했다.

 글을 쓰면 마음이 괜찮아질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생각과 반대로 다시 그때의 기억이 명확해지며 손이 떨린다.

 아직은 공황이와의 첫 만남까지는

 편하게 얘기하기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나 보다.

 언젠간 진심으로 웃으면서 이야기할 날이 오길 바라며,

 이 과정도 나아지는 과정이길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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