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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Nov 06. 2022

어린이집 보내는 시기는 누가 정하나요?

타인과 각종 매체는 모두 참고사항일 뿐

첫째 아기를 제왕절개로 출산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거의 한해를 잠을 이루지 못하며 보냈습니다.

돌 시기부터 낮잠을 건너뛰는 날도 많았고, 밤잠에 들 때면 2~3시간 안고 있는 날이 수두룩 했고요.

아기를 재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와닿지 않았고, 어제 했던 방법이 오늘은 통하지 않던 때였습니다.

사실 1년 동안 제왕절개로 앉았다 일어났다 조차 힘겨웠던 저에게 주어진 육아는 계속 의문만 커져갔습니다.

'도대체 다들 어떻게 아기를 키우는 것인가요?'



그러던 어느 날, 임신 경험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여자의 직감으로 갑작스레 임신테스트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두줄을 맞이하고, 믿을 수 없었던 저는 기상 직후의 첫 소변이 정확하다는 문구에 다음날 아침 두 번째 임테기의 선명한 두줄을 다시 한번 맞이하고 배우자와 소식을 공유하였습니다.

곧이어 병원에서 감사하게도 건강한 심장소리를 듣게 되었고요.

시간이 지나며 배우자의 직장과 동네의 가까운 이웃들에게 소식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옆집 : "둘째 태어나면 첫째가 엄마 찾아서 더 보내기 힘들어, 미리 어린이집 보내 놔야 해."

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던 바로 옆집의 이웃님은 둘째 만삭이셨고, 친언니 같은 마음으로 저에게 조언을 해주셨어요.


배우자 : "여보 힘드니까 어린이집 보낼 수 있으면 보내요~"

축복스러운 새 생명의 소식을 직장에 알리게 된 배우자는 가까운 직장동료로부터 저의 건강을 위하여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냄으로써 아내가 가질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에 대해서 알려주신 모양이었어요.



그 당시 저와 저희 가정을 위해서 해주신 여러 말씀들을 듣고서도 어떠한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다들 그렇게 한다는데,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

이러한 의구심이 해결되지 않은 채, 아파트 단지 내 가정어린이집에 13개월 아기는 등원하기 시작했어요.

기질이 순한 편이고 어디에서든 곧잘 적응하는 어린이도 있겠지만, 그게 저희 첫째 아기는 아니었어요.

기질이 예민한 편이고, high needs baby였기에 모든 욕구를 울음으로 표현해냈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낮잠은커녕 점심식사도 한 달 내내 못하고, 1시간을 쉬지 않고 우는 아이가 너무 걱정이 되어 보호자인 저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통은 기관에서 아이가 울면 맛있는 간식을 주어서라도 적응하는 동안 돌봄 시간을 최대한 채워주시지만 먹을게 통하지 않는 아기였어요.

덕분에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도 밖에서 혹은 집에서 편한 마음으로 있지 못하고 전화기가 울리진 않을지 수시로 긴장했던 시기였고, 엄마인 제가 데리러 가면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와주었어요.



저와 첫째 아기는 그렇게 몇 달을 본인과 주양육자의 소신이 아닌 전적으로 타인의 조언으로 기관 생활을 했고, 저는 둘째와 셋째가 태어나면서 결심했습니다.

아이가 기관에 가는 것을 원할 때 보내줄 것이라는 마음이었습니다.




2021년 기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보육아동은 연령별로 다음과 같습니다.

만 0세 : 119,621명

만 1세 : 252,542명

만 2세 : 301,914명

만 3세 : 190,393명

만 4세 : 161,020명

만 5세 : 154,363명

(출처:보건복지부, [어린이집 및 이용자 통계], 2021, 2022.11.06, 연령별 보육아동 현황)


수치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아이의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기관 이용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만 3세부터는 기관 이용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 교육기관인 유치원 이용 가능 연령이므로 분산되어 줄어든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또한 많은 육아서적에서는 생후 36개월까지는 가정 보육하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시기를 고민할 수 있는 분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와 주양육자가 준비되었는지입니다.

주양육자와 아이와의 관계, 애착형성 등 타인에게 질문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누구보다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잘 알고 있을 주양육자가 전적으로 판단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타인의 조언과 책을 포함한 각종 매체는 모두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제가 첫 아이를 키우며 가장 미안했던 순간이었고, 다른 분들은 저보다는 나은 선택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한 맞벌이 혹은 여러 상황으로 인해 이른 시기에 기관에 보내야 하는 부모님들을 더욱 존경하고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힘들었던 시기에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말이 참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정말 시간이 흘러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둘째와 셋째를 가정 보육하며 보통의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모든 육아가 고통이 아닌 고생에서 마무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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