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연 Sep 07. 2024

밤에 쓰는 편지         

밤에 쓰는 편지grigogl [사진툰캘리/ 도연]

하늘과 땅, 바람을 감싸 안은 공기가

일렁이고 있어

멀미가 날 것 같지만

가만히 몸을 맡긴 채 눈을 감고 있지

한숨 자고 일어난 듯 개운해


멈춰 있는 시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오늘도 무료하지만,

나아가기만을 기다리는 중이야

그래도 다행이지

기다리는 것은 그리 싫지 않아


그런데 말이지


때로는 지루한 기다림에 화가 나서

초침을 건드리곤 하는 거야

다행히 완강하게 버티더라구


그렇다고 무작정 고집스럽지는 않아

제자리일 뿐 느릿느릿

정해진 길을 향해 가고 있어

가끔 뿔은 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즐거워


낡은 포대를 먼지까지 탈탈 털어 비운 뒤에

옷매무새를 만지작 거린 후

경건해진 순간을 만나는 일은

소소한 경이로움을 안겨주곤 해.


그러니 안심하렴.



[그럭저럭 시. 아홉 번째]

이전 08화 어떤 고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