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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Apr 19. 2024

프리랜서이자 회사원으로 산다는 것

내 몸은 캐나다 회사는 미국

어느덧 프리랜서이자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하게 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남들에게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해야 할 때는 '프리랜서'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사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회사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속감은 느껴지지 않아서 프리랜서라는 개념이 더 좋기는 하다. 프리랜서라는 단어가 주는 자유로움이 좋고, 회사원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정감이 좋다. 소위 말하는 프리랜서는 수입이 고정적이지는 않지만, 나는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있기에 나름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롭고 안정적인, 맞지 않는 두 단어가 지금 나의 직업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나의 고용주는 미국에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월급을 받을 때 세금을 전혀 떼지 않고 바로 준다. 그래서 1년에 한 번, 캐나다 세금 신고를 해야 하는 2~4월은 아마 내게 지옥이지 않을까. 고정적인 수입이 있지만, 회사가 주는 보험이나 베네핏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매우 큰 단점.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개념인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세금도 한 번에 1000만 원 정도(혹은 더 많이) 내야 하는 것도 큰 단점. 아직 세금 신고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한 번에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정도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내 상사는 나에게 '매달 들어오는 돈의 20~30%는 따로 떼어놔. 내년에는 세금을 내야 하는데 얼마를 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니 최대한 많이 아껴.'라는 말을 해주었다. 이제 캐나다 세금 공부도 해야 할 팔자인가 보다(이것은 내게 도움이 될 것이니 좋은 점 추가 +).


정리해고를 겪고 5개월 간 돈도 마음도 많이 쓰다 보니 뭔가 더 용감해진 것 같다. '안 해본 것에 대한 두려움'이 먼저 오기보다는 '내가 배울 수 있는 점'에 대해서 찾으려고 하는 내 모습이 내심 신기하다. 캐나다 안에서도 경제가 안 좋아지고 큰 회사에서도 사람을 감원한다고 하니, 시기에 맞게 잘 들어온 것 같고, 조금 더 익숙해지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오래 일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살짝 들기는 한다. 100% 재택이기 때문에, 1년에 2번씩 중국과 터키 출장을 가야 해서 한국에 더 자주 갈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재택을 시작하면서 출근 전 아침 운동을 하고는 하는데, 그 운동의 효과가 나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건지, 아니면 직업이 생겼다는 기쁨이 나를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지,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주말은 온전히 휴식과 쉼으로 채울 수 있어서 내가 긍정적으로 된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꿈꾸고 있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설렘이나 열망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모르는 것. 캐나다 전국에 위치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의 의류업체 디자이너 파이널 면접에서 떨어지고 지금의 회사 입사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정말 싫었다. 피하고 싶었고 '왜 나에게 곁을 이렇게나 내주지 않을까'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자꾸 오는 건가' '나는 정말 부족한 사람인가?' 하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다. 새로운 커리어를 앞에 두고 '도망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다.


온갖 싫은 부분만 보이기 시작했고, 가보지 않은 길에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한 달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전혀 딴 판이다. '시도해 보길 잘했다' '해보지 않았으면 전혀 몰랐을 것 같다' '일하면서 여전히 배우는 게 있구나'와 같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100% 재택이기 때문에 아침에 운동을 하고 와도 전혀 바쁘지 않고, 상사와 한 공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부담스럽거나 긴장되는 일이 없고, 일을 하면서 빨래를 돌려놓거나 하다 못해 밥이라도 만들어 놓을 수 있다. 달러로 월급을 받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나 함께 일하는 상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일도 하고, 유튜브도 찍어서 올린다. 해보고 싶었던 일,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그리면서 일을 할 수 있고,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성공과 실패는 없고, 그냥 '해본 사람'과 '배우는 것'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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