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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free Feb 19. 2023

오늘도 필라테스 센터는 맑은 뒤 흐림

음기 넘치는 필라테스 센터



오늘도 필라테스 센터는 음기가 넘친다

자고로 기운이라는 것은 항상 그때그때마다 다른 것

그 누군가 어젯밤 남자친구랑 헤어질 것처럼 싸웠거나 마법이라도 걸린 날엔 평소보다 싸하고 차가운 공기가 흐르며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 생긴 날엔 잔잔한 공기 안에서도 미묘하게 활기가 돈다

똑같은 사람인데도 어떻게 매번 표정과 말투가 달라질 수 있는지

참고로 주어는 정확히 말 안 했다

왜냐하면 대상은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할 땐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하나 가끔은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이 내가 될 때도 있다

저마다 개인사가 있고 그것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필라테스, 요가는 여자들이나 하는 운동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인식이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있다

심지어 여성전용인 곳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설령 남자회원이 운동 가능 한 센터라도 그룹은 참여불가인 곳도 많다

이유는 '고객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이 불편할까 봐'이다

불편한 이유는 자세유지를 위해 딱 붙는 레깅스나 탑을 입을 경우 신경 쓰인다는 이유이다

같은 여자라 해도 감상 목적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노출이 많거나 유독 튀는 옷을 입는 경우 시선이 안 가려야 안 갈 수가 없다

그런 어쩔 수 없는 시선이 가는 찰나조차도 눈빛을 받은 당사자가 불편해하면 센터입장에서 누구 편을 들어야 하나 난감한 상황들을 여러 번 겪다 보니 굳어진 룰이 아닐까 싶다



정답은 없지만 경험 상 성별 상관없이 남녀가 함께 그룹수업이 가능한 센터의 수업이 여자들만 이용 가능한 센터의 수업보다 분위기와 집중도가 비교적 좋다

회원님들의 태도 또한 더 상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남녀가 같이 수업을 할 경우에 커플이나 부부들도 그룹수업에 같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서 강사입장에서 친밀감 형성하기도 편했다

여자분의 마음만 잘 사로잡으면 짝꿍인 남자분들은 저절로 따라왔기에 재등록도 수월해진다






뱃사공의 성별은 중요하다



확실히 어느 공간이 되었든 성비는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성별의 비율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고 대화주제와 업무방식도 달라져 무리가 향하는 방향성이 좌우되기도 한다

대형 스포츠센터에서 트레이너 생활했을 때를 떠올려보았다

남초회사의 경우 고유한 남자들만의 대화방식이 있다

일단 서열이 존재하며 높은 서열의 사람은 자랑과 허세를 마음 놓고 부린다

지적질도 주저 없으며 부하직원은 앞에서 격한 리액션으로 다 맞춰준다



지적에 대한 일화도 있다

가뜩이나 초보트레이너 시절 돈도 얼마 못 버는 데 대표님이 자꾸 옷을 신경 쓰라고 하여 급여의 대부분을 유명 스포츠 브랜드 옷으로 소비하며 이렇게 저렇게 조합하면서 입었던 적이 있다

더 핏하게 입어야 한다, 좀 더 화려한 색깔을 입어야 한다, 오늘은 잘 입었다,

나름 부단히 노력했는데 나중에는 운동화에 외투까지 지적하셔서 결국 터져버렸다

그래서 하루는 냉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 저 옷 좀 사주세요 저 돈 없어요'라고 하니

그동안 본인에게 그렇게 대응하는 직원도 없었고 고분고분히 말 잘 듣던 막내 트레이너가 당돌하게 말하니 놀라셨는지 진짜로 비싼 운동복 한 벌을 사주셨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옷 지적질은 멈추게 되었다


남자들이 많은 조직 특성상 식사메뉴는 대부분 중국집, 백반, 닭볶음탕, 고기, 국밥 등이다

회식도 걸쭉하게 자주 가던 이모님 가게에서 고기에 소맥이다

그리고 2차는 치킨 또는 룸이다

회식뿐만 아니라 일 년에 근무시간 외적으로 행사들이 얼마나 많은지 센터 대청소날, 워크숍, 전체회식, 파트별 회식, 회의 등 모임의 이유는 다양하다



필라테스 강사로 생활해 보니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파트타임 강사라서 극명하게 다르다고 느끼는 것도 있지만 전임강사도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트레이너 출신이 관리하는 필라테스 센터는 헬스장과 비슷한 운영체제이다


필라테스 센터는 회식자체를 자주 안 하고 개인생활을 존중한다

회식보다는 선물, 간식, 기프티콘이다

여자들끼리는 다 같이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들다

단합이 잘 안 되고 개인플레이다

주말엔 남자 친구랑 데이트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만약 근무 외 시간에 수업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직원에게 우선 가능한지 물어보고 약속이 있어서 안된다고 하면 거절의 이유로 충분히 가능하다

트레이너 시절엔 생각도 못했던 상황이다

청소업무도 청소아주머니를 쓰는 센터가 많기에 썼던 기구를 정리 정돈하는 것 정도뿐이다


헬스장에서는 덤벨, 바벨, 플레이트 제자리에 정리하면서 온 기구 땀과 먼지 닦느라 바빴고 수영장에서는 매일 마감 시 물때와의 싸움으로 허리가 끊어지게 빗자루질한 것 생각하면 현재는 정말 수업에만 집중하며 공주님처럼 일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체육분야 이곳저곳 쑤시고 다닌 나로서는 필라테스 강사가 다른 체육분야에 비해 얼마나 편하게 돈을 버는지 느껴진다

(물론 상대적인 것일 뿐 고충은 있다..^^)






이토록 남녀 성비에 따른 근무 분위기와 업무 방식은 정말 다르다

참고로 모든 조직이 다 그렇지 않다는 전제하에 하는 이야기이다

순전히 내 경험에 의한 의견일 뿐


내일은 출근하면 또 어떤 분위기일까

벌써부터 짜릿해지는 일요일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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