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령 Oct 08. 2024

세 번째  여행지
<기장과 금성동- 바다와 일천 년의

부산에서 행복하기 시즌 1

방문일   2022년   12월  11일


햇살이  좋다고  남편이  기장 카페 하바나에 가야  한다고 한다.
체해서  몸이 조금  힘든  나에게  조른다. 
못 갈 정도는  아니어서  침대에  누워 있다가 가스활명수를  마시고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한다.
움직일 것 같더니 일어나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보니 신통하게 또 움직여진다.

카페 하바나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늘 눈 부시게 반짝인다. 오늘도 여전히 편안한 재즈 음악이 부드럽게 흐른다.

따뜻한 피자와 음료를 먹은 뒤 일천 년 고찰 금정산 미륵사로 출발한다.

산행이 시작하는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큰 바위 산 아래 아름다운 미륵사가 있다.

미륵사는  차도가 닦여 있지 않아 산행을  해야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방문자의  한 걸음 두 걸음이  오롯이 모여야  도착할 수 있는 암벽 아래 사찰이다.

왕복 2시간 30분 정도 산행길이고,  걷기 좋은 산책길로 이어져 있어 운동화를 신고 걸으면 무리 없이 가벼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걸음으로 이 정도 시간이니, 컨디션이 좋은 날 걷는다면  좀 더 빠르게 미륵사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절벽 위에  자리한 산신당까지 올라 아래의  풍경을 볼 수  있다.

풍경이 고즈넉하고 기품 있다.  마음이 편안하다.

대웅전의 문 하나하나 나무 새김 하나하나 너무 곱다.

오랜 시간을 지나 낡음은  아름다움이 되어 빛나고 있다.

오래된 바위와 사찰흔적은 견딤을 품어  아름답다.

작은 물들이 모여 큰  바다가 되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을까?

바다 아래 숨 쉬는 생명들은 또  얼마 큼이나  될까?

대웅전과 산신각에 정성스레 모셔둔  고인들의 삶을  모아보면  얼마 큼의 시간이 그곳에 잠들어 있는 걸까?

이곳에 두 손 모아 기도한 소망은 또 얼마나 많을까?

미륵사를 품은 금정산은 몇 번의 봄과  겨울을 보냈을까?

셀 수 없고 짐작할 수 없는  오랜 시간 속 견딤은

어떤  아픔과 기쁨을 간직하고  있을까?

내가 살아온 시간도 짧진  않은데, 뒤돌아 생각해 보면  내가 지키고 견뎌낸 것들은  부끄러운 것들이  더 많다.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나를 내세웠던 못 쓸 아집들.

감정이  너무  앞서 감당하지 못할 결과로 곤란했던 여러 시간들.

나의  견딤은 바다처럼 사찰처럼 아름답지 않다. 내게 주어진 삶을 조금 더 견디면, 작게라도 빛 날 시간이 올까?

빛을 내지 못하고 내가 사라져 버려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견딤을 품어 빛날 수  있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단지,  내가 견뎌 지켜낸 것들 중  하나라도 작은 아름다움이 되어, 나의 죽음 뒤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기억되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이겠지.


평범하고 여러 가지 소망이  많은 나는 오늘도 무릎 꿇고 기도드린다.

아름다운 곳에서 올리는 기도는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외출의 기쁨과 방문 곳의 아름다움은 나를 들뜨게 한다.

그래도  신께선 나의 기도를 놓치지 않으셨겠지?

기다릴게요.  신의 응답을요^^

이전 02화 두 번째  여행지    <명지ㆍ 가덕도 - 간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