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좋다고 남편이 기장 카페 하바나에 가야 한다고 한다. 체해서 몸이 조금 힘든 나에게 조른다. 못 갈 정도는 아니어서 침대에 누워 있다가 가스활명수를 마시고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한다. 못 움직일 것 같더니 일어나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보니 신통하게 또 움직여진다.
카페 하바나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늘 눈 부시게 반짝인다. 오늘도 여전히 편안한 재즈 음악이부드럽게 흐른다.
따뜻한 피자와 음료를 먹은 뒤 일천 년 고찰 금정산 미륵사로 출발한다.
산행이 시작하는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큰 바위 산 아래 아름다운 미륵사가 있다.
미륵사는 차도가 닦여 있지 않아 산행을 해야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방문자의 한 걸음 두 걸음이 오롯이 모여야도착할 수 있는 암벽 아래 사찰이다.
왕복 2시간 30분 정도 산행길이고, 걷기 좋은 산책길로 이어져 있어 운동화를 신고 걸으면 무리 없이 가벼이 걸을수 있는 길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걸음으로 이 정도 시간이니, 컨디션이 좋은 날 걷는다면 좀 더 빠르게미륵사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절벽 위에 자리한산신당까지 올라아래의 풍경을 볼 수 있다.
풍경이 고즈넉하고기품 있다. 마음이 편안하다.
대웅전의 문 하나하나 나무 새김 하나하나 너무 곱다.
오랜 시간을 지나온 낡음은 아름다움이되어빛나고 있다.
오래된 바위와 사찰의 흔적은견딤을 품어 아름답다.
작은 물들이 모여 큰 바다가 되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을까?
바다 아래 숨 쉬는 생명들은 또 얼마 큼이나 될까?
대웅전과 산신각에 정성스레 모셔둔 고인들의 삶을 모아보면 얼마 큼의 시간이 그곳에 잠들어 있는 걸까?
이곳에 두 손 모아 기도한 소망은 또 얼마나 많을까?
미륵사를 품은 금정산은 몇 번의 봄과 겨울을 보냈을까?
셀 수 없고 짐작할 수 없는 오랜 시간 속 견딤은
어떤 아픔과 기쁨을 간직하고 있을까?
내가 살아온 시간도 짧진 않은데, 뒤돌아 생각해 보면 내가 지키고 견뎌낸 것들은 부끄러운 것들이 더 많다.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나를 내세웠던 못 쓸 아집들.
감정이 너무 앞서 감당하지 못할 결과로 곤란했던 여러 시간들.
나의 견딤은 바다처럼 사찰처럼 아름답지 않다. 내게 주어진 삶을 조금 더 견디면, 작게라도 빛 날 시간이 올까?
빛을 내지 못하고 내가 사라져 버려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견딤을 품어 빛날 수 있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단지, 내가 견뎌 지켜낸 것들 중 하나라도 작은 아름다움이 되어, 나의 죽음 뒤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기억되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이겠지.
평범하고 여러 가지 소망이 많은 나는 오늘도 무릎 꿇고 기도드린다.
늘 아름다운 곳에서 올리는 기도는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외출의 기쁨과 방문 한 곳의 아름다움은 나를 들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