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이 빚어낸 알프스의 내륙국, 그 세번째 이야기
Top of Europe 이라는 Jungfrau를 가고 싶었다. Matterhorn 처럼 보고 싶었던 자연 광경 중 하나였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날씨가 좋다는 직감이 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루 였다.
계획된 대로 Jungfrau VIP 티켓을 끊고 Interlaken West - Ost - Lauterbrunnen - Kleine Scheidegg - Jungfraujoch 을 통해 기차를 타야되었다. 같이가는 동행 친구가 동신항운 쿠폰을 놓고왔는데 막상 티켓을 끊자니 인쇄된 쿠폰 종이가 필요해서 어디서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것에 헤매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일단 QR 코드만을 가지고 티켓을 구매하고자 서역으로 갔는데, 거기서는 안 된단다. 메일을 몇번이나 보내드렸는데, 메일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통신상의 문제보다는 한국 네이버 이메일 주소에 대한 스팸처리가 있었을 것이다. 근데 웃긴게 내 Gmail 로 보냈는데도 안 된다. 그래 그냥 빠른 포기 후 동역으로 향했다. 인터라켄의 서역과 동역의 회사가 다르다는데, 회사 이메일 상태도 정상은 아닌것 같다.
같이 하던 일행 두 친구가 더 있었는데, 먼저 보내고 나랑 이 친구 둘이 동역에서 티켓을 끊었다. 거기는 인터라켄의 명승고적, 한국인의 성지라 그런지 QR 코드만 보여줬는데 바로 할인해 주었고 쉽게 갈 수 있었다. 가는데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Coop에서 커피 한 잔 했다.
이 친구가 고마웠는지 커피를 사줬다. 거기다 사진도 찍어줬다. 나도 고맙다.
사실 어디를 향하거나 가는거야 어렵지 않았다. 동행하는 사람이 기분 좋으면 나도 기분이 좋다. 나는 자주 올 수 있지만 이 친구는 정말 시간을 내고 내서 와야 되는거니까. 이 날도 날씨가 정말 끝내 줬다.
산악 철도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여러가지 생각이 났다. 이 친구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게 되었는데, 웃긴게 먼저간 동행자 두 친구가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한다. 사실 그대로 올라가도 가는 길인데, 우리 생각해서 다시 빽도 해준 것 같다.
아니면 그냥 같이 올라가라는 뜻이었겠지.
그렇게 쭈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욱 올라가고 나니까 해발 3,463m 에 이르렀다. 여기에 하이디가 있는가?
라고 말했지만 왠 빌어먹을 조각상들만 주구장창 나왔다.
시계찬 소가 이족 보행을 해? 스위스 소는 출퇴근 시간이 있나보다.
융프라우 요흐를 설립한 사람이 얼마 안가 요절해서 그 아들이 대신 지었다고 한다. 이름이 독일인 비슷한 사람이었는데 까먹었다. 사실 그 때 당시 터널 공사에 이바지 했던 사람들은 이태리 사람들이라고 한다. 많이도 다치고 명을 달리했다고 하는데, 가다보면 명패들이 있었다. 이름들이 한 눈에보면 이태리 사람이라는걸 직감할 수 있었다. 그들을 기리기 위해 사진은 마음으로 찍어두었다.
누군가 오리 몰드를 가져와서 올려놓은 것 같다. 유럽 정상에서 러버덕이?
진짜 날씨 넘 좋구, 온도 좋구, 고산병으로 골로가기 딱 좋음.
일행들과 함께 유럽 정상에 섰다.
저 태극기는 정말 돈주고 빌려야되는건데, 배려해주시고 양해주신 한국인 가이드 분께 너무 감사드린다.
이제 액티비티를 위해 피르스트로 간다.
직접 보니까 무슨 보아뱀 같던데, 보아뱀 아닌가 ?
사람마다 가진 각자의 분위기나 에너지 같은게 있다. 이 곳 자연 광경이 내비치는 곳에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만년설, 오랜 세월 솟아 올라진 암석 등 마치 정해져 있는 것처럼 자리를 지키며 자연이라는 역할을 하듯 지구상에 조화를 이루는 걸 사람도 이루고 있다. 사람도 그들 중 하나잖아.
저 사람은 8000km 나 떨어진 장소에서 여기까지와서 저기에 걸터 앉아 생각에 잠기라고 약속이라도 한 것 같았다. 소똥과 함께. 본인만 쓰려고 가져온 양산과 드레스 코드가 너무 잘 맞는것 같아서 계속 찍어줬던 것 같다. 사실 양산 같이 쓰자고 자주 말해줬다. 그러나 나는 이곳 에너지를 있는 그대로 물씬 다 받고 싶어서 재가 되어버렸다.
저렇게 앉아 있으니 이 노래가 어울릴 것 같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lPCxm9kwO98
소피가 하울을 만났다면 바로 이곳이 아니었을까? 산맥 고개 저 너머로 움직이는 성이 나올 것 같진 않았다. 걍 눈 좀 있는 산이다.
내 몸의 고기가 타고 있으니 다음 여행에는 선크림을 꼭 챙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치아 나간 사람 없는 것 같다. 사실 내 앞에 먼저 가던 중국인 친구가 한 바퀴 뒤집어져서 가서 일으켜 세워줬다. 진심 얼굴로 박아서 온 몸이 다 쓸렸었는데, 내려가서 화장실 들르니 거기서 휴지로 피를 닦고 있었다. 보기보다 많이 위험한 액티비티다.
기분 좋게 여행와서 다치면 다음날 낙심할거다. 내가 그런다. 근데 다쳐본 적은 없다.
졸려서 얼굴 가라 앉고, 술이 들어가서 또 졸린데, 잠은 안오고. 그러던 와중에 사진 찍힘
그렇게 3일째 일정을 마치고 다음 날 대망의 알프스 트레킹 길 잃은 아재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