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_악기_성음지도여정통聲音之道與政通
지난 겨울과 봄 사이, 우리 사회는 대통령의 친위쿠데타와 그에 대한 탄핵이라는 상상하지 못했던 초유의 역사적 상황을 경험했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우선 사건이 일단락된 지금,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 가장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것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들었던 LED 응원봉과 그 불빛이 물결처럼 타고 흐르던 노래의 선율들이다. 한 때 집회 필수 준비물로 돌아다녔던 플레이리스트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지금을 보여주는 노래들로 가득했다. 블랙핑크라는 K-pop 그룹 멤버가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불렀던 ‘아파트’, 또 그걸 70년대 윤수일의 아파트와 섞은 믹싱곡, 이제 시위 음악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이 집회를 계기로 4050 아재들의 18번으로 등극한 G-드래곤의 ‘삐딱하게‘ 등 21세기 이후 등장한 온갖 K-pop들이 그 추위 속에서 뜨겁게 광장을 울렸다. 이 노래들은 시민들의 일상을 지키려는 염원을 대변하며 한국을 넘어 세계로 울려 퍼졌다. 그러면서 노래와 함께, 대한민국의 이 축제적 시위 문화도 세계가 지켜봤다.
사실 이는 처음이 아니다. 5.18과 6월 항쟁, 그리고 2017년 촛불혁명을 겪으며 우리는 경제적인 고도성장에 대한 자부심뿐 아니라 시민혁명의 무혈성공이라는 정치적 성장을 계속 증명해왔다. 지난 정권에서 성취한 K문화의 호황기는 결국 대한민국의 경제와 정치 성숙도에 대한 세계의 인정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우리의 사회적 성숙도까지 보여준 것이 바로 이번 친위쿠데타의 진압과정이었다.
먼저 5.18과 6월 항쟁을 경험했던 어른들이 계엄 당일 국회로 달려가 군인들에 맞섰고, 그 뒤로는 광장에서 LED 응원봉을 든 다음 세대들이 지치지 않는 흥겨움을 K-pop과 함께 장착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까지 사회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심지어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우리 아이들이 이토록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때 그들이 광장에서 불렀던 노래는 자신들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일종의 행진곡이었다 말할만 하다.
이렇듯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들은 누구 하나도 우리 사회가 만들어가는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충만했다. 이런 사회적 성숙도가 무도한 정권을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 탄핵시키고 마는 힘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무릇 음이라는 것은 사람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니, 마음에서 정이 움직였기 때문에 그것이 소리에서 드러나고, 그 소리가 곡조를 이룬 것을 음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잘 다스려지는 세상의 음악은 안정되었으면서도 즐거우니 그 정사가 조화로운 것이요, 난세의 음악은 원망스러우면서도 노여우니 그 정사가 어그러진 것이요, 망국의 음악은 슬프면서도 그리워하니 그 백성이 곤궁한 것이니 소리와 음의 도는 정사와 더불어 통한다.
凡音者生於人心者也 情動於中故形於聲 聲文謂之音 是故治世之音安以樂 其政和 亂世之音怨以怒 其政乖 亡國之音哀以思 其民困 聲音之道與政通矣
악기의 윗 구절을 읽으며, 음악이 시대를 대변했던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러했던가 보다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 겨울 우리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렇게 망가질 수 있는가를 확인함과 동시에 이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건강한가를 확인했다. 광장에서 울려 퍼지던 그 음악들은 거기 모이게 된 이유와 관계없이 너무나도 흥겹고 힘찼다. 그것이 지금 내가 사는 사회의 건강함을 증명하는 것이었다고 느끼며 악기의 윗 구절을 내가 사는 세계에서 새삼 확인했다.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변론에서 국회 측 변호인이 인용했던 노랫말이 여러 사람에게 위로가 되었던 것도 악기의 윗 구절처럼 너무나 시대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_(시인과 촌장, 풍경)
아무 일 없는 일상을 바라는 마음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 이야기한다면 지금 우리는 치세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