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
아침운동으로 땀을 흠뻑 흘리고 상쾌한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데 침실에서 막 일어난 듯한 남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는 까치집을 짓고 눈을 비비적거렸다. 위고비를 맞고 고도비만에서 겨우 일반비만이 된 남편이 대뜸 나에게 시비를 걸었다.
"운동했어? 근데 왜 이렇게 자꾸 살쪄?"
아니, 기껏 땀 흘리고 운동하고 온 사람에게!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고, 나는 정색하며 반격했다.
"아니, 자기가 자꾸 밤에 뭘 먹으니까 내가 살이 찌지."
남편은 기가 막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당신 입에 숟가락이라도 넣어줬어? 내가 먹으라고 한 적 단 한 번도 없거든?"
"자기가 옆에서 치킨을 먹고, 과자봉지를 바스락거리는 데 내가 어떻게 안 먹고 배겨? 역시 '친구를 잘 사귀라'는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어. 가까이 있는 사람이 제일 문제야."
억울함에 입을 꾹 다물고 침대에 누우려던 순간, 남편은 다시 한번 나에게 비수를 꽂았다.
"돼지야, 눕지 마! 당신이 자꾸 누우니까 살이 찌는 거야."
결국 나는 억울함에 폭발하고 말았다. 이 모든 원인을 나에게 돌리는 저 뻔뻔함이라니!
"여보, 유유상종이라는 말 들어봤어? 다 끼리끼리 만나는 거야. 당신이 그런 나를 만나고 있다는 건, 당신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 아니겠어?"
나의 회심의 일격에 남편은 잠시 말을 잃더니, 이내 작게 중얼거렸다.
"맞네?"
인정은 빛보다 빨랐다.
그래, 어쩌겠는가. 밤마다 서로를 유혹하며 야식을 즐기는 우리였다. 결국 우리는 운명적인 야식 동반자이자, 살과의 전쟁에서 기꺼이 함께 패배하는 전우였던 것이다. 오늘 밤에도 우리는 서로를 탓하며, 눈빛을 교환하겠지. 결국 함께 맛있는 무언가를 찾고, 배부른 행복을 누리니까 결혼하고 사는 것 아니겠는가.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답할 것이다.
"날씬할래? 행복할래? "
둘 다 가질 수 없다면, 나의 선택은 단연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