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브 아부 토하(Mosab Abu Toha)
2023년 10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에서만 약 200명의 저널리스트가 목숨을 잃었다. 프레스 조끼와 헬멧은 아무런 보호막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상황을 팔레스타인 시선으로 전해주던 몇 안 되는 매체, 알자지라(Al Jazeera)의 기자들마저 대거 목숨을 잃었다. 팔레스타인의 목소리를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아닌 현지인의 관점으로 듣는 일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은 모두 미국의 플랫폼이다. 그들을 소유한 마크 저커버그는 유대인 출신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CNN, BBC와 같은 주요 글로벌 미디어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점을 대변해 왔다.
그나마 지금, 가자지구의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경로는 인스타그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알고리즘의 벽이 존재한다. 콘텐츠가 가려진다면, 아무리 중요한 포스팅이라도 쉽게 노출이 되지 않는다.
이번 전쟁은, ‘전쟁’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어려울 만큼 불공평하다.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 사람들에게는 참혹하다는 말조차 모자란 현실이다. 관련 콘텐츠가 아랍어로 되어 있기도 하고, 극단적인 환경 속에서 정제된 콘텐츠를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건, 보고 느낀 경험과 실상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그 방식과 언어다.
가자지구에 직접 있진 않더라도, 서안지구(West Bank)에서 가자의 상황을 전하는 기자들도 있다. 혹은, 전쟁 초기 기적적으로 가자를 빠져나와 유럽이나 중동의 안전한 지역에서 리포팅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서 감정 없이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25년 퓰리처상 수상자 명단에 팔레스타인 시인이 있었다.
모사브 아부 토하(Mosab Abu Toha).
퓰리처상은 미국 저널리즘과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다. 매년 4월, 약 21개 부문에서 단 한 명씩 수상자가 선정된다. 대부분 미국 국적자 혹은 미국 매체 기고자들이 수상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팔레스타인 출신의 비미국인이 받은 이번 수상은 매우 이례적이고 상징적인 사건이다.
모사브는 Commentary(논평/해설) 부문에서 <더 뉴요커>에 기고한 에세이 시리즈로 상을 받았다. 그는 전쟁의 고통과 가족의 상실을 시적이고도 단단한 언어로 담아냈다.
I yearn to return to Gaza, sit at the kitchen table with my mother and father, and make tea for my sisters. I do not need to eat. I only want to look at them again.
다시 가자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
엄마, 아빠와 부엌 식탁에 앉아, 여동생들을 위해 차를 끓이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그들을 다시 바라보고 싶을 뿐이다.
팔레스타인 관련 수많은 인스타그램 계정과 콘텐츠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계정이 있어 팔로우를 시작했다. 정제된 언어, 미니멀한 템플릿과 꾸준한 콘텐츠, 사실과 감정이 동시에 담긴 포스팅. 한 번 보고 나면 자꾸 생각이 났다.
모사브 아부 토하의 계정이었다. (https://www.instagram.com/mosab_abutoha/)
지난주에는, 그가 2022년에 출간한 시집 <Things You May Find Hidden in My Ear (귓속 어딘가에 숨겨둔 것들)>을 읽었다. 마지막 작가 인터뷰까지 읽으며, 모사브의 기억 속 슬픔과 상실, 분노와 그리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시집의 제목처럼, 그가 들었던 고통의 기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운 골목에서 들리던 소리.
두려운 드론 소리.
그의 이름이 불려지던 소리.
미국 비자 면접관의 목소리.
폭발 파편에 맞아 병원에 실려가던 순간 들리던
모든 소리들...
모사브는 영어를 전공한 뒤, 가자지구 최초의 영어 도서관인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 도서관’을 2017년 여름, 가자 북부에 설립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의 대표적인 지성인이며,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의 존재를 세계에 알린 인물이었다. 모사브는 사이드를 통해, '펜은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배웠다.
그 역시 서구의 언어로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다. 가자 청년들이 외부 세계와 연결되기를 바라며, 도서관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전쟁 초, 2023년 11월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도서관은 파괴되었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사브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그는 거의 잠도 자지 않은 채 가자 사람들의 오늘을 기록하고 있다. 차분하지만 단호한 언어로. 최근 그는, 기후 환경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포함한 12명의 사회 운동가들이 인도주의적 물자를 싣고 가자 해안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업데이트하며, 감사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오늘 아침, 그 배는 결국 이스라엘군에 가로막혔고, 물자를 전달하지 못한 채, 탑승자 전원이 자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제해에서도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세상, 굶주림에 지쳐가는 이들에게조차 손을 내밀 수 없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고, 모사브는 이 세상에 대한 규탄을 하고 있었다.
HIS IS OUR SEA. THIS IS OUR LAND. WE SHOULD RECEIVE OUR VISITORS ANYTIME.
“I was born in November. My mother told me she was walking on the beach with my father. It turned stormy and began to rain. My mother felt pain, and an hour later, she gave birth to me. I love the rain and the sea, the last two things I heard before I came into this horrible world.”
Photograph (2018) and words by Mosab Abu Toha
이 바다는 우리의 바다.
이 땅은 우리의 땅.
우리는 언제든 손님을 맞이할 수 있다.
나는 11월에 태어났다.
엄마는 아빠와 함께 바닷가를 걷고 있었고,
폭풍이 몰아치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는 진통을 느꼈고, 한 시간 뒤 나를 낳았다.
그래서 나는 바다와 비를 사랑한다.
그건 이 끔찍한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두 가지 소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