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 하툼(Mona Hatoum)
지난 주말, 이란 핵시설이 트럼프의 명령으로 폭격당했다. 이란은 '이미 시설을 이전 완료했다'며 피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진실은 안갯속이다. 확실한 건 단 하나 - 트럼프는 지금 전 세계를 전쟁통 속으로 내던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공격하지도 않은 이란의 핵이 전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된다는 명분 아래, 먼저 공격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NPT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다섯 핵보유국을 제외하면 비공식 핵 보유국은 전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인도, 파키스탄, 북한, 그리고 이스라엘도 포함이다.
그런데 이번 공격 직후, 트럼프는 이 작전을 멋지게 수행해 낸 이스라엘 군인들과 네타냐후 총리에게 감사와 공로를 표했다. 결국, 그동안 이어져온 이란-이스라엘의 갈등에 미국이 공식적으로 개입한 셈이다. 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분위기다. 의회의 동의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명령으로, 트럼프는 전 세계를 갈라놓고 있다.
이란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3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폭이 약 50km밖에 되지 않고, 실제 항로는 3-5km에 불과한 이 해협은 오만과 이란 사이에 있다. 전부 이란령은 아니지만, 이란의 실질적인 군사적 영향력이 매우 큰 곳이다.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는다면, 전 세계 기름값은 순식간에 폭등할 것이다. 국제 유가의 급등은 곧 어마어마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고, 한국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뉴스와 함께 국제 유가상승을 걱정하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이와 관련한 우려의 글이 넘쳐난다.
하지만, 전쟁은 아직도 우리에겐 너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스라엘은 모든 관심이 이란으로 쏠려 있는 지금 이 기회를 틈타, 팔레스타인인들을 매일 수십 명에서 수백 명씩 죽이고 있다. 테러 조직 하마스를 제거하겠다는 명분으로, 민간인을 총으로 쏘고, 굶기고, 병원 30곳 이상을 폭파시키며, 가자지구에서 2년 가까이 인종말살을 자행하고 있다. 하마스가 집권하지 않는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조차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테러리스트일 수도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갇혀 고문당하고 있다.
유가와 물가의 급등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물론 나도 걱정된다. 하지만 이곳 아랍 사람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똑같은 사람들이다. 그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죄 없이 죽어야 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무능한 정부 리더들 때문에 집과 가족을 잃어야 하는 이란 사람들. 그들의 삶이 먼저 걱정되는 게 맞다. 이들이 겪는 일들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니까.
지금 이 세계 어디도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미국조차도 안전하지 않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는 더 좁아지고 가까워졌지만, 불안과 긴장감은 오히려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지금 이 세계 전체가 다 위험지대(Hot Spot)다.'
이 메시지를 설치작품으로 전하는 작가, 모나 하툼(Mona Hatoum)이 있다. 그녀는 레바논 태생의 팔레스타인계 영국인이다.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이자 중동 이주민인 그녀는 불안정한 정체성을 안고 살아왔다.
<핫스팟(Hot Spot)>은 분할된 국가 경계선이 없는 지구본 위에, 세계 지도를 따라 붉은 네온이 둘러진 설치 작품이다. 경고, 위협, 전쟁, 긴장감을 상징하는 붉은빛을 통해, 어느 한 지역만 불안정하거나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전역이 연결되어 있는 지금, 어느 곳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Hot Spot’이라는 단어는 군사적으로는 무력 충돌이나 분쟁이 일어나는 긴장 지역을 뜻하고, 기술적으로는 와이파이를 공유하는 접속 지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지구 전체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에서, 이 작품은 불안과 위험이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 동시적이고 보편적인 것임을 상기시킨다.
그러니까,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라고 해서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반대편 고통도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구는 둥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