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려고 책을 쓰는 건 아닐텐데

by 임기헌

시에서 운영하는 소식지에 제 책 소개가 실릴거라며 연락을 주셨어요. 소개 내용과 디자인도 함께 보내주셨는데, 너무 예쁩니다.^^


조용히 묵상하며 많이 걷고, 사람들 발길이 잘 닿지않는 목가적인 곳들을 둘러보고 있는 요즘 입니다. 시골에 자리한 한적한 다방에 들려 주인 아주머니가 끓여주신 라면과 믹스커피를 먹는 재미도 새로웠지요. 오랜 세월에 짓눌려 벽에 금이 가고 간판까지 기울어진 한 이발소에 들려 손질한 머리도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요.


그러다가도 이내 지칠 때가 있습니다. 책을 쓰는 이유와 현실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말이죠. 정성을 다해 쓰면 뭐하나, 보는 사람들이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그 어느 때 보다 많이 드는 요즘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필 작가들이 판을 치고, 대형 출판사들은 유명인들과 늘씬한 미녀들의 이름만 빌려 자본을 휩쓸어 가고 있지요. 이제는 AI가 대필을 해주기도 하고요. 책을 읽는 사람은 없는데, 어쩜 여기저기서 책을 출간하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쉬이 얻어가는지 저로써도 참 보기가 불편해집니다.


제가 그들보다 낫다는 게 아닙니다.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렇다면 방안을 찾아야 될텐데요. 이에 저는 ’작가 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마다 1~2회씩 공식 시험을 치르는 거지요. 어떤 주제를 놓고, 원고지 2~300매 분량을 그 자리에서 써내려가는 겁니다. 이 후 국가에서 지정한 감독관들을 통해 합격 여부를 발표하고, 등용이 된 사람만 출간을 할 수 있도록 자격이 부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 입니다.


단어 한 자에도 관여를 하지않고, 수려한 외모와 유명세로 치장된 이름만 빌려준 이들이 ’작가‘라고 이력을 떨치는 이런 난센스는 우리 모두에게 이롭지 않을 겁니다.


앞선 시험이 도입 된다면 저도 응당 참여를 할 겁니다. 그리고 자격이 안된다면, 그간의 책을 모두 불태우고 ’작가‘라는 타이틀도 당연히 반납을 할 것 입니다.


조선형평사 창립취지문에는 ’공평은 사회의 근본이고, 애정은 인류의 본량이라‘는 격언이 등장하는데요, 인간의 지성을 지탱해주는 뿌리인 책의 취지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달 발행되는 소식지에 ’내 옆의 이웃같은 작가‘라는 수식어를 저에게 달아주셨는데요, 바라건데 부끄러운 글쟁이가 되고싶진 않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 가게를 마감하고 집까지 터벅터벅 걷다가 소맥이 당겨 동네 술집에 혼자 들렸습니다. 사람들을 피해 구석자리에 앉아 꼬치 한접시와 소맥을 시켰는데요, 날씨와의 조화 때문인지 맛이 너무 좋습니다. 이 말씀을 덧붙혀 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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