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제가 직접 한번 가볼게요!!

by 임기헌

누나가 나름 고액의 연봉을 제시받고 다시 한 중견기업으로 복귀를 하게됐다. 이로 인해 지난 겨울에 개업을 해 반년간 운영해 온 포항 봉식당은 막을 내리게 됐다. (권리금을 받고 타인에게 양도를 했으니 막을 내렸다고 하기에는 뭣하기도 하다.)


가족들끼리 모인 축하자리에서 누나는 나에게 미안해한다. 신경을 그토록 써줬는데 얼마되지도 않아 그만두게 됐다며. 나는 뭔소리 하냐며 되받아쳤다. 어떤 경우가 됐건 본인에게 나은 길로 가면 되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연봉10억을 준다해도 직장생활을 다시 하지는 않겠다는 다짐이 있다. 앞뒤없이 상사에 고개 숙이고 점심시간에 조차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눈치를 봐야되며, 진급을 위해서는 계파를 갈라 줄을 타야되는, 이런 식의 조직 생활은 개나 줘버리라는 거다. 출퇴근 때 콩나물 시루가 되는 지하철은 또 어떠한가. 나는 도대체 사람들이 왜 그러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도 10여년간 그랬으니 할 말은 없다.


언젠가 현역에서 물러난 뒤 고향에 돌아와서도 나는 여느 회사로부터 제안을 꽤나 받았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공공기관 홍보실과 지역언론사 등에서다. 그런데 나는 정말이지 싫다. 나는 '자유'를 원한다. 내 인생이 두어번 반복된다면, 나도 보통의 사람들 처럼 하나의 인생은 어떤 조직에 갇혀서 올인해 볼 법도 하다. 그런데 아니잖아. 우리는 단 한번의 인생에서 '쇼부'를 봐야 되는데, 어떻게 매일매일 기계처럼 하나의 회사에서만 '쇼부'를 보려고 하는지, 나로써는 이해가 잘 되질 않는다.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제가 직접 한번 가볼게요!!" 하며 임용되자마자 사표를 던진 어느 선생님 처럼, 내 마음도 그와 다르지가 않다.


친구들이 한번씩 골려먹으려고 술자리에서 그런다. 나랑 내기를 하잔다. 내가 7급 공무원 시험을 한달만에 합격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나는 1천만원을 걸자고 했다. 나도 내심 자신은 없었지만, 친구들이 되려 포기를 먼저 해줘서 다행이다 싶은 적이 있었다. 나는 공무원 고위직, 그러니까 국장급을 시켜준다해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공무원 비하가 아니다. 서로 가치관이 다른거다. 안정되고 편하게 한 평생 살다가려는 사람들도 나는 존중해 마다 않는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 허름한 전통시장 한 귀퉁이에서의 삶이 훨씬 좋다. 아무도 찾지 않는, 아부하고 눈치 볼 필요도 없는, 햇살이 따사로울 때는 문을 닫고 산과 바다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어느 때고 글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나는 이 작은 곳에서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깨달을 수 있었던 거다. 출간했던 두 권의 책들도 이곳에서 모두 태생을 했다.


항상 모험을 하고 도전을 즐기고 싶다. 과거에는 에펠탑, 콜로세움, 피라미드 같은 뻔한 여행지들을 둘러봤지만, 앞으로는 사람들 발길이 잘 닿지않는 지구의 곳간을 탐험하고 싶다.


달이 지구와 1년에 4cm씩 멀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고 계속 공부를 해보는 거다.


아직 해야 될 일이 이토록 많다. 우리 누나, 매형, 조카들,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에게까지 들려줄 이야기들이 많다는 뜻이다. 모쪼록 누나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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