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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Jun 03. 2024

발견, 그리고 의미부여

Creative의 어려움을 넘어가기

producing or using original and unusual ideas


캠브리지 사전을 찾아보면 나오는 크리에이티브의 정의다.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하루에도 십 수 번 씩 듣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이 단어 때문에 종종 인정을 받기도, 많은 경우 자괴감을 맞보기도 한다.

예전 나에게 Creative라는 단어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무게감 있는 단어였다.

아마 창작과 관련된 전공을 공부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광고대행사에 일하면서 Creative의 영역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영역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많은 사례에서 Creative는 오히려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거나,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일이었다. 


스마트구몬 N의 키 컨셉이 된 '풀이 깊은 진짜 공부'


펜타클이 진행했던 스마트 구몬 N 광고의 핵심 컨셉은 '풀이 깊은 공부'였다. 스마트패드 학습이지만 단순히 보고 즐기는 공부가 아닌 주관식의 풀이과정을 거쳐야 뿌리 깊은 나무처럼 공부의 기본기가 단단해진다는 의미를 담은 카피였다. 이 아이디어를 낸 후배 동료는 카피라이터가 아닌 아트디렉터다. 만약 그가 '난 카피라이터가 아니니까, 텍스트 기반의 컨셉 워딩은 잘 못 만든다'라고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이런 좋은 키 카피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카피 기반의 컨셉 워딩을 곧 잘 만들어왔다. 

그가 인턴 시절 처음 낸 아이디어는 MAG 오메가 3의 컨셉이었다. 키 카피는 'MAGIC? 아니 MAG'였다. 이름도 생소한 MAG 오메가 3 알리기 위해 MAGIC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마법 같은 성분'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가 지금껏 만들어온 컨셉 워딩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발견하고 의미 부여하기'다.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기존의 것을 발견하거나 살짝 변형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은 지루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새로운 것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그래서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한 방식이 바로 '발견하고 의미 부여하기'다.

이 방식은 창의적 방법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단어나 문장을 다르게 보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펜타클의 동료들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크리에이티브가 ‘의미 부여가능한 요소의 발견’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한 동료는 정관장의 건강기능식품인 '알파프로젝트' 캠페인에서 새롭지 않은 평범한 문장의 순서를 바꾸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건강식품 원료의 원산지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USP를 전달하기 위해, '좋아 보이니까' 그냥 먹지 말고, 원산지가 '보이니까 좋아'서 먹으라는 새 의미를 부여했다. 



한 카피라이터 동료는 롯데 손해보험의 광고 컨셉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험이라는 단어를 변형해 모험이라는 단어를 가져왔다. 모험이라는 단어를 보험 광고에 적용시키기 위해 '모험하지 말고 보험하자'는 의미를 부여했고 이 문장은 앨리스의 키 컨셉이 되었다. 



아트디렉터 동료는 부라보콘 광고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의 단초로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어장면을 발견해 왔었다. 그리고 수어로 CM송을 만들면 좋겠다는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비타 500 광고에서는 병 따는 소리를 발견해 와 '가드득'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주기도 했다.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수어 시상식 장면의 재발견으로 시작된 부라보콘 광고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수어 시상식 장면의 재발견으로 시작된 부라보콘 광고




(형용사) 창조적인, 창의적인

Creativ를 한글로 번역하면 이런 의미를 갖는다. 다시 '창조적인'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이렇게 나온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과 관련된 것’


어쩌면 우리는 이 사전적 단어의 무게로 인해 Creative의 어려움에 허우적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위의 사례에서 그 어떤 것도 대단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지 않았다. 발견했을 뿐이다. 

좀 더 쉽게 Creative에 다가가는 방법은 펜타클의 동료들이 잘 보여준 것처럼, Creative는 '의미 부여 가능한 발견'이라는 관점의 접근은 어떨까?

물론 있는 그대로의 발견이 아닌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찾아내 주는 동료들의 반짝임은 더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새롭지 않은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며 많은 동료들이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만, 이미 있는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노력과 시간 투자만 있다면 절대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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