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가면 다양한 동물이 있다. 판다처럼 인기 있는 동물 앞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있어 사람이 동물을 구경하는지 동물이 사람을 구경하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동물원에서는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보호장치를 마련한다. 특히, 동물이 맹수에 가까울수록 관람객과 동물 사이에는 거리도 멀고, 울타리도 튼튼하게 만들어 동물이 사람을 해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야생에 있는 동물보다 훨씬 안전해 생존에도 도움이 된다. 일부 동물은 야생보다 동물원에서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이유는 사육사가 영양이 충분한 먹이와 안전한 잠자리를 제공하므로 동물의 목숨을 위협하는 배고픔과 추위 그리고 다른 동물과 다툼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동물이 생존을 위해 해야 할 고민을 동물원과 사육사가 대신해 주기 때문에 동물은 그저 편안하게 관람객 앞에서 먹이를 먹거나 휴식을 취하면 된다. 가끔 관람객을 향해 울음소리를 내거나 입을 벌려 이빨을 드러내는 등 야성을 드러내기라도 하면 관람객으로부터 감탄을 자아내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 수도 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에게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규칙적으로 먹이를 먹고, 안전한 잠자리를 누리지만 갇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동물원의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형 행동’을 하게 되는데, 코끼리가 아무 이유 없이 몸을 앞뒤로 흔들고, 원숭이는 자신의 털을 계속 뽑고, 호랑이는 우리 안을 왔다 갔다 하는 행동들은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나는 행동이다. 이런 모습은 야생에 사는 동물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야생에서 살 때보다 많이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몸도 약해지고 무기력해진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아 자기 손가락이나 꼬리를 물어뜯는 등의 자해하는 상황도 일어나기도 한다. 이처럼 동물원의 동물이 편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동물원에서 안주하던 동물은 더는 야생에서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생존을 위해서는 먹이를 사냥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영역 다툼도 해야 한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동물일수록 사냥 기술도, 영역 다툼을 할 싸움 기술도 부족하다. 즉. 다른 동물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직장인도 동물원의 동물과 비슷한 처지일 수 있다. 직장인은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상사의 지시를 받고, 지시대로 일을 처리하면 급여라는 먹이를 받는다. 대기업에 속한 직장인은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보다 튼튼한 보호막 안에서 풍부한 먹이를 받아먹는 맹수와 같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진 맹수는 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것처럼 편안함과 안락함에 길든 회사원일수록 이직 혹은 퇴직이라는 거친 환경에 노출되는 순간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많다.
취업준비생들이 기를 쓰고 가고 싶은 대기업은 동물원의 물리적 환경에 해당하는 근무 환경이 탁월하다. 동물의 먹이에 해당하는 연봉도 높아 영양분이 충분한 먹이를 먹는 것과 같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비교하면 근무 환경도 열악하고, 먹잇감도 충분하지 않아 배고픔과 추위나 더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 때문이라도 취업 대상 직장에서 중소기업을 가능한 멀리하려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것처럼 대기업에 다닌다고 안전이 영원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자신이 누리는 안락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이때 피나는 노력을 통해 능력을 향상하는 사람은 환경의 변화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고 사내 정치나 말로 경쟁력을 유지하던 사람은 직장을 그만두거나 직장 내 권력 지형의 변화와 같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높은 연봉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지만, 패하게 되면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선배나 동료와의 승진 경쟁에서 패한 사람은 또다시 후배와 경쟁해야 한다. 후배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그나마 직장 수명도 조금 늘겠지만, 안타깝게도 후배와의 경쟁에서도 지면 야생에서 무리에서 쫓겨나는 동물과 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업무 지시를 하던 후배로부터 지시를 받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삶은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을 맞이한 사람의 선택지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버티는 것이다. 체면을 중시하던 예전에는 이런 상황을 맞이하면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지금은 후배 밑에서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선택은 동물원의 동물이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먹는 삶에 만족하는 것과 같다. 다음은 스스로 조직의 보호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대기업을 그만둔 사람 중 사업에 실패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이 사업에 실패하는 이유 중에는 ‘헝그리 정신의 부족’인 경우가 있다. 자기도 모르게 안전한 조직의 울타리에 오랜 시간 적응한 결과 회사를 떠난 순간부터 야생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직장인은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스스로 조직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호랑이가 자기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동물원이 아니라 야생인 것처럼 직장인이 자기 능력을 잘 활용할 곳이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안락한 장소를 벗어나 배고프고 거친 환경에 스스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다. 오래선 삼성 이건희 회장께서 변화를 위해서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가족을 제외하고 전부 바꾸자”라고 강조하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장인이 고민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는 ‘현재 직장을 퇴직한 다음의 삶’이다.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남을 삶을 보낼 수는 없다. 퇴직하고도 직업을 가져야 하는 사람은 더욱 절실하게 자신의 남은 인생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실의 편안함에서 벗어나 거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스스로 단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적응할 수만 있다면 엄청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