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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는 왜 일을 하고 싶어 하는가?

by 최환규 Mar 15. 2025

퇴직하는 순간 ‘이제 일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라고 자유를 느끼는 퇴직자가 많다. 하지만 이런 안도감이나 편안함은 일하지 않고 노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으로 변한다. 퇴직자가 이렇게 오랫동안 힘들게 일한 보상으로 일이 년이 아닌 한 두 달의 쉼도 마음 편하게 쉬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매슬로 박사는 사람의 욕구를 5가지로 정리했다. 첫째생리적 욕구이다. 생리적 욕구는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로, 음식, 물, 수면, 공기 등 신체의 생리적 요구를 포함한다. 둘째안전 욕구이다. 생리적 욕구가 충족된 후, 개인은 안전과 안정성을 추구한다. 이는 신체적 안전, 재정적 안정, 건강, 그리고 환경의 안전성을 포함한다. 셋째사회적 욕구이다. 사람은 안전과 관련이 있는 욕구가 충족되면 사랑, 친밀감, 소속감을 원하게 된다. 친구, 가족,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이 욕구를 충족할 수 있게 된다. 넷째존경의 욕구이다. 사회적 욕구가 충족된 후, 개인은 자존감과 타인으로부터의 존경을 원한다. 이는 자기 존중, 성취감, 그리고 타인의 인정과 존경을 포함한다. 다섯째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가장 높은 단계의 욕구로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창의성, 문제 해결, 개인적 성장 등을 추구하는 욕구이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의 목표와 가치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취업준비생이 취업하려는 목적은 생존과 관련이 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다. 대기업에 취업한 사람은 그럴 가능성이 적지만, 중소기업이나 급여가 적고 힘든 일을 하게 되면 급여가 많거나 편한 일자리를 찾는 것도 생존 혹은 안전의 욕구 충족과 관련이 있다.    

 

취업은 사회적 욕구도 충족할 기회가 된다.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면 소속이 생기면서 상사와 동료와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직장생활 동안 직장을 사랑하면 배우자로부터 느낄 수 있는 사람의 욕구도 충족할 수 있다. 직장인에게 사회적 관계는 정서적 지지와 안정감을 제공한다. 긍정적인 인간관계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우울증과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일과 시간에 주식 시세 창을 열심히 보는 사람도 생존과 성취감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내게 되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일을 잘하면 승진을 하는데, 승진은 연봉도 올라가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좋은 기회이다. 이런 이유로 직장인은 승진하기 위해 동료와 경쟁을 하고, 자기 계발도 열심히 한다.     


직장인이 퇴직하는 순간 직장인은 욕구 충족의 수단이 사라지게 되면서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직위가 높았던 사람일수록 상실감은 더 크다. 퇴직자는 이런 상실감을 해소하기 위해 창업하는 때도 많다. 직위가 높았던 사람은 전 직장에서 충족했던 욕구의 크기에 비례해 사업을 크게 벌이게 되면서 실패할 확률 또한 커진다. 이렇게 창업한 다음 성공하면 자아실현의 욕구까지도 충족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직장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일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어떤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고,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대기업에 다니면 아이의 어깨가 올라가지만, 그렇지 못한 직장에 다니는 부모를 둔 아이는 위축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동창회와 같은 모임이나 커뮤니티에서도 직장의 서열에 따라 참가자의 서열이 잠정적으로 매겨지는 등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일상에서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퇴직자는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일에서 멀어지게 된다. 여성은 결혼 때부터 ‘가사’라고 하는 고유의 ‘자신만의 일’이 있었다. 여성은 설사 맞벌이라도 가사는 담당했기에 나이가 들어도 고유한 자기 역할을 계속하기 때문에 퇴직 후에도 남성보다는 영향이 덜하다. 반면, 남성의 경우 집에서도 하는 일이 없고, 밖에 나가더라도 자신이 필요한 곳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존재에 대한 가치를 느끼지 못할수록 좌절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건강이라도 나빠져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좌절의 크기도 커진다. 이로 인해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것을 ‘노인 우울증’이라고 한다.     


노인 우울증은 노인층에서 발생하는 우울증의 한 형태로, 주로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나타난다. 노인 우울증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주로 신체적 건강 문제, 사회적 고립, 상실 경험(예: 배우자나 친구의 사망), 그리고 만성적인 스트레스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퇴직자가 경험하는 노인 우울증의 주요 원인은 건강 문제, 친구나 가족의 상실, 사회적 관계의 감소 등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 스트레스나 불안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다. 역할 등의 감소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나 평가가 많아지며, 자신의 가치나 능력에 대해 회의적으로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상적인 활동에 대해 흥미를 잃고, 무기력하거나 우울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일은 생계 수단 그 이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외부 활동이 주는 영향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일에서 의미를 찾을 때 삶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우울 수준은 낮아지지만, 여성은 삶의 만족도나 우울 수준은 일이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자가 나이가 들수록 보상이 따르는 일은 찾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봉사활동처럼 경제적 보상이 없는 활동을 하더라도 자기 효능감이나 자존감 등 보이지 않는 보상은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돈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활동하게 되면 먼저 보이지 않는 보상을 얻게 되고, 경제적 보상도 따라올 가능성이 있다. 만약 더는 활동하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사회에 이바지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한가한 시간이 주어졌다’라고 마음 편하게 여기면서 가족이나 지인들과 즐겁게 지내도록 노력한다면 노후 생활을 훨씬 더 가치 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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